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잔소리 듣는 거, 하는 거 딱 질색이다보니, 아들애한테 공부하라는 말 일체 하지 않았다. 공부라는 게 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지 싶어 공부하라고 닥달하지 않았는데, 요즘 미국 돌아가는 꼬라지 보니 방임주의가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싶어, 교육 방임주의로 일관하던 내 교육관에 약간 수정을 가하게 되었다는.
보통 하루 30분 정도 영어만 가르치고 숙제만 봐주고 니 맘대로 해라였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저녁밥 해먹고 2,3시간 정도 애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큰 상 하나 펴 놓고 아들애는 수학 문제 풀고 딸애는 덧셈 뺄셈 공부하는 동안, 옆에서 책 읽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가르쳐 주는데, 아들애 공부하는 거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은근 부아 오른다.
초등학교때는 수학만 잘해도 된다는 주의여서 보통 한 학기당 기본부터 심화까지 문제집 4,5권 정도 푸는데(대신 다른 과목은 성취도 평가시험 때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하지 않는다), 이번 학기에 선택한 수학 문제집이 기본 세 권이다, 아마도 지금 상태로 쭈욱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심화 문제집은 학기말 정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다른 과목도 강요하지 않고 끽해야 수학 공부인데, 아들애 농땡이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들애의 하루 분량이 보통 친절한 쌤 한두페이지, 수학경시대회 한 페이지 그리고 기적의 계산법 2페이지정도인데, 지 딴에는 이게 버겁다고 생각하는지 아주 하기 싫어 죽어라 한다. 하루 5,6페이지면 분량이 많다고 하시겠지만, 아이들 참고서 한 번 보신 분들이라면, 한 페이지에 달랑 4,5문제 나온 게 수두룩하므로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니다. 그 몇 개 되지도 않는 문제가지고 보통 2시간을 끌고 있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동생 수학 문제 틀렸다 맞았다 훈수 두고, 채점해주고, 물(또는 음료수) 한잔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고, 먹을 거 있나 없나 부엌 한번 휘 둘러보고 그러다 엄마인 나의 따가운 시선에 한 두문제 풀고 다시 동생이랑 수다 떨고... 물 한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쳐다보는 병아리 새끼도 아니고, 내 배에서 낳은 자식이지만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은 생각에 머리 한대 쥐어 박고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참다 못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도 있고 해서, 소리 한 번 꽥 지르고 말아 버린다. 그제서야 움찔해 공부하는 척 하다가 도로 제자리. 이 눔의 짜슥..........아 ~ 아~ 요 며칠 진짜 주먹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