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아픔이나 고통이 내 다리의 아픔이나 고통처럼 느껴진다면, 그 타인은 이미 내 몸이나 다름없다.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느끼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그 사람을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할 수 없다. 누군가의 목을 조르려면내 손에 그 사람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동물을 죽이려면그 동물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꽃가지를 꺾으려면 그 나무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타인의고통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 즉 고통의 감수성이다. 바로 이것이자비라는 거창한 용어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평범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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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가르침은 고(苦), 즉 고통의 자각 혹은 고통의 느낌에서 출발한다. ‘일체개고(一切皆苦)’는 ‘일체 모두가 고통이다‘라는 싯다르타(Siddhartha Gautama, BC 563?~BC 483?)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모든 것이 고통이라니, 얼마나 당혹스러운 가르침인가? 보통 종교라면 희망과 낙관적인 미래를 이야기하기 마련인데, 불교는 애초부터 모든 것이 고통이라고 말한다. 불교 경전에는 ‘타타타(tathata)‘라는 산스크리트어가 자주 반복된다. ‘있는 그대로‘라는 뜻의 타타타는 한자어로 진여(眞如), 여실(如實), 혹은 여여(如如)라고 번역된다. 마음속에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외부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일체개고‘는 타타타한 진실, 여실한 진리, 혹은 여여한 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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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시인의 삶이라는게 어떤 건지 전혀 모르시고, 틀림없이 그런 논란거리에 대해 별로 이해하시는 바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저의 주된 두려움은 바로 거기에 있어요.. 저는 무명인 채 죽고 싶지 않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보지도 못한 채 늙고 싶지 않아요. 절대 체념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저라는 사람이 아주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다른사람들보다 더 소중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저에게는 충분히소중하단 말이에요. (C, I, 327)

사람들은 그를 생을 즐기고 순간을 최고로 만들 줄아는 사람, 한가로운 산책자, 댄디로 기억한다. 사실은정반대다. 보들레르는 무위를 자책하고, 나태를 괴로워하고, 미루는 습관을 혐오하고, 생산을 꿈꾼 우울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직 젊을 때인 1847년부터 자신의 상태를 완벽하게 분석했다. "영원한 불안에 휘둘리는 영원한 한가로움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세요. 마음 깊이 그 한가로움을 증오하면서 말입니다."(C, I, 142), 우울과 이상은 《악의 꽃》을 구성하는 대립 구도로 보면곧 고통과 노동이다. 보들레르는 부단히 일을 예찬하고, 일해야 한다고 자신을 독려하지만, 일에 얼굴을 찌푸리고 늘 일의 시작을 미루는 것이 이 시인의 운명이었다.
시 백조le Cygne)에는 ‘일‘과 ‘고통‘이라는 두 단어의 머리글자가 대문자로 되어 있다. 보들레르가 일기같은 글들에서 자신에게 부과하는 경구에 나타나듯이,
일은 고통인 동시에, 고통 · 우울 우수의 치료제다. 보들레르는 진심으로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일을 좀 더 많이 하기 위해 더 잘 살고자 하지만 영원히 그 목표에 이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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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장벽과 부딪쳤을 때 마치 잠자던 거인이 깨어나듯 인내심이우리의 정신에서 솟구쳐 나온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시피 우리가 이따금씩자기 삶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을 경우 그 삶은 무가치한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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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덕분에(?) 피렌체는 고미술품 복원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도시가 되었다. 피렌체의 홍수는 현대사에서 예술품에 가해진최악의 재난으로 불렸다. 아르노 강이 범람하여 50만 톤이 넘는진흙과 쓰레기가 도시를 뒤덮었기에 돌이킬 수 없는 예술적 손실을 보았을 거라는 짐작은 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모든 일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고 했던가! 홍수로 인해 완전히 파괴된 미술품을제외하고는 복구하지 못할 작품 또한 없다는 사실도 입증되었다.
미생물학자들은 침수되었던 수백 점의 프레스코화를 망가뜨리고 있는 곰팡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니스타틴이라는 평범한 위장용 항생제가 여기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고체 형태여서 벽화에 칠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피렌체 대학의 화학자들이 고체를 액체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하여 벽화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인가! 수분이 프레스코화 표면에서 막을 형성하여 그림을훼손하는 것을 막는 화학 분무제도 개발되었다. 성 마르코의 수도원에 있던 벽화는 홍수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다량의 수분으로인해 그림이 퇴색되고 있었다. 이에 연구자들은 화학 반응을 역으로 이용하여 석고분해 방식에서 원래 상태를 밝혀내어 그것을 유지하게 하는 화공 약품을 발명하였다.
피렌체에 엄청난 상처를 준 자연이 이번에는 정반대로 예술품복원에 일조했다.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은 날씨가 이어져 침수되었던 예술품들이 변형되는 것을 최소화해 주었다. 가령, 목판화의경우 아주 천천히 건조되어야만 나무 층과 석고 층의 물감이 서로분리되거나 벗겨져 나가지 않는데 피렌체의 겨울철 기후가 거기에적합했다.
고서들을 복원하는 것도 피렌체 시민이 풀어야 할 큰 숙제였다.
자원봉사자들은 진흙 범벅이 된 도서관 서고와 바닥에서 책들을끄집어냈고, 얼룩 제거용 압지를 책장마다 끼워 넣었다. 난방기구들이 동원되어 임시 건조실이 마련되었고, 고온에서 담배를 건조하던 창고는 서적 건조실로 바뀌었다. 피렌체의 벨베데레 요새에서는전문가들이 건조한 책을 검사하고, 제본 해체 작업을 감독했다. 철도 역사에서는 책의 낱장들을 물과 살균제가 담긴 대야에서 씻은뒤 눌러서 수분을 제거하고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널어서 말렸다.
이렇게 피렌체의 최대 수난은 인문주의와 르네상스를 태동시킨바로 그 정신으로 또 다시 세계인에게 감동을 안겨준 것이다.

무릇 한 나라를 통치하는군주는 이런 정신이 있어야 한다.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은로렌조 대성당의 바로 그 인간이 갖춘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자뒤뜰에 있는나텔로의 무덤 산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정치가 인간사회의 공동선을 목적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질서를 바로 세우는 기술이라고했을 때,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존재로서 인간의 가치를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치는 인간이 가진 문화적이고 사회적인능력까지 통치할 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나텔로는 코시모 1세의 지원을 받으면서 자기 능력을 마음껏발휘했고, 탁월한 조각가로서 대리석과 청동으로 된 많은 작품을남겼다. 도나텔로의 생애와 활동에 대해서는 꽤 알려졌지만, 그의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피렌체의 인문주의 학자들과 교류했고, 그리스·로마의 고전 미술에 심취했다고만 전한다. 그리스·로마 미술에 대한 그의 관심은 자신의 작품에 새겨 넣은 글자와 서명이 고대 로마풍이라는 데서 드러난다. 그는 당시 어떤 예술가보다도 그리스·로마 시대의 조각에 대해 깊고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도나텔로만의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선보인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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