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온 편지
조규찬 글.그림 / 이른아침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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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 각자가 내린 정의를 가만히 들어보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어쩌면 내가 내리는 정의를 듣고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다(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이란 타인과의 '구별짓기'이다.  외모든, 능력이든, 사상이든, 인격이든, 돈이든, 뭐든 간에 남과 다른 것이 많을수록 그 사람은 성공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 있다고 믿는 것이다.  '차별화'라고 해도 좋겠다.

 

하여,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은 당연히 고독과 외로움에 대한 내성을 길러야 한다고 본다.  어쩌면 '성공하고 싶다'는 말은 '고독을 감수하겠다'는 다짐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은 '공감과 연대'보다는 '다름'과 '구별짓기'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박은 이따금 과도한 것으로 보여질 때가 있다.  어떤 이유나 목적도 없이 습관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때가 그렇다.  예컨대 제복을 입은 예비군들이 엉뚱하고 기괴한 짓을 할 때도 그런 습관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이러한 집단적 광기는 이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선 듯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믿는 성공의 개념은 서로 비슷하지만 그 결말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성공의 결말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항상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성공과 만족이 어깨를 겯고 걷기 위해서는 고독에 대한 내성이 필수적이다.  남과 다른 점이 많다는 것, 혹은 그렇게 되고자 하는 노력은 타인과의 연대를 일정 부분 갉아 먹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 중의 다수가 공황장애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유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 성공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역으로 말하면 성공하지 않아야 할 사람이 성공한 까닭이다.

 

'나'란 사람은 남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로움을 잘 견디지도 못한다.  다시 말하면 '나'는 성공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 축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는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구차한 변명처럼 들릴지 몰라도 엄연한 사실이다.  가수 조규찬의 산문집 <달에서 온 편지>를 읽으며 뜬금없이 들었던 생각이다.  그도 나처럼 외로움을 잘 견디지 못하고, 그와 비슷한(또는 그보다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부류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결국 그는 대단한 성공을 이루어서도 안 되며 그렇게 되지도 않을 사람이라는 것이다(이 말은 결코 악담이 아니다). 

 

"한때 내 하루의 시작을 지켜보는 걸인에게 나의 희망찬 걸음걸이를 보여주며, 그도 내가 속한 희망의 대열에 속하기를 바란 적도 있다.  그러나 나와 걸인은 공평한 노을에 젖어든다.  같은 희망과 같은 노을에 의지하며 같은 권태를 느끼는 시한부 존재들이다.  때로는 이와 같은 숙명이 적용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보게 된다.  무언가를 묻는 노인에게 노골적으로 짜증내며 다른 곳으로 가보라는 개찰구 옆 매표 창구의 무자비한 중년.  적어도 그만큼은 자신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p.105)

 

나는 사실 연예인이 쓴 어떤 종류의 책도 신뢰하지 못하는 지나친 편견의 소유자이다.  그럼에도 내가 '꽤 괜찮네'하고 느꼈던 책들이 더러 있다.  배우 최강희가 쓴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도 그 중 하나다.  내가 조규찬의 노래도 변변히 아는 게 없으면서 굳이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그가 책의 서문에서 밝힌 발간 이유 때문이었다.

 

"만약 이 책의 어딘가가 아들의 삶을 지탱해 줄 여러 기억 중의 하나로 쓰여질 수만 있다면, 나는 이 책을 발표한 일을 변변치 않았던 내 삶에서 이루어 낸 몇 안 되는 의미 있는 일 가운데 하나로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를 '살아가게 할 것이다."    (p.5 'prologue'중에서)

 

조규찬은 의외로 글을 잘 쓴다.  한편,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다들 그렇게 느꼈겠지만 그는 정말 소심할 정도로 꼼꼼한 사람처럼 보여기도 한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쪼잔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일상과 생각들을 일기처럼 기록한 책이지만 가끔씩 만나게 되는 기발한 표현들과 건전한(?) 사고방식에 밀려오는 낮잠을 단박에 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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