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하지 않다는 것은 곧 신기하다거나 독특하다는 느낌을 넘어 때로는 이상한 혹은 싫은 등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발전하기 쉽다. 그러므로 개인의 성장 과정에서 얼마만큼 반복적으로 노출되었는가에 따라 대중이 혐오하는 대상도 얼마든지 친숙하다거나 옳은 것으로 인식할 수 있고, 일반 대중이 옳다고 믿는 어떤 사건이나 대상도 이상한 것 혹은 잘못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이것은 인간의 신념이나 가치 체계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뿐 아니라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학습 환경이나 언론의 다양성을 편견 없이 접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육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 한 건전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하나의 반증이기도 하다.

 

얼마 전 야당의 선대위에 가담했던 한 젊은이(라고 말하기는 나이가 꽤나 들었지만)의 독선적인 자기 주장 내지는 지나친 편견에 대해 연일 이어지던 언론이나 대중의 지적에 대해 나는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깊은 비애를 느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치열한 경쟁과 부의 불평등 구조로 전 세계에 악명이 높다. 이런 까닭에 아이가 있는 학부모들은 아이의 인성이나 건전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고 소위 'SKY'로 지칭되는 명문 대학을 향한 외길에 아이를 줄 세우곤 한다. 물론 예외적인 학부모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대부분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관점도 다양한 책이나 영상을 통해 습득하고 토론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부모로부터 대물림받는 게 일반적이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명문 대학 진학을 위해 학교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인성 교육이 웬 말이냐는 투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이 누군가(대개는 부모님)로부터의 강제적인 세뇌나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그것이 곧 자신의 노력이나 가치 판단의 결과로 형성된 것인 양 속단하곤 한다. 인생이 불행해지는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인의 생각이나 그들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전혀 없거나 그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사고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공감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숫제 없는 사람을 우리는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라고 부른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존경해 마지않는 김구 선생에 대해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이라고 치부하거나, 5·18 민주화 운동을 일컬어 폭동이라고 하거나, 긴급재난지원금을 개밥에 비유하거나, 실업급여 수급자를 향해 거지근성이라고 하는 등 일반적인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이와 같은 사고를 지닌 당사자를 그저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만 한다. 그는 다만 5·18 민주화 운동의 실상에 대해서도, 김구 선생의 사상이나 업적에 대해서도, 혹은 가난한 이의 삶에 대해서도 별반 아는 게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에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말이나 행동에 대해 그저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이면에 곪을 대로 곪은 병폐를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우리는 제2, 제3의 노 씨를 언제든 다시 마주칠 수 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지독한 편견의 소유자가 대통령 후보로 나설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국제 사회의 정서와 동떨어진 일본이 끝을 알 수 없는 쇠락의 길로 들어선 것처럼 우리나라의 정서가 그렇게 변해간다면 두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인 동시에 먼 나라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한 명의 지구인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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