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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랄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 육아 ㅣ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육아서를 읽다보면 이 책에서 가르치는 대로는 못하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괴로운 적이 많았다. 보통 EBS에서 나온 책들이 그랬고,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께서 쓴 육아서적들도 읽으면서 공감은 많이 했지만, 모자른 내 인격으로는 이렇게 하기 쉽지 않아 한숨 쉬곤 했었다. 그럴 때면 육아서는 늘 읽은 후가 더 찝찝한 마음. 이 분은 하셨는데, 나는 왜 안되는가 나의 부족한 자질은 어떻게 채워야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괴로웠었다.
전편인 <불량육아>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두 번째 책도 "쉽게 읽히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될 것 같다. 심각하게 구어체로 써내려 간 책이라서 선호도가 갈리겠지만, 앉아서 한번 붙들고 한두 시간 집중하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군대에 왔다고 생각하고 삼년만 버티고 인내하고 희생하며 기르라는 게 포인트이다.
아이를 책으로 기르려고, 어떻게든 아이에게 읽히려고 노력한 저자의 지난 날들이 아프게 공감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분은 육아의 방식이나 방향에 대해 남편과 전혀 공감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부모가 같은 기준과 방향을 가진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므로 이 분과는 좀 의견이 다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하은이를 혼자 키우신 느낌이다. 또, 난 사실 이렇게 작가처럼 이 악물고 사는 타입이 아니라서 내가 읽고 싶은 책 밤새 읽는 것은 괜찮지만, 아이는 밤에 일정한 시간에 재우기 때문에 작가처럼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작가는 커피 믹스를 타서 마시면서 열두시 넘어까지 읽어주셨다고 했는데, 난 그건 좀. 푸름이 아버님도 하루에 7-8시간씩 엄마랑 교대로 밤새 읽어줘서 영재가 되었다고 했는데, 나는 그것도 어려울 것 같다. 난 그냥 내가 읽는 것을 좋아하므로 나랑 살다보면 스며들듯이 내 아이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한다.
공감되는 포인트도 많이 있었다. 내 아이 책 많이 읽혀서 특목고 보낼려고 하는 거 아니라는 것.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 지금은 돈 없이 키우는 게 지혜라는 것 정도. 글쎄. 내게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난 뭐라고 대답할까. 책을 좋아하는 하고 많은 이유 중에 뭘 대답하면 좋을까. 난 내 아이에게 왜 책을 읽히나.
난 아마 또다른 세상을 열어주고 싶어서. 마음이 괴롭던 시절 책은 내게 그야말로 피난처였다.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걸어들어가 몇 시간이고 빠져들었다가 나오면 마음도 가라앉고 견딜수도 있고 그랬던 것인데. 괴로운 시절을 지나고서도 책은 여전히도 매력적인 딴 세상이어서 밤에 아이들 재우고 혼자 읽는 시간을 누리며 나를 위로한다. 내 아이들도 읽기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하는 간절함은 나 역시 작가와 같다. 그러나 아마 이 분처럼 하긴 어려울 듯. 그리고 책을 이렇게 구어체로 쓰시면 당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