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청소 -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는 당신을 위한 멘탈 처방전
지멘지 준코 지음, 김은혜 옮김 / 다산4.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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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갈라진 틈새로 이따금 우울했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것은 마치 행복을 시샘하는 악마의 발톱인 양 느껴지기도 하고, 현실에 안주하려 하는 나의 나태함을 꾸짖는 따끔한 질책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나는 세월의 그 옅은 틈새를 완전히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아직 알지 못합니다. 하여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우울한 기억들이 평온한 내 삶의 방향타가 되지 않도록 가만가만 다독일 뿐입니다.

 

언젠가 읽었던 <우울한 현대인에게 주는 번즈 박사의 충고>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슬픔은 상실이나 실망을 포함한 부정적 사건을 왜곡되지 않은 방식으로 묘사하는 현실적 지각에 의해 만들어진 정상적 정서인 반면, 우울증은 언제나 어떻게든 왜곡되어 있는 사고에서 비롯된 병이다." 조금 어려운가요? 결국 데이비드 번즈 박사가 하고자 했던 말은 '슬픔은 정상적인 정서인 반면 우울증은 병'이라는 의미이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현실에서 이 두 가지 현상을 확연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너무나도 쉬워 보이는 슬픔과 우울증의 구별이 현실에서는 교묘하게 중첩되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심각한 병으로 몰고 가기도 하지요.

 

"스트레스는 한 번에 큰 덩어리가 쿵 하고 덮쳐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작은 스트레스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 날 갑자기 질병처럼 몸과 마음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병도 생활 습관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셍활 습관병은 식습관, 음주 습관, 수면리듬, 체중 관리 등 일상 습관을 조금만 개선하면 피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울적해졌을 때, 간단한 방법으로 마음을 미세하게 조정하면 마음의 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p.7~p.8)

 

스포츠의학 박사이자 일본 최고의 멘탈테라피스트로 알려진 지멘지 준코의 책 <감정 청소>는 우울증 예방을 위한 핸디북 정도로 읽혔습니다. 잡다한 설명이나 예시도 없이 '각종 스트레스로부터 마음을 지키고, 울적해진 마음을 재빠르게 회복시키며, 애초에 울적해지지 않는 마인드 유지를 위한 34가지 요령'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목차만 보아도 책의 내용을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1장 '감정회복이 빠른 사람들의 사고방식', 제2장 '울적해지지 않는 아침, 점심습관', 제3장 '울적해지지 않는 저녁습관', 제4장 '울적함이 확 줄어드는 기술', 제5장 '금방 울적해지는 사람을 위한 처방전'이 그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방송이든 다른 매체 어디에서든 저자의 처방 중 몇몇 가지에 대해 한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테면 '일부러 웃기', 큰소리 내기', 가볍게 산책하기','바나나 먹기' 등 일상에서 울적한 기분이 들었을 때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말이지요.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하거나 맞춰 주려고 하면 자기 자신에게 소홀해져 지치게 됩니다. 자신에게 기분 좋은 대화법을 취해 보세요. 언제나 참지만 말고 우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상대와의 대화가 원활해지며, 결과적으로 상대를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당신이 어떻게 하고 싶고 되고 싶은지가 인간관계의 기본입니다. 결국 정답은 나에게 있습니다." (P.190)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슬픔이나 스트레스가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고 우리의 몸을 자연스럽게 통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들이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마음 밑바닥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간헐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는 있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말이지요.

 

앞에서도 말했던 데이비드 번즈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고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행동들이 불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당신은 놀랄 것이다." 라고. 대부분의 분노나 스트레스는 불공정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것이지만 결국 그것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고 자신의 마음 안에서 제멋대로 만들어진 환상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만든 절대 불변의 기준들, 예컨대 진리, 정의, 공정 등의 개념이 혹여라도 잘못 만들어진 것이라면 당신은 그 잘못된 기준에 의해 타인을 마치 범죄자인 양 취급했다는 것이지요.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 각 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들 간의 TV토론이 열리고 있습니다. 며칠 전 토론에서 어느 후보는 다른 후보를 향해 그러더군요. '주적(主敵)'이라고. 마음 속에서 만들어진 잘못된 개념에 의해 상대방을 원수 대하듯 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저런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결국 그는 상대방을 해롭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병들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먼 훗날 알게 되겠지요. 중병에 걸려 오늘 내일 할 때 말이지요. 이 좋은 계절에 기분 좋은 생각만 하기에도 짧은 시간입니다. 즐거운 주말 휴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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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일인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날씨도 춥고 딱히 한눈을 팔 이유도 없었던 겨울철에는 서둘러 운동만 하고 내려왔었다. 그래서인지 산을 오르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과 운동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합쳐 지금보다 족히 20여 분은 적게 걸렸던 듯하다. 가뜩이나 바쁜 아침 시간에 20분은 결코 허투루 볼 일이 아니어서 나는 요즘 산을 벗어나자 마자 동동거리며 서두르곤 한다. 내 시선을 유혹하여 바쁜 아침 시간을 더욱 바쁘게 만든 것은 바로 요즘 한참 예쁘게 피어나는 봄꽃과 나날이 푸르러지는 나무들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온갖 꽃들의 유혹에 발이 묶여 한참을 서성거렸다. 바람에 섞여 오는 솔 향기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청설모며, 이름도 모르는 들꽃들에 홀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얗게 싸리꽃이 피었다. 조금 더 지나면 길 위에 떨어진 벚꽃잎을 밟으며 길 옆에 피어나는 찔레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자연을 탐닉하는 까닭도 따지고 보면 인간 세계의 추악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늘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사도 역시 그런 것들뿐이다.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가 안철수 국회의원 사무실 직원들이 마치 자신의 개인 비서라도 되는 양 기차편 예매, 강의료 관련 서류 정리, 강의 자료 검토, 강연 아이디어 제공 등 사적인 잡무를 지시하는 바람에 5년 동안 23명의 보좌관이 교체되었다고 하는 기사.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이영선을 자신의 보좌관처럼 대동하고 다녔던 최순실이 떠오른다. 보도가 되자 마지못해 사과를 한 모양이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씨 또한 갑질을 했나 보다. 도배를 요구하는 바람에 당직실에서 이틀간 머무르게 했다니... 그들에게 불법행위는 밝혀진 것들에 한해서만 준용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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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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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거나 진한 감동이 몰려 오는 건 아닌데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나갈 때마다 마음 저 밑바닥으로부터 자박자박 짠한 슬픔이 차오르는 책이 있다. 대개 그런 감정이 드는 까닭은 나의 마음을 가만가만 주무르는 작가의 문체 때문인 듯도 하고, 몇 마디 위로의 말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서 요전에 있었던 몇몇 일들을 떠올리며 감정 과잉의 상태에 돌입하기 때문인 듯도 하다. 이럴 때 나는 구르는 낙엽만 보아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던 열일곱 감수성이 되살아 난 듯해서 괜히 무안하고 쑥스러워진다.

 

김신회 작가의 최신작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도 그런 책이다. 올해로 방송 작가 경력 18년차라는 작가의 이력이 말해주듯 작가는 자신이 즐겨 보던 만화『보노보노』를 소재로 자신이 생각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인생에서 마주치는 꿈과 명예, 우정, 사랑, 가족, 소심함 등 그녀가 생각했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간다.

 

"보노보노, 살아 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 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겠지?" (p.15)

 

작가의 이야기는 줄곧『보노보노』의 한 장면에서 힌트를 얻고 그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알다시피 『보노보노』는 1986년에 출간되어 1988년 고단샤 문화상 수상 후 30년 넘게 연재를 이어오고 있는 네 컷 만화이다. 2017년 현재 41권까지 출간되는 동안 전 세계를 통틀어 1천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995년 서울문화사에 의해 정식으로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벌써 20여 년이나 지났다.『보노보노』 가 일본에서 태어난 지 서른 해가 되어가는 동안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도 이제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자고로 어른을 위한 취미란 잔잔한 일상에 돌멩이를 던지는 작은 반란이기를. 시간을 쪼개서 취하고, 시간을 쪼개서 넘어지고, 시간을 쪼개서 덕질을 하면서 살 수 있기를. 창피함이 주는 즐거움은 의외로 크지 않은가. 그렇게 시간을 쪼개서 놀다보면 어른에게도 취미라는 게 생길 것이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까지 하고 싶은 것, 그게 취미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더 많은 어른들이 취미를 핑계로 '놀이'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부리 아빠의 말을 가슴에 품고. 어른이란 말야. 어딘가 아이 같은 데가 있는 법이야." (p.279)

 

사회에 진출한 어른들도 정신없이 빠져드는 만화, 이를테면 <미생>이나 <보노보노>와 같은 것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보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껶게 되는 어른의 삶에서 나에게는 없고 작가를 비롯한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그런 경험이 뭐 그리 많겠는가. 그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즐겨 읽는 만화에는 누구나 겪었음직한 보편적인 이야기들이 꾸미지 않은 수수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던가. 우리는 손 안에 쥐어진 자신의 행복은 무시한 채 헛된 욕심만 꿈꾸느라 아까운 세월만 흘려보내는 건 아닐까.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걸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문득 어른이 되었음을 깨닫게 되는지도 모른다. 마음속의 작은 새를 돌려보내기로 마음 먹는 제제처럼 어느 순간 우리는 어른이 된 자신을 발견하지만 그것은 사는 데 그닥 자신이 없는 '서툰 어른'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잘 사는 것'에서 한 발짝 멀어진 듯 느껴지고 거리에 나설 때마다 자신이 없어 어깨를 움츠리게 된다. 전 세계 천만 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아기 해달 보노보노의 이야기는 남들보다 씩씩하거나 밝지 않아도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공감하며 그 속에서 따뜻한 위안을 느끼는 게 아닐까.

 

"나 역시 보노보노를 읽는 밤이면 생각한다. 이런 밤은 둥그런 무언가가 이마 위에 살짝 붙어 있는 것 같다고. 그런 밤은 부드럽고 푹신하고 흐물흐물한, 마치 보노보노 같은 쿠션을 껴안고 자는 기분이 든다." (p.314)

 

'어른이라면 당연히 이러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누군가 나도 모르게 세워놓은 당위의 기준이 너무 높아서, 우리는 매번 그 기준에 부합하기는커녕 그에 반도 미치지 못해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어려움 없이 척척 잘도 해나가는 듯해서, 나만 혼자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그러다 문득 만화 속 주인공도 나처럼 힘들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솔직하게 말하는 걸 보면서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았던 감정이 나도 모르게 솟구치는 건 아닐까? 자박자박 슬픔이 차오르는 책을 이따금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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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거짓말이야 늘 있는 일이고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국민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나는 사실 안철수 의원이 정치계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그를 지지했었다. 그것은 아마도 '청춘 콘서트'의 영향이 컸지 않나 싶다.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은 소외 지역의 대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자 토크 콘서트를 하게 되었다는 그의 순순한 뜻이 좋아보였다. 그는 마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처럼 보였다. 그에 대한 지지는 최근까지 이어졌었다.

 

그의 실제 모습을 알고서 크게 실망했던 건 최근의 일이다. '사드 배치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되므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2016.07)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정치에 때가 묻지 않은 신선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누가 뭐라 하든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결기가 있어 보였다. 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만나 '한미 공동실무단 운영보고서'에 사인을 했던(2016.10.20) 제48차 한미안보협의회 이후에도 그는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이것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덮는 게 큰 문제"(2016.11.13)라고 했었다. 그랬던 그가 최근에 와서는 돌연 태도를 180도로 바꿨다. '지난해 10월 20일 양국이 합의문에 서명을 했으니 이제 되돌릴 수 없고 받아 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이다. 그는 2017년 1월 16일자 논평에서도 "사드 배치 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 오락가락 하는 것이 국민 보기에 민망하고 부끄럽지 않은지"라며 상대 당 후보를 비판했었다.

 

어제 같은 당 소속의 박지원 의원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했던 변명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없는 말을 지어서 하다 보니 그의 말은 시종일관 횡설수설 논점이 없고, 했던 말을 무한 반복하는 등 시간 끌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비로소 내가 사람을 잘못 파악했다는 걸 절감했다. 나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를 접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혹시나 싶어서 '안철수 거짓말'을 검색해 보니 인터넷에는 정말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많은 정보가 넘쳐 났다. 심지어 <안철수의 거짓말>이라는 책까지 나와 있었다.(저자 김구현, 2013)

하루 평균 자살자수 37명, OECD 회원국 중 12년째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에서 신입 정치인마저 이렇게 거짓말을 밥 먹듯 지껄인다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지 않겠는가. 평균 38.9분마다 1명이 자살로 사망하는 암울한 국가에서 희망을 미끼로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자가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잠시나마 눈이 멀어 그를 지지했던 나 또한 부끄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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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7-05-1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난해 10월 20일 양국이 합의문에 서명을 했으니 이제 되돌릴 수 없고 받아 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이다. << 이게 왜 말도 안되는 변명인가요? 궁금합니다. 그럼 서명을 취소할 수 있다는건가요?

꼼쥐 2017-05-19 13:44   좋아요 0 | URL
그렇게 생각했더라면 합의가 되었던 2016년 10월 이후에도 반대를 하지 말았어야 옳겠죠. 2016년 11월에도 그는 찬성을 하지 않았었는데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적극적인 사드 찬성론자처럼 바뀌었다는 게 문제죠. 정치인은 뉴욕 뒷골목의 쓰레기와 같다지만 이건 너무나 속이 보이는 행태이지 않았나 싶어요.

00 2017-07-2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신을 미화하기 위한 거짓말이나 잘못을 덮으려는 거짓말은 그래도 이해가 가는데..

의미없는 거짓말도 하더만요.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가족도 모르게 입영열차를 탔다는 둥 여자나오는 술집을 모른다는 둥 이런 쓰잘데기 없는 거짓말은 왜 하는 걸까요?

근데 책까지 있는건 쇼킹하네요..

꼼쥐 2017-07-26 16:00   좋아요 0 | URL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했으면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정도가 되었을까요.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는 야망이 있다면 자신부터 돌아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어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도 있지만.
 
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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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자질 중 밑바탕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인간에 대한 편견이나 자기 주장이 없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달리 말하면 관대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예컨대 자기 기준에 빗대어 '어떻게 이런 인간이 있을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그(또는 그녀)가 쓰는 소설의 인물들은 지극히 편협하거나 평면적인 소설이 되고 말 것이다. 소설가 자신이 사회 경험이 풍부하거나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의 교류가 있어 왔다고 해서 인간에 대한 편협함이 희석되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선천적이거나 지극한 자기 수련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소설의 리얼리티도, 처음 몇십 페이지로 신용을 얻을 수 있다면 나중의 백 페이지는 무엇을 쓰든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나서는 인간을 쓸 때 절대로 편 가르기를 하지 않습니다. 남자니까, 여자니까, 젊으니까, 늙었으니까, 경찰관이니까, 학교 선생이니까, 하는 편 가르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전부 평등하다고 생각합니다." (p.140)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버라이어티>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의 구성은 참으로 다채로워서 '역시 오쿠다 히데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버라이어티>에는 주제와 길이도 제각각인 단편소설 6편과 대담 2편, 월드컵 축구 관람기가 실려 있다. 연작 단편 '나는 사장이다'와 '매번 고맙습니다'는 15년간 다닌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광고 기획사를 차린 38세의 사장 나카이 가즈히로가 세상과 타협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권력을 가진 자가 조금이라도 악의를 품으면 밑에 있는 자들은 잠시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유명한 회사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당연한 것을 몰랐다. 어쩌면 자신을 원망하는 업체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아니, 있을 것이다. 밟고 선 자는 밟힌 자의 고통을 모른다. 가즈히로는 자신의 부족한 상상력을 잘 알게 되었다." (p.58)

 

단편 '드라이브 인 서머'는 운전을 할 줄 모르는 남편 노리오가 아내 히로코에게 운전을 맡긴 채 가는 혼잡한 귀성길에서 겪는 한바탕의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어찌 보면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한참 읽다 보면 작가가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위트와 유머를 섞어 조금 과장되게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내 히로코는 그들의 7인승 벤츠에 다양한 사람들을 태운다. 히로코에게 추파를 던지며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는 청년, 자신만 빼고 해외 여행을 떠난 것에 격분하여 며느리 욕을 쏟아내는 할머니, 에어컨도 없는 낡은 차에서 옮겨 탄 장난꾸러기 아이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식칼을 들고 뛰어든 사내 등.

 

"탤런트 위주의 드라마나 플롯이 탄탄한 소설도 좋지만 저는 인간의 애매함, 해학 같은 디테일을 섬세하게,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리는 소설을 더 쓰려고 합니다." (p.265)

 

남편의 폭력과 자신이 진 과도한 빚으로 인해 어린 아들과 함께 도망쳐 나와 아타미 역 근처의 식당에서 위장 취업을 한 에이코. 말벗도 없이 늘 질책만 당하는 교코. 어느 날 식당에 찾아온 두 명의 형사에 의해 옴 진리교의 특별수배범을 숨겨주었다는 죄목으로 교코가 체포되고... 에이코 또한 노심초사한다는 내용의 '더부살이 가능'과 남자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밖에서 보내겠다고 하는 고등학생 딸을 둔 엄마의 내적 갈등을 그린 '세븐틴', 그리고 보조바퀴를 떼어 낸 두 발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고 싶어 하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 마사오의 이야기를 그린 '여름의 앨범' 등 이 책에는 작가가 쓴 다양한 주제의 단편이 실려 있다. 특히 '여름의 앨범'은 '작가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라고 한다.

 

작가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는 두 인물인 배우 '잇세 가타'와 각본가 '야마다 다이치'와의 대담도 흥미롭다. 작가는 자신에게 있어 창작의 근원은 집단 속에서 느끼는 '위화감' 또는 '소외감'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일은 '동료를 찾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자신을 찾는 게 아니라 '동료를 찾는 것'입니다(웃음). 웃음도, 분노도, 수치심도 천양지차입니다만 어딘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고, 글을 써서 발표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속에서 특히 이 부분은 알아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알아주는 듯한 반응의 편지를 받으면 정말 기뻐요. 아아, 쓰길 잘했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죠." (p.261)

 

소설을 쓰는 원동력이 '위화감'이나 '소외감'이라는 말에 백번 천번 공감이 간다. 소설가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관찰자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설가는 고독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각각의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자발적 고독이야말로 소설가를 소설가답게 하는 그들의 정체성인 셈이다. 자신의 기준에서 볼 때 속이 터지는 어떤 인물을 만났을 때 충고를 통하여 자신의 방식으로 변화를 유도하거나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또는 그녀)는 결코 소설가가 될 수 없다. 편견 없이 관찰한다는 것, 제삼자의 입장을 견지한 채 그저 바라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처럼 성마른 놈이 소설가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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