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최대환 지음 / 파람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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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 우리의 비참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것은 오락이다.
한데, 그것은 우리의 비참 중에서 가장 큰 비참이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고 우리 자신을 서서히 잃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락이 없으면 권태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이 권태는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더 강력한 방법을 찾도록 부추길 것이다. 그런데 오락은 우리를 즐겁게 하고,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죽음에 이르게 한다. (팡세)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것은 쓸쓸한 일이지만 좋은 약이 됩니다. 우리에게 인생을 정면으로 대면하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고, 참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 작별의 자리에서 소크라테스가 가르쳐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되게 철학을 수행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죽음을 연습하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연습하는 것이 삶을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이자, 이를 추구하는 사람만이 삶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삶의 의미는 죽음의 의미를 통찰하는 씨앗 안에서 자란다는 것을 고대 철학의 현인들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스승들이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중세 말기 이래 근대와 현대까지 많은 그리스도교 신앙인의 영적 동반자가 되었던 토마스 아 켐피스(1380~1471)의 『준주성범』에서도다음과 같이 ‘죽음의 연습‘을 통해 영적 회심과 성장에 이르라는 권고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의 너의 삶은 곧 끝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네가어떠한 처지에 있는지 살펴보라. 우리는 오늘 살아 있으나 내일 죽으며, 곧 잊힌다. 오! 사람의 마음은 어찌 그리아둔하고 완고한가! 지금 순간만 생각하고 장래 일은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네 모든 행동과 생각을 함에 있어 바로 오늘 죽을 것처럼 하고 있어라."
- 23장 죽음에 대한 성찰 중 3항

하지만 우리는 『준주성범』에서 삶의 무상함과 죽음 후에 올하느님의 심판에 대한 경고만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죽음을 기억하는 진지함으로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참 기쁨을느끼라는 권면도 발견하게 됩니다.
"죽음의 때에 찾고자 하는 삶의 모습대로 지금 살려고 하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하며 슬기로운가!"
- 23장 죽음에 대한 성찰 중 4항-

지금 주어진 삶을 충실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과 함께,
삶의 마지막에도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이 살아내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삶의 긍정은 죽음을 생각하고 연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에서 자라나는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모든 것은 빛난다』에서 저자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무기력과 탈진의 시대라 일컫습니다. 이런 시대에 각 개인에게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을 바꿀 거창한 계기를 헛되이 기다리거나 자괴감만 남길 자극적 쾌락에 탐닉하는 대신 자신의 일상을 감사와 경이의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더나아가 그런 눈을 가진 이들만이 평범한 일상이 품은 ‘빛나는 순간‘을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소개하는 한 우화가 이러한 삶의태도를 잘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한 지혜로운 스승이 자신의 두 제자를 하산시켜 세상으로 보내며, 만일 ‘세상의 모든 것이 빛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면인생은 복될 것이라 이릅니다. 하산 후 서로 다른 길을 가다.
가 한참이 지나 두 제자가 다시 만났을 때, 한 제자는 세상의좋은 것과 나쁜 것을 다 겪으며 결국은 모든 것이 빛난다는사실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고 씁쓸해합니다. 여기에 다른 제자가 행복으로 빛나는 얼굴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모든 것이 빛나는 것은 아니라네. 다만 빛나는 모든 것이존재하는 것이지."

구약성서 중 지혜문학에 속하는 집회서를 보면 후대인의 시각에서 다윗의 생애를 평가하고 그의 삶을 신앙의 관점에서묵상하는 대목이 나옵니다(집회 47). 그중에 아름답고 감명 깊은 구절이 있는데, 다윗은 자신을 지으신 분을 사랑하였다(집회 47, 8)‘라는 대목입니다. 이 한 구절에 다윗이 겪은 수많은 비극과 고통 그리고 스스로 범한 큰 죄와 오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훌륭한 삶을 살아낼 수 있었던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다윗이 자신을 지으신 분을 사랑하였다는 것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부여받은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뜻이지요.
죄를 고백하고 수치심에 숨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모든 처분을 맡기는 가난한 모습을 보인 것은 참으로 온전하고 올바르게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법을 알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느님 앞에 가난해질 수 있는 것은 그분의 자비를 신뢰하였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윗이 삶의 여정에서겪은 수많은 인생의 사건을 관통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사르트르의 이 명제는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단순한 명제로, ‘인간은 역사와 삶 속에 존재하며, 상상하고 변화할 자유가 있다‘라는 뜻이다. (…) 본질중심의 사고는 실패의 미덕과 모순된다. 만약 실패로 우리가 변화한다면, 실패를 통해 우리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실패 자체로 우리가 누구인지 결정된다고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실패를 인정하면 앞으로 펼쳐질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페팽에 의하면 실존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삶을 가능성으로이해하는 것이며, 한 방향으로만 성공하려 애쓰거나 그 성공을 보존하며 일체의 실패를 허락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대신, 실패를 가능성의 장이 열리는 사건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실패는 더 풍부한 실존적 삶의 조건이 되겠지요.

위대한 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의다음과 같은 멋진 말을 인용합니다.
한 음이 연주되었을 때 그 음이 정확한 음인지 틀린 음인지 알기 위해서는 그 다음 음이 연주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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