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둘째의 치과예약이 9시에 되어 있어
허둥지둥 나가는 바람에
아들애 도시락 수저를 챙겨주지 않았다는 것을
치과에서 돌아와
청소하고
아침 겸 점심먹고 설거지 하다가
알았다.

시계를 보니 12시 4분!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7분정도!
설거지하다가 때려치우고
작은애한테는 잠깐 집에 있으라고 한 뒤
후다닥 수저통 들고 냅다 학교로 뛰었다. 

헉헉 대며 교실 계단을 오르니 (아이고, 숨차~~~~~~)
때마침 아들애가 수저통 가질러
집으로 가기 위해서
계단 난간에 서 있었다.
(선생님 만나는 거 부담스러워!)
수저통 건네주고
잘 먹으라고 하고는 건물을 나와
집으로 가려는데

허걱,
정말이지 멋지게 차려 입고
짙은 화장에
뽀각뽀각 뽀족 구두를 신으며
향수 냄새 짙하게 풍기는
캐리어 워먼 정도의 엄마가
나와 함께
나란히 정문을 향해 걸어가게 되었다. 

순간, 
쪽 팔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급하게 헐레벌떡 나오는 바람에
눈썹은 그리다 만 맨 얼굴에
머리 질끈 묶고
앞머리 흘러내린다고 미친 x처럼 꽃핀 꽂고
맨발로 슬리퍼신발 질질 끌고
후질그레하게 학교에 왔는데....

참, 처음으로 화려한 엄마옆에
서서 나란히 걸어가려니깐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엄마인 내가 이런데,
울 아들 얼마나 창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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