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계시이자 구원이었다. 갑자기 나는 어디서든 길을 볼수 있었다. 그 길은 여태껏 그것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중요한 길이었다. 푸른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좁다란 오솔길, 수풀 속으로 난 짐승들이 다니는 길, 산울타리를 관통하고 정원들 사이를들락날락하고 운동장과 주차장을 가로지르는 지름길들이 눈에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타성에 젖어 집까지 늘 다니던 길도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동이 틀 무렵 엘 부르고 라네로E Burgo Ranero를 떠났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 말고는 더이상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내 두 다리, 태양, 대기, 내 배낭, 새와 꽃들, 길, 그리고 목적지.
내게 걷는 것은 사색의 장이라기보다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거나 적어도 뭔가 중요하거나 복잡한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때이다. 걸을 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보통 단순하고 실용적인 것, 아주 쉽고 간단한 해법을 요하는 문제들인데, 사람이 많은시내나 도심지역을 걷는 것이 아닐 때에는 대개 나 자신에 대해집중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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