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군이란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물레를 뜻하는 균‘ 이란 단어가 가지는 이미지이다. 균‘은 진흙 덩어리를 올려놓고 회전시켜 둥근 모양의 도자기를 만드는 데 이용되는 원형의 회전 장치, 즉 물레를 말한다. 물레가 회전할 때 만약 우리가 정확하게 그 물레의 중심부에 흙덩어리를놓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흙덩어리는 물레의 중심을 벗어나가차 없이 땅바닥에 나뒹굴게 될 것이다. 가령 ‘조삼모사 이야기‘ 에적용한다면, 원숭이에게 내민 저공의 처음 제안이 바로 땅바닥에 나뒹굴게 된 흙덩어리로 비유될 수 있다. 반면 그의 두번째 제안은 정확히 물레의 중심부에 놓였기 때문에, 바닥에 나뒹굴게 되는 결과를피할 수가 있었던 흙덩어리로 이해될 수 있다. 이렇게 중심 잡히고균형 있는 상황을 장자는 천균‘ 이란 용어를 통해 묘사했던 것이다.

"천균에서 편안해 한다" 라는 장자의 표현에서 우리는 어떤 안일한 순응주의나 정적주의를 읽어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편안해 한다‘ 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인지 손쉽게 이런 인상에 빠지곤한다. 그러나 내가 판단중지의 상황이라고 풀이한 천균의 상태는, 단순히 고요한 상태의 마음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상태는 빠르게 회전하는 물레의 모습처럼 강렬한 역동성을 가지고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역동성에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맡긴다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타자의 타자성에 부합될때까지 부단한 판단중지를 수행하는 주체의 끈덕진 의지를 함축하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판단중지의 상태에서만 타자에부합되는 새로운 제안이나 행동을 마련할 수 있다.

판단중지의 상태란 실은 태풍의 눈과도 같은 상황으로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태풍의 주변부는 너무도 거칠고 위협적이지만 그 중심부는 고요해서 맑은 하늘이 보일 정도로 안정되고 평온하다. 겉으로 보기에 이 중심부는 마치 비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태풍의중심부는 단순하게 비워져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이곳의 비어 있는 상태란 강렬한 태풍을 가능하게 하는 부동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비어 있는 태풍의 내부가 외부로의 강렬한 운동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내부가 더 비워지면 질수록, 태풍의 파괴력은 더 엄청난 법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원환의 중심을 얻는다" (得環中)는 장자의 표현을 통해, 중심에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을 내던져 버리는 물레의 강력한 회전력을 직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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