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일인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날씨도 춥고 딱히 한눈을 팔 이유도 없었던 겨울철에는 서둘러 운동만 하고 내려왔었다. 그래서인지 산을 오르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과 운동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합쳐 지금보다 족히 20여 분은 적게 걸렸던 듯하다. 가뜩이나 바쁜 아침 시간에 20분은 결코 허투루 볼 일이 아니어서 나는 요즘 산을 벗어나자 마자 동동거리며 서두르곤 한다. 내 시선을 유혹하여 바쁜 아침 시간을 더욱 바쁘게 만든 것은 바로 요즘 한참 예쁘게 피어나는 봄꽃과 나날이 푸르러지는 나무들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온갖 꽃들의 유혹에 발이 묶여 한참을 서성거렸다. 바람에 섞여 오는 솔 향기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청설모며, 이름도 모르는 들꽃들에 홀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얗게 싸리꽃이 피었다. 조금 더 지나면 길 위에 떨어진 벚꽃잎을 밟으며 길 옆에 피어나는 찔레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자연을 탐닉하는 까닭도 따지고 보면 인간 세계의 추악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늘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사도 역시 그런 것들뿐이다.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가 안철수 국회의원 사무실 직원들이 마치 자신의 개인 비서라도 되는 양 기차편 예매, 강의료 관련 서류 정리, 강의 자료 검토, 강연 아이디어 제공 등 사적인 잡무를 지시하는 바람에 5년 동안 23명의 보좌관이 교체되었다고 하는 기사.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이영선을 자신의 보좌관처럼 대동하고 다녔던 최순실이 떠오른다. 보도가 되자 마지못해 사과를 한 모양이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씨 또한 갑질을 했나 보다. 도배를 요구하는 바람에 당직실에서 이틀간 머무르게 했다니... 그들에게 불법행위는 밝혀진 것들에 한해서만 준용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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