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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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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할 일도 숱하게 많고, 보지 못한 것도 너무나 많은데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 답할까?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작가처럼 멋진 말로 그 이유를 조목조목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딱히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그저 재밌으니까 읽을 뿐, 특별한 목적이 있는 공부가 아니고서야 일상의 독서에 어떤 이유를 대고 하는 경우가 몇 번이나 되랴.  '읽는다는 것은 개인적 행위일뿐 아니라, 인간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유지하는 작은 연대감의 체험이 된다'고 한 앤 패쳇의 독서론에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도 나의 무작정의 독서, 무계획의 독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 문학 장르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로 그 범위를 축소시켜 보아도 대답은 여전히 마땅찮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문학평론가 김현은 "소설은 모든 예술 중에 내가 사는 세계가 살 만한 세계인가 아닌가를 가장 재미있게 반성케 하는 예술이다.  일상 속에 매몰된 의식에 그 반성이 채찍질을 가한다.  이 세계는 과연 살 만한 세계인가, 우리는 그런 질문을 던지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고 했다.  멋진 말이다.  그런가 하면 체호프를 몹시 흠모했던 쇼스타코비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체호프를 게걸스럽게 읽는다. 그의 글을 읽으면 삶의 시작과 종말에 대해 무언가 중요한 생각을 곧 만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삶의 시작과 종말에 대한 무언가 중요한 생각'이라는 문구는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다.    

시와 소설 두 부문에서 모두 퓰리처상을 받은 유일한 저자이기도 한 로버트 펜 워런은 <우리는 왜 소설을 읽는가?>라는 글에서  “소설은 우리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만을 주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소설이 우리에게, 우리가 원하는지조차 몰랐던 것들을 줄 수도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라고 썼다.  그렇다면 내게 있어 소설읽기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재미'라는 자성체가 이끄는 궁극의 세계로의 여정>과 같은 것이었다.  즉, 맹인과 같은 나를 '재미'라는 매개체가 알 수 없는 궁극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소설을 읽는다.  내 삶의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세계는 반쪽짜리 깨달음이 될지, 허무의 빈 공간이 될지 나는 알지 못한다. 

소설에 대한 정의로 시작하는 이 책은 무엇보다 `천천히 읽기`를 제시하며 소설 독법을 이야기한다.  법학을 전공한 저자의 시각에서 소설의 깊이는 분석과 해석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재미라는 더듬이로 책을 선택하고, 책 속에서 살내음에 취하고, 감동이라는 최상의 재미를 만끽하는 나와는 사뭇 다르다.  작가는 후기에서 이 책을 쓴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소설 읽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은 뒤에 블로그에 자신의 느낌을 올리고 서로 의견을 교환할 때 도움이 될 '원초적인' 시점을 소개하고자 했다.  따라서 이 책의 목적은 비평이 아니다.  다양한 유형의 소설을 예로 들어 세세하게 살펴보는 작업은 내게도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해설을 시도하는 동안 머리도 상당히 정리되어 좋은 공부의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귀중한 텍스트를 해부하는 듯한 야만적인 짓까지 하게 되어 저자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다."  (P.232)

그가 소설 감상법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소설을 더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가 제시한 소설 읽기 방법은 네 단계다. 작가 편에서 구조를 파악하는 `메커니즘`, 작가 인생에서 작품 발표 시기와 테마의 발전을 추적하는 `발달`, 작품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기능`, 사회·역사·문학사적 맥락에서 소설의 위치에 접근하는 `진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나의 취향과 동떨어진, 다가가기 싫은 방식이었다.  나는 '감성의 끌림에 의지하여 내 맘 대로 읽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저자와 나는 서로 다른 쪽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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