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케 -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비밀
마이크 비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에 대해 말한다. 지금 행복하냐는 질문에서부터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든 '행복'이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온통 '행복'으로 둘러싸인 현실 앞에서 나는 이따금 '행복 멀미'를 한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 콘테스트에 참여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고, 콘테스트에서 이기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경쟁하다가 수상 트로피는 구경도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게 우리 모두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죽기 살기로 경쟁해서 당신은 과연 행복에 이르게 되었는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진심으로 말이다.

 

코펜하겐 행복연구소((Happiness Research Institute)의 대표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마이크 비킹은 자신의 저서 <리케 LYKKE>에서 행복의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의미를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먼저 행복을 정서적 영역, 인지적 영역, 에우다이모니아 영역으로 나누고, 대규모 그룹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삶의 변화가 그들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이렇게 파악된 행복 요소를 통해 수치화된 행복 지수를 측정할 수 있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행복지수를 알게 됨으로써 좀 더 행보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나는 행복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없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 이론을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머나먼 하늘 위에 뜬 벌겋고 황량한 행성을 보며 어떻게 하면 그곳으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종족은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을 연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행동을 조금만 바꾸면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이 존재한다. 때로는 사소한 데서 엄청난 일이 시작될 수도 있다." (p.41)

 

돌이켜보면 전반적으로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행복이 인지적 영역의 행복이다. 날마다 느끼는 감정의 형태로 분류되는 정서적 행복이나 의미와 목적이 있는 삶에서 오는 에우다이모니아 영역과는 차이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로 총체적인 행복, 즉 인지적 영역의 행복을 다루고 있다. 책에서는 행복한 삶이 가능해지는 요소로 공동체 의식, 돈, 건강, 자유, 신뢰, 친절을 꼽고 있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익히 다 알고 있던, 혹은 유추할 수 있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요소에 대해 좀 더 깊이 파헤쳐보면 그 의미와 실천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행복으로부터 너무나 쉽게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시간을 떠올리곤 했다. 물론 이것이 타인이 행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일까? 친구, 동료, 친척을 만나는 횟수와 연관해서 살펴보면 분명한 패턴이 있다. 타인과 자주 만나는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다. 하지만 양과 질은 별개의 문제다." (p.74)

 

돈 역시 행복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소비의 형태에 따라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저자는 '돈을 주고 행복을 살 작정이라면 물품이 아니라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라고 말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정신적, 육체적 건강 역시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유는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취약한 요소인 동시에 가장 신경 써야 할 요소일지도 모른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삶과 일의 균형은 여전히 일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거나 그날 하루를 돌아보며 즐겁고 유익하게 출퇴근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출퇴근길은 고역이다. 출퇴근 시간에 우리가 좌절감을 느끼는 이유는 버스나 자동차 안에 갇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p.203)

 

신뢰와 친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기를 가능케 하고 관계를 지속시키는 요소이기도하다.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것, 타인이 나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다고 믿는다는 것은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강화하는 기본적인 전제인 까닭이다. 게다가 우리가 친절을 베풀 때 측좌핵이 자극되고  이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모르핀에 살짝 취한 것 같은 호르몬이 나오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의 행복은 나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행복은 오직 타인과의 결속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관계의 부산물임을 증명한 셈이다.

 

"신뢰와 협동심과 서로가 서로의 수호자라는 깨달음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친절을 베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있도록 우리 도시를 재편하고 삶의 질에 따라다니는 가격표를 떼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은 이 세상의 좋은 점을 찾아야 할 때다." (p.296)

 

곁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 제 몸을 움직이는 데서 오는 행복,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다른 누군가가 나를 위해 자신의 체온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오는 행복,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가는 데서 오는 행복, 그런 행복들을 우리는 시나브로 잊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만약 행복에도 생명이 있다면 그 행복들은 시나브로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두려워지는 오늘, 탄생과 동시에 행복 콘테스트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혹여라도 답지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마이크 비킹의 이 책 <리케 LYKKE>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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