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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 - 책 속의 한 줄을 통한 백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2월
평점 :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 혹은 하나의 이미지가 발목을 붙잡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단어가 혹은 문장이 또는 이미지가 지나온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만들고 뜨겁기만 하던 열정을 한순간에 얼어붙게 하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토록 달려왔던 것인가?' 하는 회의가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차올라 손가락 하나 굼적거리기 싫어지는 처지에 놓이고 마는 것이다. 그런 순간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가. 차갑게 식은 가슴은 무엇으로 데울 수 있을까.
"우리는 항상 경험을 책임지며 살아간다. 그것이 '내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것은 삶의 일부다. 당신의 상황에 책임이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이다. 당신의 불행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불행을 책임질 사람은 오로지 당신뿐이다. 왜냐면 살면서 맞닥뜨리는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건 언제나 당신이기 때문이다. 경험을 평가할 기준을 선택하는 건 언제나 당신이다." (p.189 '마크멘슨, <신경 끄기의 기술>)
인문학자 김태현의 저서 <백 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은 14개의 파트에 그에 알맞은 다양한 책의 명구를 옮겨 적어 한 권의 책으로 재탄생한 명언집이다. 저자가 나눈 파트의 소제목만 찬찬히 살펴보아도 삶의 갈림길에서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고민과 갈등의 순간들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Part 1. '좀 더 느리게 걷다 보면 보이는 것들', Part 2. '버림을 통해 채움을 얻는 방법', Part 3.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책 속의 한 줄들', Part 4. '픽션으로 세상을 보다', Part 5. '역사도 인생도 똑같이 반복한다', Part 6. '미래를 움직이는 인문학', Part 7. '꿈과 목표는 어떻게 인생을 바꾸나', Part 8. '나의 시간을 내가 지배하는 법', Part 9. '미래와 미경험의 세계를 도전하는 힘', Part 10. '인생의 안목과 센스를 기르는 방법', Part 11. '인간관계에도 정답이 있다면', Part 12. '0.1% 탁월한 사람들의 인사이트', Part 13. '돈의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부자들의 비밀', Part 14. '천재들은 어떻게 사고하는가'가 그것이다. 물론 우리의 삶이 경제적 형편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부(冨)를 염두에 두고 책의 구성을 꾀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돈 문제는 재무관리가 아닌 역사와 심리학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가장 크게 성공한 투자자, 가장 크게 파산한 투자자 모두를 만나고 깨달은 한 가지는 진정으로 부를 이해하고 부를 얻고 싶다면 인간의 심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p.312 '모건하우절, <돈의 심리학>')
목차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저자의 관심이 오직 '돈과 성공'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나 어떻게 하면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라든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법 등 우리의 삶 전반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저자 스스가 읽었던 책 속에서 찾은 명쾌한 해답들을 독자들에게 펼쳐 보임으로써 삶이 처음인 우리 모두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한다고 하겠다.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보이려고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당신에게서 멀어진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호감을 갖고, 당신에게 자꾸만 다가서고자 하는 건, 당신 또한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P.279 '레일라운즈 <사람을 얻는 기술>')
사실 이와 같은 책 속 명언이나 아포리즘을 모아 엮은 책은 독자들에게 그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 하나의 문장만 발췌한 것이기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들이 그 많은 책을 일삼아 읽는다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고 이처럼 한 권의 책에서 여러 사상가나 인문학자, 성공한 사업가 등 독자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경구 혹은 지침을 통해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삶의 정수로 이해할 수만 있다면 이 또한 더없이 유익한 일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갖는다는 것, 아니 나이가 든 까닭에 젊은이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품는다는 건 삶을 포기하지 않는 모든 인간의 바른 자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전보다 육체적으로 쇠약해졌다는 이유로 우리들 각자는 시나브로 자신의 삶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현실.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 하나의 이미지가 나의 발목을 잡는 장애 요인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를 북돋우는 원동력이 될 수만 있다면 휴일 하루를 반납한 채 기꺼이 이 한 권의 책을 읽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