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김재영 지음 / 더팩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부동산의 가격은 부동산의 소유에서 발생되는 장래이익에 대한 현재의 가치라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동산가격은 장래의 이익을 현재가치로 전환하여야 하며, 부동산의 가격과 소유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소유권의 가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동산의 가격은 미래의 가치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우리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주가  예측에 있어 원숭이보다 그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없이 예측에 목말라 한다.  그 원인은 남들보다 앞선 정보를 취득하여 이익을 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도 무관하지 않다.

경제학에서
한 재화의 수요량이 가격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변하면 그 재화의 수요는 탄력적이라고 하고, 가격이 변할 때 수요량이 약간 변하면 수요는 비탄력적이라고 말한다.  가격 비탄력적인 재화는 일반적으로 가격에 대한 반응도가 둔감한 편인데 주택 가격은 가격의 변동에 대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일반 공산품에 비해 심하게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주택 가격의 등락은 서민경제나 우리나라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므로 정부정책과 언론 등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 결정되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이것은 주택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몹시 불평등한 구조이다.  왜냐하면 주택 공급자, 즉 건설업자는 정부(또는 언론)와 상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반면, 수요자는 전혀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자에게 정부정책의 변화는 그야말로 천재지변에 버금가는 돌발변수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요자가 떠안게 된다.

이 책은 사실과 통계에 근거하여 하우스 푸어라는 거대한 희생자 집단을 양산하는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고,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욕망의 끝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도덕적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에게 아파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이켜보라고 권고한다. 
<PD수첩>에서 이슈가 되는 다수의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남극의 눈물"을 제작하고 있는 TV프로그램 연출자인 저자는 향후 집값이 떨어지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위험성에 놓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투기를 조장한다는 도덕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 대열에 기꺼이 동참했던 대한민국의 하우스 푸어들.  우리가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 까닭은 그들이 바로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자, 정부와 언론, 그리고 은행을 비롯한 수많은 아파트 이해 당사자들이 쳐놓은 환상의 덫에 걸린 피해자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집이라는 콧대 높은 연인을 마음에 품고 있는가?  쉽게 내 품에 다가오지 않고 콧방귀만 뀌고 있는 그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가?  앙큼한 그녀에게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당신, 이제 그만 그녀를 놓고 평화롭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그만 그녀 없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P.197)

  지난해 4분기 강남3구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던 서울지역 주택거래 건수가 올 들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서울시 부동산거래정보망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작년 4월 이후 2200~2800건대이던 아파트 거래량이 10월부터 크게 늘어 매달 5000건 안팎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선 1555건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는 서울시가 실거래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부동산 회복기라며 우리를 유혹하는 말들이 곳곳에 난무한다.  겨울철은 부동산 비수기이기 때문이라며 애써 위로하는 그들의 달콤한 말이 봄의 유혹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격 비탄력적 재화의 대표 유형인 아파트와 마약은 서로 많이 닮아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지만 우리나라 안에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파트를 통하여 일확천금을 꿈꾸는 검은 욕망을 버리지 않는한 우리 스스로 내 이웃을 선량한 피해자로 확대 재생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결과가 부메랑으로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파트라는 매개체로 검은 욕망을 사고 파는 그런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은 아파트를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본래의 가치로, 사랑과 정이 넘치는 따뜻한 공간으로 되돌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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