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P. 12-13, <자기 앞의 생>

 "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 해 주세요?"

"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있는 법이란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P.149, <자기 앞의 생>

그녀는 암소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들이라면서 공기 좋은 노르망디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로자 아줌마의 손을 잡고 앉아 내가 경찰이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헀다. 나 자신이 너무 보잘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가 빨간색 홈드레스를 입겠다고 해서 가져다주었는데, 그 옷은 십오년전 창녀 일을 할 때 입던 것이라서 뚱뚱해진 몸은 도저히 들어가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창녀들이 젊었을 때는 성가시게 쫓아다니지만 일단 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젊은 창녀들에게는 포주가 있지만 늙은 창녀들에게는 아무도 없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늙은 창녀들만 맡고 싶다. 나는 늙고 못생기고 더이상 쓸모없는 창녀들만 맡아서 포주 노릇을 할 것이다. 그들을 보살피고 평등하게 대해 줄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 센 경찰과 포주가 되어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칠층 아파트에서 버려진 채 울고 있는 늙은 창녀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

 

P.307, <자기 앞의 생>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녀가 보고싶다. ...(중략) 사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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