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전시 찾으시는 분들께 프리다칼로 전 정말 추천하고 싶네요.

저는 미술전공자도 아니고 어디서 티켓을 제공받은 파워블로거도 아니고 그냥 제가  *팡에서 11000원 티켓으로 구매해서 보았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이게 이렇게 좋게 느껴진 것은 사실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디에고 리베라 전이 상대적으로 빈약했기 때문이예요. --;;  한 주 차이로 두 전시 모두 관람했는데 프리다 칼로전이 혹시 먼저 기획되어 중요 작품들이 소마미술관으로 다 빠지고 남은 것만 세종문화회관으로 갔나 싶을만큼 차이가 났답니다. (저만 이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디에고 리베라 전은 다 보고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같은 입장료인 프리다 칼로 전은 그 세 배를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당연히 디에고 리베라 전에 그의 작품이 더 많았는데 디에고는 벽화로 유명해서 벽화를 멕시코에서 뜯어올 수는 없기에 사진으로 재구성한 것이죠. 프리다 칼로는 진짜 작품들이 온 거구요.)

 

총 다섯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작품들이 실물로 눈 앞에 있을 때의 감격은 정말 차원이 다르더군요. 방학기간이라 초등학생도 심지어 유치원 생도 있던데,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보기에는 그래도 초등 고학년은 되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도슨트도 시간에 맞춰 들을 수 있는데 저는 오디오 가이드로 빌려 들었어요. 정말 좋아서 각 전시실을 한 번 다 보고도 또 한 번, 특히 2,3전시실은 세 번이나 더 가서 다시 보았어요. 1949년작 <우주,지구,나,디에고,그리고 솔로틀이 벌이는 사랑의 포옹> 앞에서는 정말 한참 서 있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도 연속해서 두번, 총 세번 들었다는...

 

시간에 맞춰 영화도 상영하고 다큐멘터리도 틀어줘서 원래는 저도 보려고 했는데, 작품들을 다 보고 난 뒤에는 일단 영화는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냥 너무 벅차고 작품들과 오디오 가이드 해설이 마음에 너무 꽉 차올라서 혹시라도 이 마음이 망가질까봐 일단 영화는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 아마도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 영화화 되었을 때 조심스러운 마음 같은 -이었지요. 그런데 퇴장하면서 옆에 분이 이야기 하시는 것을 들으니 영화도 그렇게 감동적이었다네요.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요. 전시 가기 전에 저도 이 영화를 미리 보고 가고 싶어 찾아봤는데 구하기가 어렵더군요. 저도 보고 올 것을 그랬나 살짝 후회도 됩니다. 

 

저는 프리다 칼로에 관한 책들을 미리 두어 권 읽고 갔고 아마 그게 작품을 보면서 좀 더 그녀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게끔 도와줬던 것 같습니다. 혹시 프리다 칼로를 잘 모르시는 분은 미리 책을 통해서나 검색을 통해 충분히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가시길 권합니다.  

 

좋았던 것 중 또 하나는 멕시코 근대 미술을 정리해놓은  제5전시실이었어요. 프리다칼로 전을 통해 오히려 남편 디에고 리베라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디에고 리베라는 부인이 총 4명이었는데 프리다 칼로는 세번째 부인이었어요.) 이전까지는 젊고 예쁜 프리다 칼로가 대체 왜 늙고 뚱뚱한 디에고 리베라를 그렇게 사랑했는지가 이해가 안 갔는데, 멕시코 혁명과 연결지어 보니 그가 대단한 사람이긴 했더군요. 멋있었을 법도 했어요. 300년간의 스페인의 식민지배 후 문맹률이 높던 때 민중의 교화를 위해 예술가들로 하여금 정치적,사회적 메세지를 담은 벽화를 그리게 했는데 이 때 디에고 리베라가 빛났던 거죠. 그 벽화를 그리던 사십세의 혁명가를 스무살의 프리다가 동경한 거구요. 그러나 프리다 칼로를 먼저 알았던 제게는 사실 디에고 리베라는 혁명가이자 천재 벽화가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난봉꾼, 아내의 여동생과 바람난 개망나니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었기에 - 같은 여성의 입장으로서 자꾸 프리다 칼로에게 감정이 이입되어서 --;; 아무튼 멕시코 근대 미술을 정리해 놓은 부분도 참 좋았습니다.

 

프리다 칼로가 멕시코 혁명이 일어난 1910년을 자신의 탄생해로 정했다는 사실은 참 의미심장하죠. 그녀는 혁명가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또 디에고를 사랑한 나머지 Diego 와 운을 맞추기 위해 원래 이름 Frieda를 Frida로 바꾼 것도 참 그렇죠. 디에고를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했으니까요. 삶을 선택한 여자랄까. 끔찍한 사고와 사건들을 겪었음에도 꽃처럼 피어났던 그녀. "나는 아픈 게 아니다. 나는 부서졌다"고 썼던 그 말도 잊혀지지 않고 여운이 내내 남네요. 정말 좋은 전시였습니다. 저는 친구나 아이 동반 없이 혼자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어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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