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허리를 다쳐 고생하고 있다.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살았던 요 며칠 동안 나는 그동안 알지(엄밀히 말하자면 체감하지) 못했던 몇몇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법이니까.

 

일의 시작은 마트에 장을 보러 갔던 월요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주로 월요일에 일주일 먹을 식량(그래 봐야 혼자서 몇 끼 먹는 것에 불과하지만)을 구입하기 위해 근처 마트에 들르곤 한다. 그날도 마트에 들러 생수며 과일이며 (비상식량 성격의)라면이며 (아침 식사 대용으로 쓰일)떡이며 몇몇 필요한 것들을 사서 짧은 시간 안에 장보기를 마쳤었다. 늘 하던 일이니 더 오래 머물 이유도 없었다. 물건을 골판지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 조수석에 실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물건을 꺼내려는데 옆에 주차된 차와의 간격이 너무 좁아 어쩔 수 없이 운전석쪽의 문을 통해 박스를 꺼내야 했다.

 

박스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조수석에서 운전석을 지나 문을 통과하기까지 불편한 자세로 용을 써야 했다. 상자를 두 손으로 들고 집(숙소는 아파트 2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까지 운반하여 냉장고에 넣을 것은 넣고 무사히 정리를 마쳤다.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던 것 같다. 다음 날 늘 하던 대로 아침운동을 나갔는데 그때부터 뜨끔뜨끔 아프기 시작했다. 어찌나 아프던지 윗몸일으키기는 아예 한 번도 하지 못한 채 산을 내려왔다.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설 때부터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어찌나 아프던지 엉거주춤한 자세로 발을 질질 끌고 다녀야 했다. 허리에 도통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허리를 곧게 펼 수조차 없었다. 이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점심을 먹고 약국에 들렀다. 파스라도 붙여볼 요량으로. 화장실에서 파스를 덕지덕지 붙였다. 조금 나아지는가 했는데 마음뿐이지 상황은 점점 악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밤새 찜질팩을 허리에 두르고 씨름을 했다. 그 덕분인지 오늘은 그나마 조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통증은 계속되고 있지만 말이다. 파스를 있는 대로 다 붙였더니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한동안 앉아 있다 일어설라치면 의자 팔걸이를 붙잡지 않고서는 곧바로 서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살면서 허리가 아팠던 적은 한두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하게 앓았던 적은 아마 없었던 것 같다. 몸을 잘 관리해온 덕분이겠지만 그런 까닭에 오히려 몸을 아무렇게나 굴려온 게 아닌가 싶다. 건강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불러온 참화 앞에서 나는 조금쯤 자책을 했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반성을 했다. 허리를 펴지 못한 채 오직 다리 힘만으로 걸으려니 찌르르 감전된 듯 발끝까지 저려왔고 밤에는 손도 저렸다. 오죽하면 몸에 걸쳤던 코트의 무게조차 느껴질 정도였다. 허리가 떠받치는 무게가 상당하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직접 겪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허리가 아픈 사람들의 고통도, 건강의 고마움도. 오늘도 밤새 찜질을 해야 하리라.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드림모노로그 2014-11-26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이 글을 읽고 아무생각 없이 좋아요를 눌렀는데 ..ㅜㅜ 죄송하구만요 ㅎㅎㅎ
전 허리 아파본 적은 없는데
허리 아픈 분들 말 들어보면 장난이 아니더군요. 잘 낫지도 않고.ㅠㅠ
당분간 조심 다니셔야 겠어요. 무거운 것도 들지 마시구요 ~^^

꼼쥐 2014-11-27 20:26   좋아요 0 | URL
정말 장난 아니더군요. 조금만 충격이 가도 `억` 소리가 절로 나오고. 무엇보다도 앉았다 일어날 때 꾸부정한 허리를 펼 수도 없고. 참 답답하더라구요. 그런데 오늘은 조금 나아졌어요.

오후네시 2014-11-2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허리아픈건 글로만 읽어도 너무 힘든거같아요 쾌차하세요!!ㅜㅜ

꼼쥐 2014-11-27 20:2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여러 이웃분들의 염려 덕분인지 조금 나아졌네요.

hnine 2014-11-26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엔 안가보셔도 되겠어요?
거의 모든 신경과 골격이 척추에서 뻗어나가니 허리가 아프면 온몸이 아픈것이나 마찬가지일텐데요.
무거운것 들때 조심하라는 말을 저도 아직 실감을 못하고 있는데 꼼쥐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조심해야겠네요. 어서 나으셔야할텐데요...

꼼쥐 2014-11-27 20:28   좋아요 0 | URL
그동안 건강에 자신있다 생각하고 조심하지 않았던 게 잘못인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냥저냥 걸을 만하더군요. 통증도 조금 덜해졌구요. 고맙습니다. ^^

세실 2014-11-2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 받으셔야 할듯요. 허리는 쉽게 낫지 않던데요...
저도 얼마전 생애 처음으로 스크린 골프 치고는 오른쪽 팔이아파 고전하고 있답니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요.

꼼쥐 2014-11-27 20:30   좋아요 0 | URL
밤새 찜질도 하고 지인분한테 지압도 받고 정말 여러 가지 경험을 했습니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것들인데. 이제는 그만그만하니 조심하면 곧 나을 것 같아요.

qualia 2014-11-2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리 고장나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죠.^^
꼼쥐 님, 허리 정말 심하게 아프신가봐요.
저도 노가다하다가, 목욕하다가, 쪼그려앉았다가, 갑자기 허리가 고장난 적이 많아요.
심하게 다쳤을 때는 단 1센티미터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허리를 어떻게, 어느 부위를 다치셨는지 모르겠지만
허리 고장에 대처하는 제 나름의 방법이 있어 말씀드려 봅니다.

먼저 방바닥에 일자로 쭉 엎드립니다.
엎드린 자세에서 두 팔로 방바닥을 짚고(┏○┓)
아랫몸은 방바닥에 밀착시킨 채 윗몸을 위로 찬찬히 젖혔다 폅니다.
처음에는 아주 조금씩 살살 윗몸을 젖히면서 통증을 조절합니다.
통증을 참으면서 젖혔다 폈다를 반복하면 나중에는
통증이 점점 사라지면서 점점 큰 각도로 젖힐 수 있죠.
그러니까 안쪽으로 구부러진 활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몸을 젖히는 운동을 (구부리는 각도/빠르기/강약 등등을 조절하면서) 반복하는 겁니다.

이렇게 윗몸 젖히기를 반복할 때는 허리께보다는
몸통 중간쯤의 척추를 젖힌다는 느낌으로 해야 효과가 좋아요.
그리고 윗몸을 젖힐 때 동시에 목도 쭉뽑아 뒤로 젖히면 효과가 더 좋죠.
이런 윗몸 젖히기(혹은 구부러진 척추 바로잡기)는 상당히 효과가 좋아요.
약 쓰고 병원 가는 것보다 훨씬 나은 자가치료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심하셔서 함 해보셔요.^^

꼼쥐 2014-11-27 20:33   좋아요 0 | URL
자세가 안 좋은 상태에서 무거운 것을 들다가 그리 되었어요. 상체를 차 안에 두고 하체는 차 밖에 둔 채로 운전석쪽에서 조수석 의자 위에 있던 박스를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자세가 구부정하고 힘도 제대로 줄 수 없었거든요. 좋은 방법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당장 시도해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