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어제는 네가 유치원을 졸업한 날이었지.

졸업식에 가지 못하는 나는 하루 종일 너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금 섭섭하지 않았을까?’ 걱정했단다. 

꽤 많은 아빠들이 졸업식에 참석했었다는 말을 너의 엄마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얼마나 미안했던지.....

반에서 가장 큰 꽃다발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는 너의 말은 내게 커다란 위로가 되었단다.

지난 설 연휴에 너와의 짧은 산책에서도 피곤하지 않겠냐며 나를 먼저 걱정했었지.

어느새 너는 마음마저 훌쩍 자라있더구나.

너와의 지난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시간에 비해 턱없이 짧은 기억은 아쉬움만 더하였단다.

 

아들아

 

어떤 일의 말미에 서면 지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시원섭섭함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이 교차하곤 하지.  어쩌면 약간의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슬쩍 동행할지도 모르겠구나.

네 나이에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단다.

너는 아무개의 엄마가 특송을 했는데 어떻게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신기했다는 것과 송사와 답사를 누가 했었다는 것과 저녁에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와 같이 탕수육을 먹으러 나갔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았겠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너를 생각하면 대견함과 함께 그 빡빡한 생활에 내가 먼저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구나.

너는 그저 새로 산 가방과 옷과 신발에 마냥 즐겁기만 한데.....

 

아들아

 

자란다는 것은 새로운 규칙을 하나씩 덧붙이는 것이란다.

늘어난 규칙이 때로는 힘들고 지치게 하더라도 불평없이 견디렴.

그럴수록 더욱 잘 지키려 노력하면 네 몸은 자연스레 따라가는 법이란다.

갈등과 고민은 네 머리 속에 있는 규칙과 네 몸이 분리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란다.

네 몸이 익숙해지면 규칙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지.  오히려 규칙을 잊고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단다.

기억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너의 첫번째 졸업식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아비된 자의 지나친 욕심이겠지?

 

아들아

 

너의 졸업과 곧 있을 입학을 생각하며 프랑스의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의 말을 적어보고 싶구나.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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