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문학과지성 시인선 442
나희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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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넘겨 시를 보고 "아아~"하고 감탄했다. 급하게 포스트 잇에 메모하고 다시 읽어보고 넘겼는데, 음. 그 시가 제일 좋았다. 끝까지 읽었지만, 제일 마음을 누르는 시였다. 시인의 또 다른 시집에 있던 시가 떠오르기도 했고. 일단 제일 좋았던 작품이므로 전문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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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무의 말 

                  나희덕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곧 무거워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관이 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부디 저를 다시 꽃 피우지는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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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꽃피우게 하지 말라는 간절한 마음이 왜 나는 반대로 들릴까. 여전히 불탈 마음의 씨앗이 남아있는 것처럼 들릴까.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까 두려워 스스로를 가두는 마음이 애처롭고 또 조심스럽다. 이미 말랐고, 가늘어질대로 가늘어진, 더 쪼개질 수 없는 시들고 지친 마음을 안아주고 보듬어줄 누군가를 만나시길. 마치 드라마 속 슬픈 여주인공 보며 마음으로 응원하듯이 바라게 되는 시. 

 

이 시를 보며 떠올렸던 시인의 다른 시가 있다. 그건 좀 밝은 시인데. 사랑 앞에 주저하고 조심하는 마음이 비슷한 느낌이 들어 떠올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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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비 내리고 - 편지 1
                             나희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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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힘드실까봐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다니. 이 무슨 어여쁜 사랑의 마음씀씀이란 말인가. 나를 너무 사랑하면 당신이 힘드실까봐 조금 덜 사랑스럽겠다는 말을 이렇게 아름답게 노래하다니. 시인의 사랑은 참, 조심하고 배려하는 사랑이란 생각.

 

<한 아메바가 다른 아메바를>도 좋았다. 지인의 죽음에 대해 연작시 형태로 쓴 시들도 있었는데, 찬찬히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시들인 것 같았다. 다만 좀 1,2,3부로 나뉜 기준을 잘 모르겠고, 한 권으로 묶인 게 좀 어떤 분류인지 의아했다. 다작하는 시인이셔서 각기 다른 작품들을 다 따로 묶기에 애매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세종 독후감 대회 선정도서라서 읽었는데, 독후감 쓰기에는 어려운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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