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붓기 없는 얼굴로 출근했더니 기분이 너무 좋아!"

여자 화장실 앞을 지나쳐 갈 때 작은 소리로 소곤거리는 두 여자분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엿들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우연히 제 귀에 들려온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인즉슨 얼굴이 붓지 않았던 날보다 퉁퉁 부은 얼굴로 하루를 시작했던 날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얘긴데 얼굴이 붓는다는 걸 경험해보지 못한 저로서는 그 여성의 말을 선뜻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튼 그녀의 표정으로 추측컨대 날아갈 듯 즐거워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그 말을 듣고 문득 떠올랐던 것은 '부풀려진 행복보다는 붓기가 쪽 빠진 있는 그대로의 행복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것'과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죽을 때까지 껴안고 가야 할 질병 한두 개쯤은 누구에게나 흔한 것이로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제가 보았던 여성분들의 나이는 대략 삼십대 초반쯤으로 보였지만 말입니다.

 

얼굴의 붓기와 행복의 연관성이 쉽게 짝지어지지 않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부은 얼굴처럼 언제나 그 모습이 부풀려져 있다는 게 제 평소의 생각이었던 까닭에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의 붓기는 곧바로 행복과 연결되었던 것입니다. 부은 얼굴이 여러 날 계속되다 보면 본 얼굴을 잊어먹는 것처럼 우리는 행복의 본래 모습을 잊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벌써 세 달이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찾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는 열 명이 넘습니다. 아무 일 없이 평온하게 흘러가는 나날이 행복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우주의 탄생처럼 신비롭고 기적에 가까운 일일진대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무심히 흘려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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