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보내며
세상으로부터
한 사람을 보내는 게
어찌
쉽기만 하랴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온 세상이 슬픔에 겨워 하루 반나절을 보낼지라도
한 뼘 마음속 깊은 슬픔은 끝내 헤아릴 길 없어
나는 핏발 선 눈동자를 거울에 비춰보며
고아로 남은 스스로를 위로하다
무시로 터지는 울음.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들었던 게 지난 월요일. 급작스러운 비보에 나는 그만 정신을 놓았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서울로 향하던 길. 퇴근 차량에 밀려 마냥 더디기만 하던 나의 차는 그야말로 애물단지. 길가에 차를 놓고 달음박질이라도 치고 싶었던, 영원과도 같았던 그 순간. 세상은 그렇게 누군가의 빈 자리를 잊은 채 무심히 흘러갔고, 나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누이 형제들과 검은 상복을 입고 제단 앞에 섰다. 산 사람은 산 자의 법을 따르고, 망자는 또 망자의 법을 따르는 게 세상 이치라지만 나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죄스러운 허기를 느낀다.
소식을 듣고 달려와 준 많은 지인들과 일가친척들. 어머니는 이제 아무리 기다려도 양이 줄지 않는 한 끼 젯밥을 드시는 처지가 되어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메아리로 훈계하신다. '잘 살아라! 자식들 잘 키워라!' 사랑하던 당신의 손자는 어제 연세대 합격 소식을 전하는데, 미소로 화답해줄 당신의 모습은 영정 사진으로만 남아 산 자의 울음소리가 끝내 합창으로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