어느 부인이 두 아이와 방종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어. 한 아이는 젖을 물고서 몹시 화를 내고 있었어. 글자 그대로 분노하고 있었어. 그리고 동생은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사람들과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짜증나게 하고 있었어. 그럼 엄마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멍한 얼굴로 모나리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어. 부도덕하고 재수 없는 미소였어. 모성은 성스럽다고 확신하면서, 두 아이에게 규칙을 따르게 하지 않았어. 나머지 승객들에게 너무 경솔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건 기독교의 자비가 진정으로 부족한 행동이 아닐까? 부인, 아이가 왜 고함치는 거죠? 살아 있 기 때문인가요? 나도 살아 있는데, 난 그걸 참고 있어야 해. 그런데 그것도 어느 정도야. 이런 삶에서는 죄 없는 순진한 사람의 인내를 악용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찻잔을 가득 채우는 마지막 방울이 항상 있다는 것도 사실이야. 완전히 끝까지 가득 찬 찻잔에 한 방울이라도 더 떨어뜨리면 넘쳐 버려. - P151
그럼 경찰은? 이렇게 사건들로 가득한 나라에 경찰이 없을까? 물론 경찰은 있어. 그들은 ‘순경‘, ‘순사‘, ‘짭새‘, ‘권력의 지팡이‘, ‘범죄 사냥꾼‘, ‘초록 제복의 개새끼‘야. 그들은 투명 인간이야. 정작 필요할 때는 보이지 않거든. 유리컵보다 더 투명한 존재들이지. 그런데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면, 그들의 초록색 육체에 빛이 반사될 때면 어서 도망쳐야 해, 파르세로.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당신을 습격하고 두들겨 패서 다른 세상으로 보내버리거든. - P153
버스에서 죽은 사람이 또 하나 있어. 시비 걸기 좋아하던 거지였어. 국제 사면 위원회, 가톨릭교회와 공산주의뿐만 아니라 인권 위원회 사람들이 부추긴 마약 중독자 중의 하나였어. 그러니까 온종일 바수코를 피워 대면서 손에 막대기를 들고서 구걸하거나 강요하는 인간이었어. "사장님, 뭐라도 좋으니 좀 주세요, 오늘 아침을 못 먹었어요. 배가 고파요." 나는 그런 인간들에게 이렇게 대답해. "당신을 낳은 어머니한테 먹여 달라고 해. 혹은 가난과 인간쓰레기의 번식을 목청껏 변호하는 교황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해. 거지들, 기독교인의 자비, 그따위 말은 그만! 부자들을 증오하는 것, 그건 옳아. 그러나 계속 가난하게 살면서 더 많이 낳으려고 고집하는 건······ - P153
가난의 유전자는 그것보다 더 심해, 더 지독해. 10000명 중에서 9999명이 확실하게 자기 아이들에게 전해져. 여러분은 그런 나쁜 유전자가 여러분의 아이들에게 유전되는 것에 동의해? 유전적 이유로 본다면, 가난한 사람은 번식할 권리가 없어. 세상의 부자들이여, 뭉쳐! 지금보다 더 단합해야 해. 아니면 가난이 밀어닥쳐 여러분을 휩쓸어 버릴 거야. - P155
"이봐, 내 아이야, 이 집에서, 거리를 내다보는 이 창문이 있는 이 방에서, 맑고 별이 총총 떠 있으며 미래가 유망하고 동시에 사기성이 농후한 어느 밤에 내가 태어났어." 바로 거기서 나는 죽어서 내 비문을 완성하고 싶어. 그건 라틴어 대문자로 내 이름과 동격으로, 그리고 문 이쪽으로 이렇게 말해야만 해. "유명 인사, 훌륭한 문법 학자, 뛰어난 문헌 학자, 신심이 돈독하고 자비로우며, 정중하고 공손하며, 우애 깊고 유순하며, 하나이고 같은 사람이며, 많은 사람 중의 하나이고, 지극히 올바른 이 사람은······."그리고 거기에 비명을 세운 해를 적어 놓고, 내가 태어나고 죽은 해는 적지 말아야 해. 영원성이란 두 날짜 사이에 억지로 집어넣지 말아야 해. 구속복을 입히지 말아야 해. 나는 그걸 굳게 믿는 사람이거든. 그러니 적지 마. 그냥 아무 제약도 없이 지나가도록 놔 둬. 그건 자기도 모른 채 스스로 지나가게 되는 거야. 알려진 모든 은하계, 은하수, 태양계, 지구, 콜롬비아 공화국, 안티오키 아주, 메데인시, 보스톤 동네, 페루 거리에 있는 이 집. 이곳은 내가 내 뜻과 상관없이 태어났지만, 내 손으로 죽겠다고 생각 하는 장소야. - P156
어린 시절은 가난과 같아. 해롭고 나빠. - P159
만리케 동네는(나는 이 글을 읽을 일본과 세르비아, 그리고 크로아티아 독자들을 위해 이 말을 하는 거야.) 메데인이 끝나고 코무나가 시작하는 곳 혹은 코무나가 끝나면서 메데인이 시작하는 곳에 있어. 그건 지옥의 문이라고 말하면서도 그게 입구인지 출구인지, 올라가는 방향에서 지옥이 저쪽에 있는 건지 아니면 이쪽에 있는 건지, 아니면 내려가는 방향에서 그런 건지 잘 알지 못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야.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상관없이 내 대모인 죽음의 여신은 그 치맛자락들을 배회하면서 자기 일에 열중하고, 아무에게도 멸시하는 표정을 짓지 않아. 그녀는 대자인 나, 거리낌 없이 마구 말하는 나와 같아. 그래서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 - P162
그날 밤은 불길했어. 정신을 잃은 하늘이 쉬지 않고 밤새 비를 내렸어. 메데인 강은 넘쳐흘렀고, 그러자 180개의 개천도 넘쳐흘렀어. 이들 중 몇 개는 복개천이었어. 우리는 수많은 땀을 흘리고 수많은 돈을 횡령하면서 그 개울을 거리 아래에 묻었는데, 그것들이 성난 듯이 그들의 구속복을 찢어버리고서 아스팔트를 부수고는 옷을 제대로 입지 않는 미친 여자처럼 발광하고 실성하여 느닷없이 튀어나와 자동차들을 휩쓸면서 도시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었어. 다른 개울들, 그러니까 그들의 해방된 자매들은, 다시 말해서 제정신일 때는 온화한 비둘기처럼 상냥하고 쾌활했던 개울들이 이제 악마에 홀린 듯이 포효하고 소용돌이치며 산에서 격렬하게 흘러 내려와서, 우리를 덮쳤고 범람했으며 물에 빠뜨렸고, 나를 열병으로 헛소리하게 만들었어. 하늘은 속을 드러내고 강은 범람하고 개울은 발광하면서 하수관은 멋대로 거칠어져서 넘쳐흘렀어. 콸콸 세차게 흘러나왔고, 그 거대한 똥물의 바다가 우리 집 발코니로 올라오고 또 올라왔어. 내 말을 믿어. 난 이미 예고했어. 우리는 이 똥물로 끝나게 될 거라고. - P166
그때서야 나는 내가 알지 못하고 있던 걸 깨달았어. 그건 내가 한량없이 피곤해 있으며, 명예 따위는 눈곱만큼도 중요하지 않고, 나한테는 무처벌이나 처벌이 똑같은 것이며, 복수는 내 나이에 하기에 너무나 큰 짐이라는 사실이었어.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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