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마음 - 정말지 수녀의
정말지 글.그림 / 쌤앤파커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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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은 '무슨 재미로 사느냐?' 는 것이다. 내 생각이 궁금해서 묻는 질문일 수도 있고 대답이 필요 없는 그들 나름의 단순한 안타까움의 표현일 수도 있다.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지만. 암튼 나는 좋든 싫든 그런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때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상대방을 그저 멀뚱히 쳐다보게 된다. 나의 이런 행동은 더 이상 그런 질문은 받고 싶지 않다는 시위일 수도 있고, 마땅한 대답을 생각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렇게 묻는 사람들은 내가 마치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 학파 출신이라도 되는 양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세계는 로고스와 질료로 되어 있다'고 외쳐야 하는 건 아닌지, '지금이라도 당장 파토스(pathos)를 멈추라'고 그륻을 설득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그들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 입 다물라!'가 되겠지만.

 

그들이 그렇게 묻는 이유는 명확했다(내 생각에는 단순한 것이지만). 술은 체질적으로 먹지 못하고, 올해 초부터 담배도 끊었고, 그렇다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맨송맨송한 정신으로 노래방을 찾을 리도 만무하고, 주말부부로 살면서 모르는 여인과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니 그들 눈에는 내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인간으로 비칠 밖에. 그들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나 역시 그들처럼 말했지 싶기도 하고 심하게는 '재수없는 놈'이라고 칭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틈만 나면 책이나 읽어대니 더더욱...

 

<바보 마음>을 쓴 정말지 수녀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우리 영혼이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함몰되지 않도록,

그리하여 오롯이 '지금 여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남의 시선이나 외부의 평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보다

자기 마음의 소리에 더 집중해야 할 일입니다." (p.53)

 

마음이 온통 어지러운 날에는 회초리 삼아 이런 종류의 책을 즐겨 읽는다. 도시에 묶여 살면서 야마오 산세이처럼 '여기에 사는 즐거움'을 논할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버리고 '무소유'를 주장할 것도 아니기에 어찌 됐든 마음을 다스리고 가라앉혀서 나름의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녀님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쉽게 용서하고 쉽게 잊어주는 '바보 마음''이라고 하신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 옆길로 새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사는 재미라... 사는 재미가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언뜻언뜻 생각하면서.

 

"사는 것은 넘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넘어집니다.

이 넘어짐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일어서는 것이지

넘어지는 횟수에 있지 않습니다." (p.229)

 

내가 생각해도 나란 인간, 정말 재미없게 산다. 새벽부터 일어나 운동하고, 꼬박꼬박 밥 챙겨 먹고, 술도, 담배도, 도박도, 연애도, 게임도 하지 않고, 그야말로 '바른생활 사나이'가 따로 없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라고 내게 묻는다면 조리있게 대답할 자신은 없다. 어떤 목적을 생각하여 스스로를 옥죄고 절제하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게 편할 뿐이다.

 

"촛불의 역할은 어둠을 밝히는 것이지요.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면 누군가는 길을 찾고,

누군가는 글을 읽고,

누군가는 일상의 일을 하겠지요.

그렇게 내가 쓰이고 닳아 없어짐으로써

누군가의 삶에 빛을 던져주는 일.

그 일을 하고 싶고

그 소명으로, 그 '죽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p.263)

 

내일이면 벌써 금요일, 일주일이 어찌나 빨리 흐르는지... 낮에 또 누군가가 '주말에 뭐하세요?' 내게 물었었다. 나는 그때 우물우물 자신없는 목소리로 '글쎄, 책이나 한 권 읽을지...' 했었다. 내 기준은 그들의 잣대에서 번번이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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