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 역사로 미래를 전망하다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95
강원국 외 지음 / 스리체어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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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경부 고속도로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제도를 바꾸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효율을 추구하는 것과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살아가는 것, 그 둘 사이의 균형은 모두가책임져야 할 것이다. 물론 개인의 책임도 있겠으나, 지금의 가속은 사회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많은아이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건 이상하지 않은가? ‘남들 다 하니까‘라는 구조 아래에서 모두가 속도에 지쳐가는 듯하다.

동물권이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의 출발선이 아예 다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한번은 에너지 전환에 대해한 시간 동안 강의를 했는데, 강의가 끝날 때쯤 한 분이 "재생에너지가 뭐냐"며 질문한 적도 있었다. 설득할 때 상대가 어느 정도의 수용성을 가졌는지를 면밀히 살피면 좋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타인의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건 타인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와는 다른 역사와 마음이 켜켜이쌓여서다. 그 다름을 이해하고 먼저 받아들이면 설득 방법이보인다.

경부 고속도로 건설 당시 청소년기를 보냈던이비부머 세대에게 속도와 연결은 풍요와 동의어였다. 그 이후의 세대에게 고속도로적인 사고방식은 당연한 감각이 됐다. 청년들은 임시적 공간인 휴게소에 잠시 머물 듯 5평 남짓의 원룸에서 대학 시절을 보낸다. 교통사고처럼 불시에 찾아오는 감속과 정지는 극복할 수 없는 뒤처짐으로 번역된다. 이과정에서 젊은 세대는 두 가지 길로 분화한다. 전자의 청년은
‘번아웃 세대‘로 명명되고, 후자의 청년은 소외된 은둔 청년으로 불린다.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는 대중의 참여로 도시를 바꿔 보고자 했다. 그들이 택한 대안은 ‘오픈 소스 도시주의 opensource urbanism‘였다. 오픈 소스 도시는 국가와 건축가가 설계한완벽하고 딱딱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프리슈티나가 택한건 절대 바꿀 필요가 없는 완벽한 도시가 아닌, 언제나 더 나은 결과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였다. 프리슈티나에는 두꺼운 콘크리트 대신 노란색 페인트가 놓였다. 이동식 가구는 그때 그곳을 지나는 시민의 필요에 따라 때로는 벤치가,
때로는 울타리가 됐다. 사람들은 도시 전체를 이동하며 풍경바꿨다. 프리슈티나의 모습은 항상 달랐다. 그래서 도시의생김새만 봐도, 그곳을 지나친 시민을 그려 볼 수 있다. 콘크리트는 담지 못하는 우연한 만남이다.

첫 문장이 강렬하다. 인사 후 다른 설명 없이 "독도는우리 땅입니다"로 시작한다.
초안에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도 없었다. 메일로 원고를받았을 때, 대통령이 왜 이 연설을 썼는지, 어디에 쓰려는지도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첫 문장이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에게 주문한 것이 있다. 첫 문장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일 것. 보통 지루하고 장황한 이야기를하는 사람에게 "연설한다"고 하지 않나. 시선을 끌기 위해선
‘갑자기 뭐지?‘ 싶은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책을 추천했다. 제임스 C. 홉스James C. Humes의 《링컨처럼 서서 처칠처럼 말하라》다. 역대 미국 대통령 다섯 명의 연설문을 담당한 작가가 쓴 책인데, 거기에도 의외의 시작을 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유머다. 말이 각박한 세상이다. 모두가 말로서 칼을 겨눈 것같다. 유머로 숨통을 트여야 한다. 지도자의 자리에 있을수록유머가 중요하다. 호주 정상회담 때의 일이 기억난다. 호주 총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호주산 철광석을 많이 사달라고하니 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답했다. "좋습니다. 우리는 철광석을 수입해서 자동차를 만듭니다. 그런데 그 자동차가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우리나라가 만든 자동차를 많이달라는 뜻이다. 농담 속에서 웃음도 찾고 여유도 찾고 위로를 누렸으면 좋겠다.

우선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배제와 타도의 언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주의가 좋은 이유는 공존의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간다는 것은 대화와 타협을 전제로 한다. 우리 정치에서는 실종됐다.

정치의 본질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왜‘라는 질문이다.
수사학의 주된 기능은 설득persuader이다. 고대인들이 이를 학문으로 구분한 것은 설득을 공부해야 하는 기술로 여겼기 때문이다. 수사학의 이론 체계를 만든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방식을 세 가지로 나눈다. 로고스logos,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다. 로고스는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말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말한 ‘첫 문장‘이다. 에토스는 ‘말하는 자의 고유 성품‘을 말한다. 말하는 사람의 시선, 단어 선택, 카리스마 등이다. 강원국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를 대통령의 ‘영‘이라 표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파토스다. 그대로 번역하면 정열, 충동인데, 말하는 사람의 진정성을 의미한다. 강원국 작가는 좋은 연설의 기본 조건을 진심이라고 말한다. 진정성을 담아야 반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는 말의잔치다. 하루에 수백 편의 기사가 정치인의 말에서 나온다. 시사 라디오 일일 편성표에 이름을 올리는 정치인만 해도 수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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