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둘째의 치과예약이 9시에 되어 있어
허둥지둥 나가는 바람에
아들애 도시락 수저를 챙겨주지 않았다는 것을
치과에서 돌아와
청소하고
아침 겸 점심먹고 설거지 하다가
알았다.

시계를 보니 12시 4분!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7분정도!
설거지하다가 때려치우고
작은애한테는 잠깐 집에 있으라고 한 뒤
후다닥 수저통 들고 냅다 학교로 뛰었다. 

헉헉 대며 교실 계단을 오르니 (아이고, 숨차~~~~~~)
때마침 아들애가 수저통 가질러
집으로 가기 위해서
계단 난간에 서 있었다.
(선생님 만나는 거 부담스러워!)
수저통 건네주고
잘 먹으라고 하고는 건물을 나와
집으로 가려는데

허걱,
정말이지 멋지게 차려 입고
짙은 화장에
뽀각뽀각 뽀족 구두를 신으며
향수 냄새 짙하게 풍기는
캐리어 워먼 정도의 엄마가
나와 함께
나란히 정문을 향해 걸어가게 되었다. 

순간, 
쪽 팔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급하게 헐레벌떡 나오는 바람에
눈썹은 그리다 만 맨 얼굴에
머리 질끈 묶고
앞머리 흘러내린다고 미친 x처럼 꽃핀 꽂고
맨발로 슬리퍼신발 질질 끌고
후질그레하게 학교에 왔는데....

참, 처음으로 화려한 엄마옆에
서서 나란히 걸어가려니깐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엄마인 내가 이런데,
울 아들 얼마나 창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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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사람들만 사는 나라 중국환상동화 1
홍병원 지음, 김성민 그림 / 비룡소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주에 아들애가 학교 끝나고 황급히 집에 들어와  신발주머니를 팽하니 내팽겨치며, "엄마,엄마!"하고 다급하게 부르길래, "오냐,오냐 왜? " 하고 장단에 맞쳐 장난스럽게 물으니, "엄마, 나 진짜 재밌는 책 발견했다. 엄마, 나 그 책 사죠, 응!" 하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핫(hot)!, 아니 이이이이..무슨...오늘 해가 서쪽에서 떳니!

사실 내가 이런 식의 놀라운 반응을 보인 것은 우리 아들애가 리모콘과 베개는 벗삼아도 결코 책을 벗 삼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 때문입니다. 그림책 좋아하는 엄마인 내가 읽어주면 읽어주는가보다하고 옆에서 가만히 듣고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엄마 나 이 책 사죠라든가 이러이러한 책 도서관에서 빌려줘라는, 어릴 때부터 책 좋아하는 아이들의 전형적인 열정과 반응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책에 대해서는 그저 그런가보다하고 생각하고 있었죠. 더군다나 나이 들어 때 되면 알아서 읽겠지 싶어 그렇게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지 않는데다가 ,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들, 예를 들어 와이시리즈라든가 도라에몽, 케로로같은 만화책 또는 학습 만화책들을 알아서 구비해 놓은 탓에, 무슨 무슨 책을 사달라고는 하지 않더라구요.

책 좋아하는 아이들에 비하며 턱 없이 모자란 아이의 독서량을 가늠해보면, 나오는 것은 한숨이요,실망뿐이지만 어떻하겠어요! 본인이 그렇게 책 읽는 것을 내켜하지 않을 것을..... 유아때부터 지금까지도 읽어주는 책 듣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해 책을 많이 읽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지금 3학년인데, 수학문제집도 난이도가 높은 문장제는 안 읽고 패스하는 애한테 으이구, 내가 바랄 것을 바래야지 싶어, 책 읽어라는 잔소리는 하지 않고 그런가보다하고 내깔려두고 있었는데, 지난 주에 무슨 바람이 불어(아마도 학급에서 붐이 인 것이 아닌가 싶어요!) 호들갑을 떨며서 책을 사달라고 한 책이, 중국의 고전 <요재지이>를 비룡소에서 어린이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동화책으로 편찬한  <못생긴 사람들만 사는 나라>라는 바로 이 책이더라구요.

그러지 않아도 그 날 아침에 나귀님의 중국의 고전 <요재지이>를 언급한 페이퍼를 읽던 터라, 호기심의 물이 올라 주문해 받아 읽어봤는데, 끔찍한 이야기가 다수이지만 탸샤 튜터가 말한 아이들에게는 그런 잔혹하고 끔찍한 이야기가 "즐거운 죄악"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아들애랑 주말동안 같이 읽었는데, 아들애는 주말 내내 이 책에서 손을 놓지 않더라구요. 여하튼 자기딴에는 이런 엽기적인 이야기가 재밌고 신기한가봐요. 덩달아  7살난 딸애는 이 책에서 <웃다가 떨어져 나간 목>이라는 에피소드 그림의 잔혹한 부분이 놀랬기도하고 신기했던지 흥분해서는 잊어버리면 안된다고 이면지에다 "179"라고 써서 메모판에다 붙여놓을 정도로 이 책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답니다.

검색해보니 중국의 고전 포송령이 쓴 <요재지이>를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중국의 환상동화라는 시리즈로 발행했는데, <난쟁이 왕국의 사냥터>,<이리가 물고 온 신발 한 짝>이 후에 더 나왔어요. 이 책처럼 엽기적이고 무서운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감동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두루두루 섞여 있으니, 입맛에 맞는 책 골라 읽기를. 그림은 세권 모두 김성민씨가 그렸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독특한 그림체를 확립한 김성민씨 그림 보는 재미에 읽는 즐거움이 두 배 더 플러스 되었네요. 간혹 아이들에게 뭐 이런 엽기적인 이야기를 권하냐, 할 것 같기는 하지만, 아이들하고 같이 읽고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아담과 이브도 아니고 선악과를 따 먹는 이야기 같은 책 읽는다고 해서 애들이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잔혹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읽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왜곡되기보다는 어른의 무관심이나 폭력이 아이를 잔인하게 만들지, 이야기가 아이들을 악의적인 세계로 끌고 가지는 않는다고 봐요. 그냥 편안하게 즐기심이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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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로 소설보다는 자연과학책을 주로 읽은 편인데
어제 칼 세이건의 <에필로그>를 읽다가
재미난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칼의 말에 의하면,
1초에 하나씩 밤낮으로 0부터 세었을 때
걸리는 시간이
1(one)일 경우 1초
십억(billion/1,000,000,000)일 경우 32년
조(trillion/1,000,000,000,000)일 경우
32,000년(지구상에 문명이 존재하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며칠 전에 다음 검색하다가
우리 나라가 지난 해 쏟아부은 사교육비가
통계청조사로 20조 400억이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사실 그 때 그 20조란 숫자는 별 생각없이
어떤 한 덩어리처럼
추상적으로 다가왔지만
칼 세이건처럼 0부터 세어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이거 상당히구체적으로 20조(귀차니즘의 발동으로 400억뺌)의 위력을 알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집 단순계산기로는 측정불가다.
집계산기의 계산범위는 10조대이상은 계산불가이기 때문이다.

어청수는 유모차엄마한테조차
어불성설 아동학대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지만
우리의 교육열이
바로 아동학대의 주범이다. 

참, 몰상식한 사회에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안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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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상 잔소리 듣는 거, 하는 거 딱 질색이다보니, 아들애한테 공부하라는 말 일체 하지 않았다. 공부라는 게 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지 싶어 공부하라고 닥달하지 않았는데, 요즘 미국 돌아가는 꼬라지 보니 방임주의가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싶어, 교육 방임주의로 일관하던 내 교육관에 약간 수정을 가하게 되었다는.

보통 하루 30분 정도 영어만 가르치고 숙제만 봐주고 니 맘대로 해라였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저녁밥 해먹고 2,3시간 정도 애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큰 상 하나 펴 놓고 아들애는 수학 문제 풀고 딸애는 덧셈 뺄셈 공부하는 동안, 옆에서 책 읽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가르쳐 주는데, 아들애 공부하는 거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은근 부아 오른다.

초등학교때는 수학만 잘해도 된다는 주의여서 보통 한 학기당 기본부터 심화까지 문제집 4,5권 정도 푸는데(대신 다른 과목은 성취도 평가시험 때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하지 않는다), 이번 학기에 선택한 수학 문제집이 기본 세 권이다, 아마도 지금 상태로 쭈욱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심화 문제집은 학기말 정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다른 과목도 강요하지 않고 끽해야 수학 공부인데, 아들애 농땡이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들애의 하루 분량이 보통 친절한 쌤 한두페이지, 수학경시대회 한 페이지 그리고 기적의 계산법 2페이지정도인데, 지 딴에는 이게 버겁다고 생각하는지 아주 하기 싫어 죽어라 한다. 하루 5,6페이지면 분량이 많다고 하시겠지만, 아이들 참고서 한 번 보신 분들이라면, 한 페이지에 달랑 4,5문제 나온 게 수두룩하므로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니다. 그 몇 개 되지도 않는 문제가지고 보통 2시간을 끌고 있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동생 수학 문제 틀렸다 맞았다 훈수 두고,  채점해주고, 물(또는 음료수) 한잔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고, 먹을 거 있나 없나 부엌 한번 휘 둘러보고 그러다 엄마인 나의 따가운 시선에 한 두문제 풀고 다시 동생이랑 수다 떨고... 물 한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쳐다보는 병아리 새끼도 아니고, 내 배에서 낳은 자식이지만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은 생각에 머리 한대 쥐어 박고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참다 못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도 있고 해서, 소리 한 번  꽥 지르고 말아 버린다. 그제서야 움찔해 공부하는 척 하다가 도로 제자리. 이 눔의 짜슥..........아 ~ 아~ 요 며칠 진짜 주먹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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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자바 정글 웅진 세계그림책 23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조은수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Welcome To The Jungle

작은 애는 스타이그의 <자바자바 정글>이 눈에 띄기만 하면 하루에도 서나차례라도 상관없이, 엄마인 내게 가볍게 재생버튼 누르듯,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아이들 그림책이나 동화라는 게 보통 단순해서 선악의 결말이 뚜렷하고 왜, 무슨 이유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 되는지, 이야기 구조가 안 봐도 뻔한 비디오인데 반하면,  <자바자바 정글>의 이야기 전개는 명확하지 않고 불투명하며 시작도 끝도 없다. 읽어 줄 때마다 밑빠진 이야기 속에서 갇힌 느낌이 들고, 이야기란 정글에서 헤매고 있는 듯한 아리송한 기분이 들다고나 할까나.

스타이그가 이 책에서 노리는 것이 아니 바라는 것이 바로 어린 독자가 이야기의 정글에서 신나게 헤매며 모험을 하는 것, 그러한 효과이겠지만, 솔직히 난 지루하고 따분하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읽어줘 미치고 팔딱 뛸 만큼) 짜증나 죽을 지경이다. 어른인 나에겐 별 의미없어 보이는 밑빠진 이야기를 읽어주며 아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모험과 흥분으로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엄마인 난 지겨워 죽겠다는 표정을, 아이들은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을) 어떤 요소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짜릿한 흥분을 불러오는 것일까?  이야기 형식 자체가 정글이라는 것 때문에! 아니면 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단순한 모험이야기 일 뿐이다.주인공 소년이 왜 정글 속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부모님이 왜 병 속에 갇혀 있는지 그리고 그들은 정글에서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지, 원인은 커녕 엔딩이 없는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아이들은 그림 속의 주인공과 함께 엔딩없는 상상의 모험 세계로 떠나는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은 순진한 천사의 모습을 하고 ,, 역설적이게도 내면의 한켠에는 잔인하고 비틀어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뭐  어떠한 악의를 가지고 좋아한다기보다는 1+1= 2라는 누구나 다 아는 답이 아닌, 좀 더 색다르고 일반적인 개념을 초월한 공식을 좋아한다고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 정도면 스타이그 노인네가 부럽다라는 생각이 든다. 난 이야기의 핵심도 캐치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데, 어떻게 스타이거는 이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주섬주섬 펼쳐 보이고 성인이 되면 잃어버리는 그리고 잊혀진 어린 시절의 마음을 간직한 채 아이들이 환호하는 이야기를 쑤욱 내밀 수 있는 것인지. 난 그가 풀어낸 이야기 앞에서 주섬주섬 들어갈까말까 망설이건만, 아이들은 과감하게 이야기의 속으로 들어가 그들만의  모험의 시간을 만들고 열광한다. 스타이그의 아부라카다부라 할까나.

<자바자바 정글>은 확실히  아이들 그림책 치고 실험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비유나 맞추자고 쓴 글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스타이거가 아이들의 세계에 눈을 맞추었다는 침 발린 말은 하지 않겠다. 그는 아이들에게 끌려다닌다기보다는 아이들을 끌고 가는 그림책분야의 피리부는 사나이니깐.  어른들은 재미 없을 지 몰라도, 스타이거의 세계는 아이들이 선악과를 따 먹으며 스타이거의 피리 소리 쫑긋 귀 기울이며 춤 추는 곳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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