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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 비행기 1등석 담당 스튜어디스가 발견한 3%의 성공 습관
미즈키 아키코 지음, 윤은혜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용기를 내어서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 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마치 동물처럼..." 프랑스의 시인이자 사상가였던 폴 발레리의 명언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너무도 쉬운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기란 그만큼 어렵다.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꿈꾸는(또는 생각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가꾸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후불제 인생을 살 뿐, 선제적 행동은 하지 못한다. 막상 자신의 삶을 계획하려 들면 너무나 많은 난관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나에 대한 정보부터 빈약하기 그지없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하는지, 얼마나 잘 참고 끈기가 있는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등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기 자신에 대하여 도무지 아는 게 없는 듯 보인다.
나 신에 대한 정보도 이럴진대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을 일일이 파악한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그렇다면 사람에 대한 정보만 있으면 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물질적인 능력은 얼마나 되는지, 내 주위의 환경은 나에게 얼마나 호의적인지 등 따지고 되짚어보아야 할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은 것이다. 이쯤에서 사람들은 터질 듯한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싼 채 GG를 선언할 것이다. 헐! 시작도 하기 전에 진을 다 뺀 셈이다. 제대로 된 전투는 치뤄보지도 못한 채 패잔병이 된 신세라니...
그러나 나이가 들면 이 모든 것들이 너무도 명료해진다. 젊은 날에 그토록 찾아헤매던 '성공의 법칙'들이 비로소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렷다. 그렇다면 이제 "유레카!"를 외칠 시점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문제는 내게 남겨진 시간과 열정이 충분하지도 않을 뿐더러 인생의 후반기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너무도 무모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성공의 법칙'이란 나이 든 사람들이 청년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한탄이요, 넋두리인 셈이다. 그러나 나도 청년기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들려주는 '성공의 비법'들이 결코 귀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것은 너무도 흔하고 손수운 듯 보이기에 '비전 전수'라고 여기기는커녕 구멍이 뚫린 '개 밥그릇'쯤으로 여겼었다.
이 책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에서 저자는 우리가 어린 시절에 들었던 익숙한 규칙들을 '성공 습관'으로서 제시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어라', '메모를 잘 해라', '다른 사람이 말할 때 끼어들지 말아라', '인사를 잘 해라', '고마움을 표시하라', '항상 자세를 똑바로 하라'와 같은 말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들이 아닌가. 16년동안 일본 항공사와 외국항공사를 넘나들며 1등실 객실을 담당했던 전직 스튜어디스인 저자는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하는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과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저자는 이를 '성공 습관'으로 제시하게 된 것이다.
"세상은 불공평한 곳입니다. 집안 형편이 부유하지 않아서, 천재가 아니라서, 외모가 부족해서, 학벌이 좋지 않아서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인해 불평등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비록 이런 한계가 있더라도 항상 남의 입장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저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배웠습니다. 상대방과의 거리와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면서 같은 눈높이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퍼스트클래스 사람들의 작은 습관이 만들어내는 진정한 매너입니다." (p.10 '프롤로그' 중)
사람이든 물건이든 희귀한 것이 대접을 받는 법이다. 어린 시절부터 누구나 한번쯤 들어 보았을 이런 원칙들을 나와 같은 보통의 사람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거나, 마지못해 건성건성 하는 시늉만 했을 것이다. 정성을 다하여 세심하고 철저하게, 또는 몸에 배이도록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에게도 경제학에서 말하는 '희소성의 원칙'이 통하는 셈이다.
사람에 따라 '성공'에 대한 정의는 제각각이겠지만 '성공은 자신이 꿈꾸었던 삶을 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성공을 이루는 보편적 법칙은 의외로 간단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상대방이 감동할 정도로 정성을 다하고, 원칙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터이고 '성공'은 덤으로 따라붙을 것이다. 우리는 다만 사소하고 작은 원칙들을 하찮은 것으로만 치부할 뿐 성공을 부르는 비법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그 작은 원칙이 내 몸에 습관처럼 배이게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나이가 한참 든 후에나 깨닫게 된다. '성공'은 결국 작은 것을 소중히 하는 자세, 오랜 세월을 지속하는 꾸준함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나는 어려서 청개구리 영신이 들었었는지 그 소중한 원칙들을 소 닭보듯 지나쳤었다. 소중한 것을 소중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시간이 한참이나 흐른 뒤였다. 적당한 시기에 그에 걸맞는 적당한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인생은 결국 후회를 안고 '살아내야' 하는 고행길이 되고 만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아직 사회 생활을 경험하지 않은 어린 독자였으면 좋겠다. 나는 이 책을 읽을 어린 후배들에게 삶에는 분명 때가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