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집단상담 실물 영접은 시시하게 끝이났다. 함께 모여 이야기하며 마무리하고 같이 점심 식사를 한 건 참 좋았지만, 모인 6명 중 5명이 다음 스케줄이 있었다. 그러니까 함께 더 있고 싶은 사람도 나 혼자였다. 혼자인 집으로 가는 게 조금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집단원들과 조금 더 특별한 관계로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막상 만나보니 그렇게 되지 않을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 강하게 든다.
솔직히 그들과 그런 관계를 진짜 맺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막 해줬으면 좋겠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 못이기는 척하고 친하게 지내줘야지... 이런 마음일 수도...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의 관계들은 보통 이랬던 거 같다.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더 친해지고 싶어요.‘ 이런 말 잘 하는 편인데 상대가 뜨뜨미지근할 때가 많은 거 같다. 오늘 포함. 관계의 주도권이 나에게 없다는 피해의식이 있는 거 같다. 근데 막상 나에게 관계의 주도권이 주어지면 ˝나에게 이 정도밖에 못해?˝하면서 그 관계를 쉽게 끊어냈던 거 같다. 이렇게 써놓으니까 진짜 이상한 사람인 거 같네.ㅎㅎ 이상한 사람은 맞지만~ㅋ 그 원인을 찾고 싶었는데, 원인이 아니라 현재에 집중해야 할 거 같기도 하다.
멘토님이 나는 걱정이 안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난 돌봄 받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 눈엔 내가 너무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게 문제인 거 같다.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한 적 없고 나에 대해 다 말하는 편인데도 그렇게 보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그냥 봐도 도와주고 싶고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은 아닌거 같다. 이 문장을 쓰는데 간만에 나를 혐오하는 마음이 강하게 올라온다. 깊게 숨을 쉬고 바라본다. 비교하는 생각이 이런 마음을 만드는구나. 근데 생각은 자동으로 올라오고, 그 생각 때문에 감정도 자동으로 생기니까 그냥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도 바라보니 감정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마음이 촉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숙제라 생각한다. 온전히 나를 수용하지 못한 거다.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가도 내일이면 또 변하고 지나가 하하호호 할 건데 굳이 말하나 싶기도 하다. 해야하나?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 쓰고는 있으니 괜찮은 건지도...

지금 이런 고민들이 지혜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이면 좋겠다. 그냥 무의미한 허비가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지혜의 길로 향하는 매우 귀중한 기회이지만, 슬프게도 그것은 모두 게으름이나 무의미한 일에 허비하곤 합니다.
To be born as a human being is a very preciousopportunity for progress on the path of wisdom,
but sadly it is all too often wasted in languid lounging or pointless pursuits.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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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3 23:5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툐툐님은 등산 빼고는 걱정이 안되는 분이 맞습니다~!! 툐툐님은 그냥 보지 않아도 도와주고 싶고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

붕붕툐툐 2021-10-24 23:32   좋아요 3 | URL
ㅋㅋㅋ감사합니다~ 오히려 안 봐서 그럴 수도 있어요!ㅋㅋㅋㅋ퓨우~ㅎㅎㅎㅎㅎㅎ

페넬로페 2021-10-24 00:1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툐툐님!
그게 좋은 것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사람들 눈에 너무 잘하고 있는것 처럼 보이는 거요~~
심지가 굳고 흔들림없이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는 거 잖아요^^
그거 쉽지 않아요~~

붕붕툐툐 2021-10-24 23:33   좋아요 3 | URL
ㅎㅎ맞아요~ 그렇게 보이지 않고 진짜 그런 사람이 되는게 숙제인거 같긴 합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말씀 감사해용~^^

mini74 2021-10-24 00:2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흔들릴때도 있고 내가 싫어질 때도 있고 그러다 보면 더 나은 더 편한 내가 되어있을거예요. 누구나 그렇지요 저도 그렇고 ㅠㅠ 제 눈엔 툐툐님 그 자채만으로도 너무나 근사한 분이시지만요 *^^*힘들 땐 좋아하시는 거 드시고 푹 주무세요. 툐툐님 ❤️❤️

붕붕툐툐 2021-10-24 23:34   좋아요 2 | URL
헤헷~ 근사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약간 쭈구리지만, 미니님 말씀대오 점점 좋아질 거라 믿어요!!^^

scott 2021-10-24 01: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힘든일은 내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

툐툐님은 여기 플친님들이 돌봐주고 있으니
걱정 마삼 333

붕붕툐툐 2021-10-24 23:36   좋아요 3 | URL
아이쿵~ 감사합니다~ 북플은 저에게 메타버스 같아요~ 이 안에선 참 즐겁고 행복한데 뭔가 현실과는 접점이 없는 느낌이긴 합니다~ 그래도 스콧님이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미미 2021-10-24 10: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툐툐님의 실행력과 친화력이 부러운데 여기 쓰여진 생각을 하고 계시다니 솔직하고 인간적이기까지 해요!! 더 친해지고파요 툐툐님~(◍•ᴗ•◍)❤

붕붕툐툐 2021-10-24 23:37   좋아요 3 | URL
아이콩~ 우리 미미님 역시~ 따뜻따뜻~ 공감공감~~ 너무 감사해용~🙆

오거서 2021-10-24 11: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붕붕툐툐님의 평소 친화력만 보고서 이면을 못 본 것 같아요. 멘토님은 집단상담이 전문이고 개인상담은 좀 약한 것 같아요. 멘토님의 말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마음이 여린 붕붕툐툐님을 어떻게 몰를 수가 있지?!

붕붕툐툐 2021-10-24 23:38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저 현실에서 부캐활동 중인거 같네요~ 현실에선 강한 척하나?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거서님 제 편 되어주셔서 넘 감사해요~~🙆

공쟝쟝 2021-10-25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아쉬웠겠다. 너무... 그 다섯명은 왜 약속을 잡았던 걸까요. 집단 상담이라는 게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경험도 아닐 테고, 저라도 당연히 더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 시간을 남겨뒀을 것 같은 데... 그 분들에게 느끼는 더 친밀해지고 싶어하는 기대감은 이상한 감정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툐툐님은 이상한 사람이예요.ㅋㅋㅋㅋㅋ 그리고 저의 경우 이상한 사람들을 사랑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토닥토닥 툐툐~ 너무 안이상하려고 하지 마요... ㅋㅋ

붕붕툐툐 2021-10-25 22:5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마구 더 이상해져도 좋을 거 같은 이 느낌, 참 좋네요~😍👍
전 오늘부터 마요툐툐로 살겠습니다~ㅎㅎㅎ😎

2021-10-25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8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