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사람들만 사는 나라 중국환상동화 1
홍병원 지음, 김성민 그림 / 비룡소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주에 아들애가 학교 끝나고 황급히 집에 들어와  신발주머니를 팽하니 내팽겨치며, "엄마,엄마!"하고 다급하게 부르길래, "오냐,오냐 왜? " 하고 장단에 맞쳐 장난스럽게 물으니, "엄마, 나 진짜 재밌는 책 발견했다. 엄마, 나 그 책 사죠, 응!" 하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핫(hot)!, 아니 이이이이..무슨...오늘 해가 서쪽에서 떳니!

사실 내가 이런 식의 놀라운 반응을 보인 것은 우리 아들애가 리모콘과 베개는 벗삼아도 결코 책을 벗 삼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 때문입니다. 그림책 좋아하는 엄마인 내가 읽어주면 읽어주는가보다하고 옆에서 가만히 듣고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엄마 나 이 책 사죠라든가 이러이러한 책 도서관에서 빌려줘라는, 어릴 때부터 책 좋아하는 아이들의 전형적인 열정과 반응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책에 대해서는 그저 그런가보다하고 생각하고 있었죠. 더군다나 나이 들어 때 되면 알아서 읽겠지 싶어 그렇게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지 않는데다가 ,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들, 예를 들어 와이시리즈라든가 도라에몽, 케로로같은 만화책 또는 학습 만화책들을 알아서 구비해 놓은 탓에, 무슨 무슨 책을 사달라고는 하지 않더라구요.

책 좋아하는 아이들에 비하며 턱 없이 모자란 아이의 독서량을 가늠해보면, 나오는 것은 한숨이요,실망뿐이지만 어떻하겠어요! 본인이 그렇게 책 읽는 것을 내켜하지 않을 것을..... 유아때부터 지금까지도 읽어주는 책 듣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해 책을 많이 읽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지금 3학년인데, 수학문제집도 난이도가 높은 문장제는 안 읽고 패스하는 애한테 으이구, 내가 바랄 것을 바래야지 싶어, 책 읽어라는 잔소리는 하지 않고 그런가보다하고 내깔려두고 있었는데, 지난 주에 무슨 바람이 불어(아마도 학급에서 붐이 인 것이 아닌가 싶어요!) 호들갑을 떨며서 책을 사달라고 한 책이, 중국의 고전 <요재지이>를 비룡소에서 어린이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동화책으로 편찬한  <못생긴 사람들만 사는 나라>라는 바로 이 책이더라구요.

그러지 않아도 그 날 아침에 나귀님의 중국의 고전 <요재지이>를 언급한 페이퍼를 읽던 터라, 호기심의 물이 올라 주문해 받아 읽어봤는데, 끔찍한 이야기가 다수이지만 탸샤 튜터가 말한 아이들에게는 그런 잔혹하고 끔찍한 이야기가 "즐거운 죄악"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아들애랑 주말동안 같이 읽었는데, 아들애는 주말 내내 이 책에서 손을 놓지 않더라구요. 여하튼 자기딴에는 이런 엽기적인 이야기가 재밌고 신기한가봐요. 덩달아  7살난 딸애는 이 책에서 <웃다가 떨어져 나간 목>이라는 에피소드 그림의 잔혹한 부분이 놀랬기도하고 신기했던지 흥분해서는 잊어버리면 안된다고 이면지에다 "179"라고 써서 메모판에다 붙여놓을 정도로 이 책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답니다.

검색해보니 중국의 고전 포송령이 쓴 <요재지이>를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중국의 환상동화라는 시리즈로 발행했는데, <난쟁이 왕국의 사냥터>,<이리가 물고 온 신발 한 짝>이 후에 더 나왔어요. 이 책처럼 엽기적이고 무서운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감동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두루두루 섞여 있으니, 입맛에 맞는 책 골라 읽기를. 그림은 세권 모두 김성민씨가 그렸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독특한 그림체를 확립한 김성민씨 그림 보는 재미에 읽는 즐거움이 두 배 더 플러스 되었네요. 간혹 아이들에게 뭐 이런 엽기적인 이야기를 권하냐, 할 것 같기는 하지만, 아이들하고 같이 읽고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아담과 이브도 아니고 선악과를 따 먹는 이야기 같은 책 읽는다고 해서 애들이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잔혹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읽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왜곡되기보다는 어른의 무관심이나 폭력이 아이를 잔인하게 만들지, 이야기가 아이들을 악의적인 세계로 끌고 가지는 않는다고 봐요. 그냥 편안하게 즐기심이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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