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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는 말투, 거리감 두는 말씨 - 나를 휘두르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책
Joe 지음, 이선영 옮김 / 리텍콘텐츠 / 2022년 3월
평점 :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고, 받는 것 없이 예쁜 사람이 있다. 나와는 친분도 없고 특별히 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만 보면 기분이 나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싫어할 만한 안 좋은 소문을 들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침 출근길에서라도 우연히 마주친다면 평생 재수 옴 붙을 것만 같고, 승강기 내에서 말이라도 걸어온다면 절로 소름이 돋을 것만 같은 것이다. 뭐라 콕 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사람의 외모도, 스타일도, 심지어 목소리나 말하는 톤조차 느끼하고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싫어하는 대상은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매일 마주쳐야 하는 직장 상사나 동료 직원일 수도 있다. 이처럼 싫어하는 대상과 업무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 일의 성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와 반대되는 유형의 사람들만 쏙쏙 골라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테지만 말이다.
"당신의 매력은 보여주지 않은 부분을 얼마나 늘리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인간은 종종 빛보다 그림자 부분에 마음이 끌리기 마련입니다. 보여주지 않은 부분이 늘어나면 주위 사람들은 거기에 뭔가 매력을 느낍니다. 그중에는 그 보여주지 않은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당신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특정 누군가와 거리가 좁혀졌을 때 쌓아 올리는 관계는 지금까지 휘둘리기 쉬웠던 갑을 관계와는 다를 것입니다." (p.226)
직장 내 괴롭힘 대책 상담사로서 개인 상담과 각지에서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는 Joe의 저서 <휘둘리지 않는 말투 X 거리감 두는 말씨>는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마음 컨트롤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43가지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마음과 행동을 분리하고, 그것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기술은 당신의 인간관계를 편안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남에게 휘둘리기 쉬운 인간 유형은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인간관계에서는 언제나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항상 왠지 모르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며, 사람을 만나고 오면 마음이 개운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너무 활짝 열어 놓고 있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실 직장 내 분위기도 예전에 비해 많이 변했고, 꾸준히 변하고 있다고 말해지기는 하지만 연공서열이 확실한 대한민국의 직장 분위기는 서양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어서 직장 내 분위기를 개선하려는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보이게 된다. 말하자면 금세 바닥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달라진 게 없다'는 한결같은 불만이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노골적인 갑질이나 강압적인 권위를 내세울 수는 없지만 무언중에 흐르는 눈치보기 문화마저 완전히 없앤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원래 타인의 마음을 간파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은 단지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서 추측하고 있을 뿐이므로, 당신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마음과 분리하여 말과 행동을 선택하면 상대는 당신의 마음을 알 수 없게 됩니다.
•마음을 꿰뚫지 못하면 그 사람은 당연히 당신을 휘두를 수 없고, 오히려 지금까지보다 당신을 존중하게 됩니다." (p.19)
1장 '좋은 인간관계는 적당한 거리감이 유지되어야 한다', 2장 '누구도 파고들 수 없는 베이스를 만들어라', 3장 '미움받지 않는 '거절쟁이'가 되어라', 4장 '보이지 않는 무게감으로 상대를 사로잡아라', 5장 '사람을 끄는 매력적인 인간이 되는 법'의 총 5장에 담은 내용은 단순히 인간관계의 비법만을 명시한 것은 아니다. 그와 더불어 어쩌면 끊고 맺음에 있어 명확하지 못했던 당신의 처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당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이로운 관계 설정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묵묵히 참아오던 당신이 갑자기 반기를 들면 상대가 놀라 당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조종의 강도를 더욱 높이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거절하려고 한다면 무조건 빨리 말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정말로 한계에 달하기 전에 "무리입니다."라고 말하세요." (p.96)
직장, 가족, 모임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상대방에 의해 휘둘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독재 권력에 기생하여 알아서 기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들은 간혹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거처럼 굴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넘쳐나곤 한다. 자신이 마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성자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남이 알지 못하는 고민이 있을 테지만 달리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말하자면 그들은 '자발적으로 휘둘림을 당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어쩔 수 없이 휘둘림을 당하던 자의 고민을 다룰 뿐 기꺼운 마음으로 무릎을 꿇는 자의 고민을 말하지는 않는다. 당선인이 직접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기꺼운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손을 비비는 기자와 검찰, 그들에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욕구가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것이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