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수업하다가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종종 책을 추천해주는데, 이 책도 지난 주에 아이들에게 소개해준 책이다. 아이들이 왜 책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냐고 킥킥 웃길래 앵무새가 상징하는 게 있다며 노예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흑백 차별이 심했던 미국의 당시 상황을 이야기해줬더니 역시나 눈치 빠른 아이들. 앵무새가 그럼 흑인을 의미하는 거예요? 와우.
"변호사라는 일의 성격으로 보아 모든 변호사는 말이다, 적어도 평생에 한번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건을 맡게 마련이란다. 내겐 지금 이 사건이 바로 그래. 학교에서 이 문제에 관해 기분 나쁜 말을 듣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나를 위해 한 가지만 약속해주렴. 고개를 높이 들고 주먹을 아래에 놓는 거다. 누가 뭐라고 말해도 성을 내지 않도록 해라. .. 배우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건 좋은 거란다."
"아빠 그럼 우리가 이기게 될까요?"
"아니"
"그럼 왜?"
"수백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도 해보지 않고 이기려는 노력조차 포기해버릴 까닭은 없어.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단다. 이번에는 우리가 북부 사람들과 싸우는 게 아니고 우리 친구들과 싸우는 거란다. 하지만 이걸 꼭 기억하거라. 그 싸움이 아무리 치열하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 친구들이고 이곳은 여전히 우리 고향이라는 걸 말이야. "(p.146)
"난 네가 뒤뜰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될거야. 맞출수만 있다면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것을 하면 죄가 된다고 아빠가 말씀하시는 걸 들은 것을 그 때가 처음이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p.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