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 - 품격을 키우는 리더의 사람 공부
조윤제 지음 / 다산라이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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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는 자세도, 그 느낌도 사람마다 다 다르지 않을까요?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은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할 수도 있고, 또 어느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일 수도 있겠지요. 하루에 주어지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각자가 체감하는 시간의 경과는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일상이 소중한 사람에게는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흘러갈 테고 일상이 지겨운 사람에게는 시간의 흐름이 그만큼 더디고 지루한 것일 테지요.

 

새벽 5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근처의 산을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는 그날 그날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곤 합니다. 계절의 변화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흘러갑니다. 나는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산길을 걸으며 영속하는 자연의 순환 속에 있는 인간 존재에 대해 이따금 생각하곤 합니다. 기껏해야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의 삶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한 게 아닌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에 이를 때면 나는 무척이나 겸손해집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늘 지금이 전부이고, 우리가 만나는 귀인은 늘 눈앞에 있는 사람이지.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미래를 변화시키는 기본이라고 생각해." (p.224)

 

조윤제의 <논어 천재가 된 홍 팀장>을 꽤나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20대의 젊은 시절이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듯한 책입니다. 젊은 시절의 나는 현란한 수사와 정곡을 찌르는 말에 늘 현혹되곤 했습니다.『논어』와 같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밋밋한 문장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논어』는 그야말로 인간의 삶 속에서 건져낸 지혜의 정수이자 삶의 정화라는 걸 미처 몰랐기 때문입니다. 장미의 화려함에만 눈길이 갈 뿐 국화의 소박함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진정한 아름다움과 변하지 않는 진리는 평범함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되는 요즘, 논어의 문장 하나하나는 음미할수록 향기가 더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논어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길'을 가르쳐주는 책이야." (p.48)

 

'품격을 키우는 리더의 사람 공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조직의 초보 리더가 된 사람들을 위해서 쓰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초보 리더에게 필요한 것으로 '사람과 상황에 대한 통찰력과 그것을 얻기 위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꼽고 있습니다.『논어』는 이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최적의 책이라는 것이지요.

 

"협조하되 창의적인 개성을 존중하고(화이부동, 和而不同), 공부하는 조직을 만들고(유교무류, 有敎無類), 내면의 실력뿐 아니라 멋진 표현력도 갖추고(문질빈빈, 文質彬彬),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중용의 정신으로(과유불급, 過猶不及), 스스로를 성찰하고 상대를 배려하며(극기복례, 克己復禮), 말보다 실천을 앞세워 신뢰를 얻고(눌언민행, 訥言敏行), 곁가지가 아닌 일의 핵심을 아는 능력(본립도생, 本立道生), 바로 조직이 원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p.9)

 

1부 '변화', 2부 '사람', 3부 '말', 4부 '마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유통기획팀의 홍 팀장이 좌천이나 다름없는 악성채권관리팀으로 발령이 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 팀장의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간 상태였습니다.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한 홍 팀장을 구한 사람은 공 부장이었습니다. 공 부장은 홍 팀장에게『논어』를 권합니다. 자신을 악성채권관리팀으로 보낸 이 부장에 대한 원망과 현실에 대한 좌절감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홍 팀장도『논어』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공 부장과 나누면서 서서히 변해갑니다.

 

"큰 위기의 순간에 읽는 책은 운명적 만남과 같다고 생각해. 이미 읽었던 책이라도 아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거든. 책의 글자가 살아서 튀어나온다고나 할까, 실제로 나는 그런 일을 몇 번이나 경험했어. 심지어 꿈에서 공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니까 말이야." (p.113)

 

이상한 일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평범한 말에 숨은 깊은 의미를 깨달을 때가 새로운 지식을 얻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아지니 말입니다. 그것은 대개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잇는 유명인이 했던 말은 아닙니다. 예컨대 속담이나 격언, 어렸을 적 고향 어르신으로부터 들었던 투박한 말 등 생활 속에서 늘 들어왔던 평범하기 그지없는 말들입니다. 나는 『논어』를 원전으로 읽었던 적은 없습니다. 몇 번 시도를 해본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고 말았지요.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메우는 것이 바로 변화이고, 메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공부거든. 『논어』에서 가르쳐주는 것 또한 그거야. 평범한 사람도 노력하면 이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철학이 바로『논어』야." (P.135)

 

KBS와 MBC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국정원과 전 정권의 언론장악 문건이 속속 발견되고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여러 문화 예술인, 언론인 등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말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극한을 넘어선 행위들을 서슴지 않고 저질러왔던 것입니다. 그것이 마치 정의인 양 행동하기도 했지요. 그런 자들의 편에 서서 자신의 이익을 취한 자들도 많았습니다. 몇 달째 월급도 없이 파업을 강행하던 동료들을 배신하고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기꺼이 악의 편에 섰던 배현진 아나운서나 김성주 아나운서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논어』 '헌문' 편에 나오는 말이지요. '완성된 인간은 어떤 사람'인지 묻는 자로에게 공자가 대답합니다. "見利思義 見危授命" '이익이 될 일을 보면 의로운지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운 것을 보면 목숨을 바치라는 뜻이지요. 나도 또한 미숙한 인간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사사로운 이익에 눈과 귀를 막는 비열한 인간은 아닌 듯합니다. 금수만도 못한 인간에게 공자의 말은 '쇠귀에 경 읽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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