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결정 발표와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성주군민을 보면서 들었던 솔직한 심정은 이런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왜 매번 그와 같은 중요한 결정에 앞서서 국민들의 동의를 먼저 구하지 못하는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정부의 무능함에 화가 솟구쳤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공청회다, 주민들 의견 수렴이다, 전문가의 설명회다 해서 주민들을 만나 수차례 설득하고 최종적으로 주민들과의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정책을 결정하는데 같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왜 그게 안 되는가 말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후 국민들에게는 우리가 알아서 이러이러하게 정했으니 너희들은 그저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관료주의적 발상을 언제쯤에나 버릴 수 있을지 참으로 한심할 뿐이다. 어떤 돌대가리가 그런 고릿적 발상을 했으며 그걸 따르는 놈들은 대체 어떤 놈들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왜 그걸 모르는지 답답하다. 도대체 이게 뭔 꼴인가. 사드 문제로 나라 전체를 벌집 쑤시듯 쑤셔 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비애국자로 매도하는 걸 보면 정부 관료라는 작자들의 인식이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경상도 지역이라서 그런지 언론도, 정부도 그렇게 극렬하게 반대하는 주민들을 빨갱이로 매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늘 국방부 장관과 총리가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상주를 찾았다가 봉변 아닌 봉변을 당한 모양이다.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국방부 장관과 총리가 사드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드 배치 후 가족들과 함께 1년쯤 상주에서 살아보겠노라 약속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프랑스 니스의 테러로 전세계가 뒤숭숭한데 사드 문제에만 골몰하다가 니스 테러와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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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6-07-15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국민들 의견을 물어볼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왜 우리는 늘 일을 섣불리 벌려놓고 그 ‘뒤치닥거리’에 온 국력을 낭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백년하청입니다. 구한말이나 21세기 지금이나 대한민국 헬조선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장차 대한민국/헬조선이 망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역사가 먼저 종말을 고할 것입니다.

꼼쥐 2016-07-16 11:02   좋아요 1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국민들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게 고위 관료나 정부 부처의 수장들의 낯을 깎거나 자존심을 구기는 일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물론 국민들이 개 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억의집 2016-07-15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번 찍는 지역이라 사드를 배치한다고 해도 넙죽 받아줄 줄 안 거 아닐까요? 마을회관에 닭사진 큰 거 걸어놓은 거 보니.... 우상 숭배가 북한과 같은 수준인데, 닭이 그렇게 해라 이러면 네네하고 개처럼 꼬리칠 줄 알았던 거죠. 닭정부는 나향욱처럼 국민을 특히 경상도민을 개로 보는 거죠. 꼬리 흔드는 개!

꼼쥐 2016-07-16 11:05   좋아요 1 | URL
아마 그렇게 판단하겠죠. 자신들이 결정하고 발표를 한다 해도 잠깐 반항하다가 금세 수그러들겠지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조금 심각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테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는데 그들 뜻대로 풀려나가지 않는 거겠죠. 이런 일이 전라도 쪽에서 벌어졌다면 아마도 언론을 통하여 빨갱이라는 둥, 매국노라는 둥 난리가 났을 겁니다.

겨울호랑이 2016-07-15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대로 사드배치를 비롯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많이 아쉽습니다. 지금 이 과정도 더 나아지는 과정이라 생각해야 할까요..

꼼쥐 2016-07-16 11:10   좋아요 1 | URL
결국 지금의 여당은 이제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실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정당이었죠. 이제 국민들의 의식도 높아졌고 안보 프레임이나 지역색으로는 먹히지 않는다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동안 지탱했던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더이상은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사분오열 되는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이미 보고 있으니까요. 마지막 발악 정도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멋대로 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게 마지막일 듯.

우민(愚民)ngs01 2016-07-16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월이 흘러 시대가 변하고 국민들의 정보력과 사고력들도 다 발전했는데 이 정권은 아직도 60년대나 70년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니까 세월호 문제도 아직 진행형이고 국익을 위해 희생하라는 막가파식의 발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실에 입각해서 공청회도
열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꼼쥐 2016-07-21 14:17   좋아요 1 | URL
옛시절에 대한 향수로 버티는 정당이 새누리당임을 감안한다면 그것도 이번 정권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시대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호가호위 하면서 잘 살았던 거죠.

겨울호랑이 2016-07-1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보면 사건의 반대편에는 생각하지 못한 숨겨진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드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지..... 그래도 정부 덕분에 국민 의식은 많이 깨어났습니다. 고마워해야할 일이지요. 대가가 조금 많이 비싸서 그렇지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꼼쥐 2016-07-21 14:19   좋아요 1 | URL
대가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비쌌던 게 사실이죠. 하지만 앞으로의 변화가 확실한 거라면 감수해야 하겠지요. 김진명 작가의 `싸드`가 잘 팔린다는 걸 보면 국민들 의식도 많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