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 - 망가진 허리를 재생하는 기적의 내 몸 프로파일링
이창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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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의 어딘가를 다쳐서 한동안 아파본 사람은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못한다. 아무리 관대하고 아량이 넓은 사람도 일단 자신의 몸이 아프면 없던 짜증도 생겨나게 마련이고, 그런 상황에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부리지 않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비슷하지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중에서도 허리 통증은 고통의 정도를 떠나서 거동의 불편함으로 인해 짜증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병이 아닐까 싶다. 정말이지 허리를 다쳐 한동안 누워 있는 신세가 되면 반송장이나 진배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 주변 사람들의 활발함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는 것이다.

 

나 역시 허리 통증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적이 몇 번 있다. 대학 시절 조금 높다 싶은 곳에서 뛰어내리다 착지를 잘못하는 바람에 허리를 삐끗하였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던 적이 있는데, 과로를 하거나 어떤 일에 신경을 쓰느라 잔뜩 긴장했던 시기에는 여지없이 허리 통증이 재발하곤 했다. 일단 허리가 아프면 의자에서 일어나는 데에도 고통으로 인해 많은 시간이 걸리고,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고통이 따르는 까닭에 한쪽 손을 허리에 댄 채 어기적어기적 걸을 수밖에 없고, 계단을 올라갈 때는 그럭저럭 참을 만하지만 계단을 내려갈 때는 정말이지 그 자리에서 딱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 든다.

 

몇 년 전 봄에도 나는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을 찾았던 적이 있다. 전기치료를 비롯한 일반적인 물리치료는 물론 사혈 침 등으로 피부를 찌른 다음 부항기를 흡착시켜 나쁜 피를 뽑아내기도 했다.  한 번 내원할 때마다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여 두 시간 정도가 소모되다 보니 그렇게 버려지는 시간도 아까웠지만 어기적어기적 부자연스럽게 걷는 내 모습이 한심스러워 절로 얼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에 두 번씩 근 한 달 동안의 치료를 견뎌야만 했었다. 이창욱 소마통합운동센터 센터장이 쓴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를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의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꼼꼼히 되짚어보게 되었다.

 

"몸 전체를 파악하고 과거 병력을 관찰하는 일은 어떤 면에서 현재의 치료 진단 결과지를 분석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과거 병력과 평소의 습관을 바탕으로 통증의 원인을 50% 이상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들이 하는 말 한마디에도 경청하고 통증의 원인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는 것이 치료 계획을 세울 때 첫 번째 할 일이다. '디스크'라는 결과만 초점을 맞추면 절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p.19~p.20)

 

24년 동안 디스크를 집중 연구하며 수천 명의 환자들을 돌봐왔다는 이창욱 센터장은 '디스크'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디스크를 병들게 만든 진짜 원인- 이를테면 환자의 자세, 생활 습관, 식습관 등-을 범죄 프로파일러처럼 꼼꼼히 분석하고 진단함으로써 수술 없이 자연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1장 '몸을 프로파일링하라', 2장 '우리는 허리를 너무 모른다', 3장 '틀어진 습관이 당신의 허리를 죽인다', 4장 '문제는 내장기의 압력이다', 5장 '진짜 통증과 가짜 통증을 구별하라', 6장 '요통을 '삭제'하는 기적의 재활 운동법'의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목차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요통' 하면 '디스크'로 연결 짓는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을 비판하면서 대근육만 강화시키는 허리 운동법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한다.

 

"근육을 강화하는 대근육 운동을 하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쓰는 데는 좋을 수 있지만, 정작 환자들이 원하는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자세'를 하는 데는 별로 효과가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은 속근육이다. 속근육은 산소가 많이 들어 있는 근육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이 오랜 시간 동작을 수행하게 해준다.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필요한 근육이 속근육이라면, 단거리 달리기를 할 때처럼 짧은 시간 힘을 쓸 때 필요한 근육이 대근육인 셈이다." (p.246)

 

개개인이 느끼는 통증의 원인은 모두가 다 다를 수 있는데 치료는 대개 '디스크'에 초점이 맞춰진 채 올바른 자세, 운동을 권하게 된다. 저자는 이와 같은 방식을 비판하면서 허리 통증의 다양한 원인과 환자의 잘못된 습관을 나열하면서 이를 수정하고 무너진 몸과 척추의 밸런스를 잡는 방법도 자세히 알려준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허리의 근육은 약해지고 시시때때로 통증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에 맞는 적절한 운동을 병행함으로써 통증을 줄일 수 있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디스크는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여러 원인 때문에 나타난 증상이자 결과이기 때문에 통증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원인을 찾아내어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으면 된다. 또한 척추에 좋은 자세, 좋은 음식, 좋은 생각, 좋은 운동을 생활화하면 반드시 디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 (p.324~p.325)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는 등 명절 음식을 준비하자면 건강하던 허리도 당해낼 도리가 없다.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을 따로 구분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족 중 몇몇의 희생을 담보하여 다른 가족 구성원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라면 명절 음식을 장만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생각해볼 문제이다. 추석은 선물과 덕담만 나눌 것이 아니라 치러야 할 희생을 가족 모두가 함께 나누는 날이기도 하다. 즐거운 한가위는 그렇게 찾아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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