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평평했을 때 -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과학의 모든것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한혁섭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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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 있어서도 가짜 과학이나 음모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세력을 넓혀간다.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는 허위·날조의 정보들이 판을 치는 것처럼 말이다. 예컨대 '지구인은 달에 간 적이 없다'거나 '에이즈는 특정 인종 말살을 위한 조작된 병'이라는 주장을 허무맹랑한 근거와 함께 인터넷에 게재하면 이것을 사실로 믿고 싶어 하는 몇몇 네티즌에 의해 이리저리 퍼 날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들은 마치 사실인 양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는 식이다.

 

어쩌면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짜 뉴스뿐만 아니라 가짜 과학의 전파도 손쉽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통신 기술의 발달 이전에 있어서 과학은 과학자들의 전유물에 지나지 않았고, 일반인들에게 과학은 그저 약간의 상식 차원에서만 다루어졌던 까닭에 과학의 원리와 이론적 지식을 깊이 있게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에 있어서 과학은 일반 대중의 지적 호기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공유되는 까닭에 과학 지식은 특정인의 전유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물론 전파 과정에서 그럴듯하게 부풀려진 가짜 과학이 여전히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행히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과학의 모든 것이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어떤 이야기는 실소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모든 비금속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을 찾는 연금술사나 진동기Vibrator의 다소 놀라운 역사, 지구 공동설Hollow earth theory을 믿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과학의 역사는 이상한 사람과 함께 훨씬 더 이상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p.6)

 

신문 칼럼을 연재하면서 라디오 방송 진행자이기도 한 그레이엄 도널드는 자신의 책 <지구가 평평했을 때>를 통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과학'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독일의 내과의사인 프란츠 요제프 갈에 의해 만들어진 골상학은 엉뚱하게도 직원 채용에 있어서도 골상학 전문가를 동원하게 되었고, 르완다에 있었던 벨기에 식민지청은 폴 바우치에 의해 만들어진 골상학 측정기를 통해 투치족이 후투족보다 우월하다고 결론지음으로써 르완다 내전의 대량 학살을 촉발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군인들이 발을 맞춰 행군함으로써 현수교가 무너졌다거나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는 연금술 등 우리가 잘못 알았거나 잘 모르고 있던 흥미로운 과학적 사례를 다룸으로써 일반인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있다.

 

"4액체설을 믿는 사람은 병은 저절로 나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인체의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치료 계획을 세웠다. 사혈Bloodletting은 열을 내리고 과도한 피를 뽑으려고 19세기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사혈은 인기가 높았고, 환자의 상태에 상관없이 의사가 끊임없이 피를 뽑아서 죽음에 이르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p.140)

 

우리는 흔히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이론이 마치 신의 계시라도 되는 양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새로운 이론이 출현하여 현재의 이론을 뒤엎을 때 우리가 믿던 진실은 가짜 과학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가 믿는 진실이 미래에도 유효하리라는 가정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과학의 발달은 모든 것에 대해 회의하는, 말하자면 의심을 멈추지 않는 어느 괴짜 과학자에 의한 성과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던 지식은 그런 과학자에 의해 일부의 오류가 수정되기도 하고, 새로운 이론이 등장함으로써 현재의 이론이 뒤집히기도 하는 까닭에 음모론이 아닌 어떤 의심의 빌미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학은 의심과 호기심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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