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수필 어딘가에 이런 글이 있다. 자신은 태어나서 한번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일본 세습 정치에 대한 환멸을, 그는 정치적 기권으로 강경하게 표현했지만, 겉멋만 잔뜩 들었던 나는 그 말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하루키의 한숨 섞인 그런 글은 왠지 자국의 정치에 대한 환멸을, 세계적인 작가의 좀 있어 보이는(깨어 있는) 정치적 의식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런 글을 읽고 일본 정치와 도끼니 개끼니 수준인 우리 정치에 반감을 느껴 몇 번인가 투표권을 행사 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그의 그런 정치적 기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건 미드 <콜드 케이스>에서 여성참정권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고 난 이 후였다. 몇 시즌의 에피소드인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하루키의 영향을 받고 몇 번인가 투표장에 가지 않았던 그 참정권 때문에, 100 여년전에 미국의 수 많은 여성들은  유권자인 남성으로부터 그리고 같은 성의 순종적인 여성으로부터 위협과 조롱 그리고 살해위협 속에서 참정권이라는 정치적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인다. 드라마 특유의 과장이 없던 것은 아니겠지만, 참정권을 얻기 위한 투쟁이 그렇게 녹록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느 누군가는 참정권을 위한 모임에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으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루키의 투표권 포기가 멋지다는 이유만으로 투표권 행사를 포기한 나로서는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도 그 때 그 에피소드를 보면서 느꼈던 순간적인 기억을 나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기억한다. 얼마나 나는 어리석었던가.  

당대의 아동문학평론가들에게 스타일이 후졌다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 되었던 아동문학가가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오즈의 마법사>의 작가 프랭크 바움. 그의 문학적 상상력을 인정한 것은 디즈니였으며 레이 브레드버리의 단편 <Exile> 정도로 그의 초기 문학적 평가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만큼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들만 셋을 둔 프랭크 바움은 열혈한 공화당원이었으며 또한 한 때 적극적인 여성운동가였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위해 그는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역신문의 여성 신장운동과 평등권 문제, 참정권리에 대한 여성운동가들과의 연대, 여성참정권을 반대하는 여성들과의 호전적인 싸움등. 그리고 마침내 그는 도로시라는 소녀를 여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물론 저 평전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는 언제나 낭비벽이 심해 돈에 쪼달렸고 오즈의 마법사도 돈때문에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왔다). 저널로 시작한 글쓰기였기에 그의 글 스타일은 사무적이었지만, 그의 문학적 판타지만은 미국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이 여자 아이었다는 것이 과연 그의 여성참정권 운동과 연결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바움과 같은 남성작가들도 여성참정권 운동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오랜 기간 참정권을 얻기 위해 애쓴 것에 비하면,  여성이 정치적 권리를 부여 받아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목적을 드러낸 것은 실로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은 1920년, 영국은 1928년 그리고 프랑스는 1946년에 이르서야  여성의 참정권을 획득하였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기가 2010년, 여성 참정권 시작의 역사가 100년이 되기 위해서는 20년을 더 기다려야만 한다

올해로 정확히 여성의 참정권을 획득한지 8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80년동안 많은 일들이 있어왔을 것이다. 20세기를 뒤흔들었던 것은 세계를 양분화했던 이데올로기나 과학의 발달뿐만 아니다. 여성의 의식 또한 급진적으로 변했다. 여자가 남자들에게 순종하거나 사랑받기 위해 목 매달았던 호시절이 사라져 버린 것(아, 그것에 비해 우리나라 걸구룹의 Oh!는 얼마나 오그라드는 순종적인 표현인지). 이러한 배경에는 수 많은 글로리아 스타이넘같은 여성운동가들, 수잔 손탁같은 뛰어난 여성비평가들, 그리고 일반적인 개념을 뛰어 넘은 애니 리버비츠같은 이미지 사진작가들의 활약을 무시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성적인 여성들 저 너머에 있는 팝의 여제 마돈나의 등장이야말로 여성의 순종적인 이미지를 확 벗어버리고, 끊임없이 뮤비를 통해 남성을 지배하려는 이미지를 대중화 확산이야말로 20세기 후반의 여성운동의 결정체일 것이다.   

나는 최근에 나온 미국에서 한참 말많았다고 하는 레이디 가가의 뮤비 <Alejandro>를 보면서 과연, 19세기에, 20세기 초반 참정권을 위해 열심히 운동했던 수 많은 여성들이 레이디 가가의 뮤비를 지금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사회적 억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코르셋에 꼭 낀 옷을 입어야만 했던 그 여성들이 지금 현재, 저 레이디 가가의 남성을 지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레이디 가가를 찬양할지어다.   

   

뮤비가 너무 야하고 신성모독이여서 18禁, 신앙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프랑스 영화 <델리카트슨> 세팅 분위기에 마돈나의 Like a prayer와 Express yourself 의 뮤비를 섞어 놓은 것 같다. 이래나 저래나 레이디 가가는 명백한 마돈나의 후예일 수 밖에 없으려나. 3분 51초 베드씬 민망하지만 상당히 고급스러움. 클레인 사람 뭐 하는 양반이길래, 어떻게 저런 라인을 찍을 수 있을까 싶었다. 현재 유투브 조회 49,758,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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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쟝르소설만 잘 쓰는 줄 알았는데 자연과학책도 의외로 재밌게 쓴다는 것을 미치오 가쿠의<평행우주>을 읽으면서 알았다.  

미치오 가쿠가 상대성 이론에 대해 이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상대성 이론이 우리의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 이유는 이론이 잘 못 되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상식이 상대성이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들은 이 광할한 우주공간에서 특별히 안락한 곳에 살고 있다. 생명체에게 가장 적당하 온도에 다리가 견딜만한 중력, 그리고 몸이 견딜 만한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 특구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 공간으로 나아면 별의 중심온도는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뜨겁고 텅빈 공간은 절대온도 0도에 육박할 정도로 차가우며, 소립자들은 거의 광속으로 공간을 누비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상식이라는 것은 지구 근처에서만 통할 뿐, 범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편향된 지식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상대성 이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식이 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믿음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80p)

갈릴레오와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또한 나오자마자 환영을 받은 것이 아니다. 20세기 초반의 우주 상식으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상식에 들어맞지 않아, 가쿠의 말에 의하면 그의 이론은 맹렬하게 비난 받았다고 한다. 어떠한 이론이 상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 이론을 증명하는 다른 논문들과 실험들이 있어야만 정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이론 발표 이후, 에딩턴의 관측에 의해 증명되었기 때문에 오늘 날 우주의 상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가쿠의 저 글을 읽고 야, 그건 상식이야! 라는 말은 가급적 하지 않기로 했다. 상식이야말로 은근 뿌리깊게 박혀 있는 편견의 일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상식파괴자>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20세기 들어오면서 전 세대들에서 통용된 상식들이 무참히 깨지고 있다. 이제 상식이 상식이 아닌 시대,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 상식이 잘 못 되었을 수도 있다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이전에 상식으로 대접받던 것들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사뭇 궁금하다. 뭐, 어떤 내용일지는 낼 받아보면 알겠지. 

내 독서이력에서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이 몇 있다. 그 중의 한명이 바로 번역가 박중서와 예쓰의 리뷰어 재혁님. 박중서는 독서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롭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주었고(독서의 폭을 넓고도 깊게 해 주었다고 할 수 있는) 재혁님 같은 경우는 자연과학책을 접하면서 사물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해 준 분들이다. 

박중서의 번역책들은 대체로 거의다 사서 읽은 편이다. 레인져스 시리즈만 빼고. 도대체 그 책은 언제 끝날 것인지.4권까지 수집했다가 말았다. 나중에 완결되면 그 때 구입예정이지만, rss로 레인저스가 신간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 실망.  아,또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다른 책 좀 내지, 하는 아쉬움이 들곤 했다.

이번에 rss로 들어온 문자. <메인호를 기억하라>라는 신간을 보고 반갑. 주문하러 들어왔다가 6월17일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주문건하고 별도로 주문. 잠깐 신간에 들어가 몇 줄 안 되는 후기를 읽어보니 반가운 문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6월 17일을 기다려보자. 

 이 책은 책값이 너무 비싸 살까말까하다가 아영엄마님의 리뷰를 읽고 구입했다. 이 책에 나온 다른 그림책 작가들도 흥미가 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센닥과 알스버그의 그림의 서사성에 주목.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궁금하다. 센닥과 알스버그는 그림책사에서 그림책을 한단계 끌어올린 그림책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데, 센닥의 후기 그림책 보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의 화면이 웅장하게 변한다. 마치 오페라의 웅장함처럼. 센닥은 70년대 오페라  무대 세트를 담당하기도 했는데, 아마 그 영향력이 컸던 것 같다. 센닥이 모짜르트를 좋아했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모짜르트의 오페라 무대 세트를 담당하기도 했다. 센닥을 그 누구보다도 좋아했던 사람은 알스버그였다. 알스버그는 그의 작품 <빗자루의 보은>을 센닥에게 바쳤을 정도. 단순함에서 탈피해서 진지하면서도 알레고리가 넘쳐흘렀던 두 작가의 서사성의 평가가 기대된다. 

하핫, <아빠는 요리사> 108권이 나왔다. 언제나 아침 햇살처럼 따스해서 기분 좋은 만화다. 유행을 금방 타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만화는 말 그대로 한번 히트치면 몇 십년은 한 만화로 우려 먹고 살 수 있나보다. 내가 이 만화를 97년에 처음 접했으니 벌써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일본은 85,6년에 처음 연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 또한 일권부터 108권까지 쭈욱 읽고 있다. 일권부터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이 책은 세월이 더디고 앞 뒤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성이가 이번에 성인식을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세월에 맞춘다면 그와 친구들은 이십대 중반 혹은 후반이 되었어야 맞다. 좀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들. 언제나 제자리에서 뛰고 있는 느낌이지만, 시마 과장(시마과장이란 만화도 같은 해에 같이 빌려다 봤지만 난 시마과장 스탈의 남자는 별로) 같지 않는 일미과장의 푸근함과 자상함, 게다가 요리를 잘하는 남자라니. 만화와 함께 늙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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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4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0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2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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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1 0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핑키 2010-06-24 00:09   좋아요 0 | URL
ㅎㅎㅎ상식파계자와, 평행우주는 제목만봐도 어려울거 같아요 ㅠ 메인호를 기억하라도 그렇구요 ㅋㅋ 으흐흐;; 저런책을 재미나게 읽는분들 보면 참 위대해보여요 ㅎㅎ

기억의집 2010-07-21 03:12   좋아요 0 | URL
핑키님, 답글이 너무 늦었죠. 제가 개인적인 일이 좀 있어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상식 파계자, 에피소드는 재밌는데 뭔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 메인호는 리뷰 써야지 하면서도 한번 타이밍 놓치니깐 리뷰가 안 써지네요. 근데 책은 재밌게 읽었어요^^
 

운전면허를 따야할 당위성을 찾지 못해서 지금껏 운전면허를 따지 않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것을 좋아하고 지하철이나 버스 타는 것을 귀찮게 여긴 적이 없었기에 자가 운전에 대한 로망따윈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든 적이 없었다. 그러다 6월 초입에, 문득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강렬하게.

월급쟁이 아내로 달마다 빠듯하게 살고 있는지라 운전 면허를 딸만한 목돈을 쥐고 있지 않았다. 급한대로 적금을 깨고 운전면허학원에 등록을 했다. 오전 시간에 등록을 했기에 대강 집안을 치워놓고 30분 정도 일찍 학원에 가 대기 시간동안 틈틈히 읽은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정확하게 내가 샌델의 정의론을 이해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는 강의 내내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의문과 답변, 결론이다 싶은 답변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의문으로 점철해 나간다. 결코 완벽한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왜 그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지. 그래서 수차례의 리와인드 과정을 거쳐 읽었지만, 여전히 그의 정의론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나쁜 머리를 누굴 탓하리오).  

샌델의 정의론을 완전 이해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수긍할 수 있었고 우리 사회를 바라볼 때 어느 단면만이 아닌 여러 차원에서 바라 볼 수 있었다. 그의 정의론을 읽으면서 내가 여기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비록 나의 극단적인 정의론이 옳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극단을 꿈꾸게 된데에는 우리 사회의 약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너무나 안일하고 허술하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수요일에 또 한번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8살 아이의 성폭행 사건. 김수철사건으로 불리우는 미성년강간 사건으로 인터넷 뉴스가 들썩거렸다.  그 사건를 훑어보면서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을 둔 엄마로서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속상한 사건이었다. 맘이 너무 아파, 요 며칠 납덩어리를 가슴에 얹어두고 사는 것 같다.   

쓰레기만도 못한 개새끼라는 말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왔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사지를 찢어 발겨도, 평생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갇혀 지내도, 죽어도 관에 갇혀 썩어 문들어지더라도 관채로 감옥에서 수 백년을 징역살이해도 분이 안 풀리는 놈. 사회에서 불필요한 잉여인간. 사회에 전혀 보탬이 안 되는 인간인 그는 감옥에서 평생을 갇혀 있었어야했다. 출소 이후, 그는 인근 주민의 두려움이었고 범죄는 재발되었다. 그에게는 죄책감이나 후회라는,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따윈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어느 정도 그의 어린 시절, 청소년시절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불우한 가정생활을 영위했을것이고 학대받는 어린시절과 청소년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의 불우하고 어려운 어린 시절이 그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에게 연민을 느낄 수 없다. 혹자는 그래도 그에게 가해자(범죄자)의 인권이 있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짐승같은 그에게 인권을 운운한들 그에게 그러한 권리는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하는 권리가 아닐까. 김수철같은 범죄자를 보면서 그런 인간들이 어딘가에 평생동안 갇혀 지내면 나머지 우리 다수는 행복을, 안도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나의 생각은 잘 못 된 것일까.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 2장에서 최대 행복의 원칙/공리주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도덕의 최고 원칙은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 쾌락이 고통을 넘어서도록 하여 전반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벤담에 따르면, 옳은 행위는 "공리"를 극대화하는 모든 행위이다. 그가 말하는 공리란 쾌락이나 행복을 가져오고, 고통을 막는 것 일체를 가리킨다(55). 실제 그의 철학은 오늘 날 정책 입안자,경제학자,경영자, 일반시민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54). 

우리는 간단하게 공리주의에 대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정의로 배워왔다. 얼핏 보면 이 말은 그럴싸하게 들리는 말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하는데 그 누가 그러한 구호에 반대한단 말인가.   

하지만 샌델은 공리주의에도 함정은 있다고 말하다. 예를 들어 로마 시대, 원형경기장 안에서 벌어졌던 일, 그러니까 사자를 푼 원형경기장 안에 그리스도인을 집어 넣고 환호성을 질렀던 구경꾼들을 생각해보자. 수 많은 사람이 행복과 쾌감을 느꼈다는 이유(그러니깐 공리주의의 모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었던)만으로 그러한 행위를 도덕적으로 정당화 할 수 있겠는가.  

그는 또 다른 예로 공리주의 함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곤  어슐러 르귄의 소설을 예를 들었다. 그녀의 단편집 <바람의 열두방향>이라는 작품중에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단편이 있다.  

행복의 도시, 축복받은 시민의 도시 오멜라스에는 왕도 노예도, 광고도 주식거래도 원자폭탄도 없는 곳이다. 독자들이 이곳을 지나차게 비현실적인 곳으로 상상하지 않도록, 작가는 여기에 한가지 사실을 덧붙인다. "오멜라스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공공건물 지하실에 어쩌면 대궐같은 개인 저택 천장에 방이 하나 있다. 방문은 잠겼고, 창문은 없다." 이 방에 아이가 하나 앉아 있다. 지능도 떨어지고 영양 상태도 안 좋은 아이는 방치된 채로 비참하게 하루하루 연명해 간다.  

사람들은 오멜라스의 모든 사람들은, 아이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들은 모두 아이가 거기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그들의 행복이 ,도시의 아름다움이, 그들의 따뜻한 우정이, 자식들의 건강이....심지어는 풍요로운 수확과 온화한 날씨까지도 전적으로 아이의 끔찍한 불행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이이가 그 비참한 곳에서 나와 햇빛을 본다면,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위로한다면 물론 좋은 일이겠지만, 그 날 그 시간부터 오멜라스의 모든 풍요로움과 아름다움, 기쁨은 시들고 파괴될 것이다. 그것은 행복의 조건이다(62~63p
). 

한 아이의 비참한 희생으로 도시는 풍요로울 수 있다는 이 아이러니가 이 도시의 행복조건이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한 아이의 행복쯤은 무시될 수 있다는 것, 샌델은 다수의 행복이라는 명분 아래 죄 없는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잘못이(63p)이라고 말한다. 실제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람들은 오멜라스의 행복을 버리고 그 곳을 떠나버린다.

샌델의 말하는 공리주의의 함정에 빠져보자. 저 르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서 어린 소녀가 아닌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소녀와 같이 비참한 상황 속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행복과 쾌락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떨까? 오멜라스의 사람들이 과연 그 풍요로운 도시를 뒤로 하고 죄책감속에서 길을 떠나려 할까? 물론 다수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소녀와는 다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 아닐까.  

도처에 도덕적인 딜레마는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녀대신 범죄자가 희생양이 되었다고 해도 도덕적인 딜레마를 겪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리고 그것이아말로 샌델이 말하는 정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어린 약자가 희생되는 사회속에서 사는 한, 극단적인 정의 사회를 꿈꾸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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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6-14 21:23   좋아요 0 | URL
센델의 책이 명확한 결론이 없다는 게 좀 걸려요. 다양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의 책은 항상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이 책 안그래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기억의집님의 페이퍼가 너무 반갑네요^^

공리주의의 그런 함정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섬뜩하네요. 하여튼 너무 어렵고 미묘한 문제같아요. 사형제도 존폐 여부. 가해자의 인권.(사실 마음으로 인정해 주기 싫어요). 이 지점에 대한 좀 명확한 얘기를 들어보고도 싶은데...

운전면허 지금 어디까지 진행중이세요? 저는 정말 열심히 따고 바로 장롱으로 ㅋㅋㅋ 너무 후회스러워요. 바로 몰고 나갔어야 하는건데...운전을 하면 또다른 세계가 열린대요, 기억의 집님! 저한테 샘나도록 신나게 운전하시는 모습 보여주세요!

기억의집 2010-06-15 09:55   좋아요 0 | URL
저도 정의란 무엇인가해서 정의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는 것인줄 알았는데..그건 뭐 헷갈려서..이 책 읽어보면 미국은 민주주의 사회가 맞더군요. 누구나 다 명확한 선의의 결정이라고 생각한 것들도 딴죽거리는 것들이 있더라구요. 변호사가 많은 나라라서 그런가요.
이 책은 잘 모르겠어요. 좋게 평가해야할지 그저그런지.
확실한 것은 미국 공화당이 왜 똘당인지 이 책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어요.하핫.
운전 다음주초면 거의 다 끝나요. 12번 도로 기능이다보니 은근 이거 시간 많이 걸리네요. 문제는 필기에요. 흑흑

scott 2010-06-14 21:59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 운전 시험 한번에 턱 붙기를 바랍니다.
정의...이책 읽어볼까하다가 망설였는데...명확한게 없어서 약간 뜬구름잡기 식이였어요. 강의는 스타 의식이 강하고 학생들이 던지는 잘문들과 자신이 던져놓은 질문들을 탁구공처럼 주고 받고나서 마구 투표를 해요. 이런식의 강의가 자유로운 사고를 형성한다고 하는데 ...음, 조금더 두고봐야 할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0-06-15 10:00   좋아요 0 | URL
그래야할틴디... 조금 무서워요. 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방금 안경 두고 간 딸애한테 안경 갔다주느냐고 학교 갔다왔더니 열이 오르네요.
이 책은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초석인 책이에요. 어찌나 문제제기가 많던지. 헷갈려요. 솔직히 도덕적으로 명확해보이는 것도 어카운트 날리고. 스컷님의 자유로운 사고 형성한다는 말은 맞은 거 같아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결론은 계속해서 유보적일 것 같아요.
이런 강의를 책이 아닌 라이브 참여 한다면 재미는 있을 것 같더라구요. 하버드애들은 좋겠다~~ 이런 생각도 했어요.
스컷님, 땡스투 갔을 거에요^^ 그거 저예요^^

2010-06-15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6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핑키 2010-06-24 00:24   좋아요 0 | URL
왜 극단적인이라는 단어를 고르셨는지.. 열심히 기억님의 글을 읽어내려가다보니. 조금 이해가 될것 같기도하고..
그나저나, 운전면허 시험은? 어떻게 되셨어요? 행운을 빌어요!
 
노회찬을 위한 변명

1. 지난 목요일에 노회찬을 위한 변명이라는 글을 급조해서 올리는 탓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몇 분의 지적이 있어 그 페이퍼를 고쳐야지 하던 찰나에 외숙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와서 부랴부랴 장례식장을 찾아 갔다. 친정모랑 남동생 부부하고 같이 갔는데 엉덩이가 무거워 늦은 저녁에서야 일어났다. 우리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밥 시켜 먹고 자고 있더라는. 방치도 그런 방치가 없다. 그래도 지들끼리 잘 놀고 자니, 자는 모습 보면서 이젠 다 컸구나 싶었다.

덕분에(?) 수정해서 올려야지 한 페이퍼의 왜곡은 왜곡으로 남아 있다. 수정한 채 올릴까 하다가 내가 잘 못 알고 있는 상태를 그대로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페이퍼 보고 반성하라는 의미로. 조중동의 왜곡만 비난했지 나 자신의 왜곡은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쓰는 그 무식한 용감함에 솔직히 쪽팔리지 않는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지금도 얼굴이 화끈 거린다.

2. <노회찬을 위한 변명> 랠프 네이더에 대한 3% 지지가 논란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지인의 전화를 통해 내가 페이퍼에서 말한 그 3%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간접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지인의 통해 미국의 선거 절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예를 들어 민주당 대통령의 지지표가 전국적으로 표를 많이 얻었다 하더라도, 지역에서 뽑힌 선거인단이 공화당원이 많으면 공화당 대통령이 되는 곳이 미국이란다. 고어와 부시의 선거에서 표를 더 많이 얻은 고어가 진 맥락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더라는. 미국의 선거 제도에 대해 간접민주주의 라는 정도만 알았지 자세한 내막을 몰랐는데, 이 참에 검색해 보면서 알았다. 

그러므로 네이더의 3%는 대통령 선거를 한는 선거인단을 뽑는데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목했다고 한다. 그리고 비난과 논란은 있었지만 큰 논란거리는 아니였지만 우리나라 식의 마녀사냥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 정말 도대체 책을 왜 읽고 사는지 모르겠다. 이런 것도 모르니 말이다. 윽, 쪽 팔려서 얼굴을 들고 못 다니겠다. 

3. 지방선거 이야기 

친정엄마는 열렬한 한나라당 지지자이다. 자식들 모두 한나라당을 지지했다가 서서히 민주당으로 변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열을 많이 내셨다. 젊은 것들이 맨날 컴퓨터만 하더니..... 결과가 이렇다고. 지네들이 전쟁도 안 겪고 보고 뭘 안다고.... 자식인 우리들을 가리키며 너네들도 똑같은 것들이라등. 급기에는 화를 내며 집에도 오지 말란다. 본인이랑 의견이 다르면 자식도 아니라고. 미치는 줄 알았다. 그렇다고 친정모가 꽉 막힌 사람이냐 하면 절대 아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어도 아들하고 같이 살 생각도 하지 않았다. 혼자 살지만 혼자 살면서 외롭다고 자식들을 강제로 불러 들이거나 자기 맘대로 하시는 분이 아니다. 정 외로우면 친구들 만나고 쇼핑하고 산을 타시는 분이다. 물론 제사나 명절의 예식도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시는 분이다. 그런 것으로 자식들이나 며느리를 들 볶는 법이 없다. 아들이나 며느리가 안 오면 안오나보다(속으론 서운하겠지만) 생각하지 오라고 강요하지도 않는 사고가 널널한 분이, 

한나라당과 지역주의에 대한 맹신은 대단하다. 한나라당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그렇게 숱하게 말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서로의 의견차만 확인할 뿐 정치 이야기만 하면 쌈밖에 일어나지 않아 이젠 아예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지방선거을 민주당이 휩쓰니 얼마나 속 쓰려 하시던지.  

이번 지방 선거때 노인네들 난리도 아니었다. 노인대학에서는 아예 한명숙이야기는 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한명숙 말만 나와도 그 년이 어쩌구 저쩌구, 한명숙도 아니고 이름 끝에 욕을 꼭 붙을 정도로 노인네들의 한나라당 결속이 대단했다는. 우리 동네 80이 넘은 할머니도 그 잘 걷지도 못하는 노구를 이끌고 투표를 할 정도니 이번 지방 선거의 노인분들의 투표열기 장난 아니었다. 그나마 민주당의 지자체 쓰나미가 한명숙의 낙선을 상쇄해서 다행이지. 솔직히 60년대 마인드로 21세기를 통치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 20세기 정치를 하는 것도 모자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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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6-07 21:10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 미국의 간접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기엔 읽어서도 어려운 걸요^^;;

그리고 저도 이런 얘길 하고 싶었어요. 가족, 친구 중 정치적인 가치관이 너무 다른 경우 저는 무조건 화제를 돌려 버리거든요. 그런데 남는 감정이란게. 우리는 역시 안되는 구나, 입니다. 싸워도 봐야 하는 건지요. 너무 어렵고 민감한 문제입니다.

저는 시댁쪽이^^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봤어요. 종이 신문, 그것도 조중동을 통해서만 얻는 정보들, 전쟁 경험, 소외감, 이런 것이 합쳐지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요. 나이든 분들하고도 토론도 하고 토의도 할 수 있는 문화가 성숙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원해 보이기는 하지만요--;;

기억의집 2010-06-09 19:05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덧글이 너무 늦었지요. 제가 요즘 운전면허 딸려고 노력중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장롱면허, 지갑면허도 없어요. 흑흑
뭔 맘이 들었는지 지난 주에 적금깨서 운전 면허 등록하고 열심히 하려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도 잘 안들어오게 되네요^^ 죄송~~~~

저도 친정, 시댁 다 그런걸요. 첨엔 참 조리있게 설명하다가 나중엔 소귀에 경 읽기라 그냥 그려러니 하고 살아요. 무조건 젊은 너희들은 모른다,라고 하시니... 평행선도 이런 평행선이 없더라구요. 저는 블랑카님, 그런 면에서 정치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 부모님을 둔 분들이 부럽답니다.
그래도 우리 세대는 아니여서 다행이지요.
블랑카님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는데 화이팅! 저 언제 여기 또 들어올지 몰라요. 하핫^^

2010-06-14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4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0만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이 나왔다. 요즘 그렇게 그림책을 많이 사는 편은 아니지만, 알라딘 유아 코너에서 책구경하며 놀다가 옆기둥에 표지가 이쁜 책이 있어 눌렀더니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 순간 가슴이 그렇게 뛸 수가 없었다. 쿵쾅쿵쾅.  

개인적으로 사노 요코의 매니아는 절대 아니다. <100만번 산 고양이>를 아이들에게 수 없이 소리 내어 읽어주고 남들이 좋다길래 속으로 여러번 읽었지만 나는 저 책이 그렇게 좋은 줄은 모르겠다. 솔직하게 말하면 읽어줄 때마다 불쾌함이 찐덕찐덕 남아서 아이가 읽어달라고 가져오면 읽어주지 절대로 내가 선택해서 읽어주는 책이 아니다. 

 아이들 그림책은 언젠가 이야기 했지만 소리내어 읽어줄 때와 속으로 혼자 읽을 때가 다른 느낌이 나는 책들이 있다. 읽어줄 때 신나는 그림책이 속으로 읽으면 별로인 책이 있고, 속에서 혼자 읽으면 괜찮은 책이 발화되면 재미없는 책이 있는데, <100만 번 산 고양이> 그림책은 내용이 좋고 싫고를 떠나 정말 읽어줄 때마다 소름이 끼치는 책. 아이가 들고 올 때마마다 읽어주기 싫어 죽겠는데....안 읽어줄 수도 없고... 난감 ㅠㅠ. 

그녀의 에세이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에 이어 <나의 엄마 시즈코상>이 두번째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것 같은데, 그림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안 읽고는 못 배기지 않나 싶다.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도 그림책 작가의 이야기이길래 읽었었다. 지금까지 남은 저 책의 인상은 요코여사 절대 보통노인네가 아니라는 것. 성깔 깐깐하고 직설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다.  이번에 나온 <나의 엄마 시즈코상>의 책 소개도 잠깐 보면 냉정한 모녀 사이의 모습이 나온다. 요코 여사의 어머니가 살갑고 따스한 어머니는 아니였던 듯 싶다.  

몇 년 전에 광화문 교보갔다가 일본그림책 뭐 있나 싶어 그 쪽을 어슬렁 거리다가 일본인 모녀가 마침 그림책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 때 여자 아이가 엄마한테 맘이라고 하지 않고 자꾸 이름에다 상을 붙이더라는. 우리는 엄마,엄마하는 이름을 부르는데 그 쪽 모녀는 아이가 엄마한테 상을 붙이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 문화가 확연히 다르긴 다르구나 싶었다. 다정은 해 보이긴 하지만 호칭에서 선을 긋는 듯한 관계가 느껴졌다. 요코여사의 그림책 중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들.  

우와~~~~ 사토 아키코여사의 신간이 나왔다. 아니 내가 왜 더 좋아하지. 진짜 진짜 매력적인 그림책 작가. 그림은 뭐 별 딱히 호감은 가지 않지만 이야기만은 아이들의 혼을 쏘옥 빼 놓을 정도로 재밌게 진행시켜 나간다. 

몇년전에 후코오카 갔을 때 하카다역 근처의 대형서점 그림책 코너에 갔더니 역시 그림책왕국 답게 자국의 그림책으로 매대에 쫘악 깔려 있었다. 그 중에서 사토 와키코의 그림책은 메인쪽에 배치되어 있었던 기억이 남는다.

몇 달 전에<군고구마 잔치>가 나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책은 달맞이 그림책으로 가지고 있어 그녀의 그림책이 신간으로 나왔어도 시큰둥, 그녀의 최근 신간을 검색하지 않았더니 벌써 3월에 나온 책. 사토 와키코의 그림은 아름답거나 매력적이지는 않다. 받아보고 어쩌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다. 아이에게 그녀의 그림책을 읽어주는 순간 아이가 이야기의 주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것. 신나고 경쾌하며 낙천적인 이야기는 아이의 입가에 끊임없이 웃음을 만들어 내는 마력을 가진 그림책 작가라고 말이다.  

아마 이 책만큼 너덜너덜해진 책도 없을 것이다. 아, 까만 크레파스 빼고. 이 두 권의 그림책은 정말 많이 읽어주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마냥. 그래서 새로 다시 주문해야할 정도로 아이 둘이 다 좋아했던 책이다. 아이들이 다 크는 마당에 이상하게 다시 그림책이 댕긴다. 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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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0-06-04 13:38   좋아요 0 | URL
나의 엄마 시즈코상은 계속 카트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예요^^
저랑 같은 증상이네요. 애들은 이제 그림책 쳐다 보지도 않는데 그렇다고 살 수도 없고.흑~

기억의집 2010-06-07 09:57   좋아요 0 | URL
관심이 가죠. 저는 그림책 작가들에 대한 책이 우리 나라에 많이 발간되지 않아 일단 사야지 싶어요. 조만간 제가 사서 빌려 드릴께요^^

아영엄마 2010-06-04 15:58   좋아요 0 | URL
이상할 거 뭐 있어요~. 어른도 좋아하는 작가 책 사모으듯이 그림책 좋아해서 사모을 수 있는 거죠. ^^ 희망님 저는 (셋째가 아니더라도) 관심 가는 그림책 종종 사는 걸요~. 그림책들 보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잖여요~
님 글 덕분에 신간 소식도 접하고 갑니당! 그림책 이야기 많이 많이 해주셔요~~

기억의집 2010-06-07 10:0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여전히 사서 모으고 있는데 이번에 이사갈 때 적잖이 고민이되요. 아이패드나 빨리 나와주었으면 좋겠어요. 제 남동생이란 지난 번에 아이패드 이야기했는데 잡지보는데 책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네요. 이제 실물책이 아니어도 상관 없을 것 같아요.
저도 요즘 그림책 신간에 관심 없다가 다시 좀 생기는 것 같아요.^^

scott 2010-06-04 20:27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이 골라주신 그림책들 꼬옥 사볼께예요. 그림책은 꼭 아이들만 보라는 법 없죠^^

기억의집 2010-06-07 10:02   좋아요 0 | URL
저기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랑 까만 크레파스는 나중에 애들한테 꼭 읽어주세요. 재밌어요. 애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만 읽은 책이 아니긴 한데..요즘 돈도 돈이라서..^^

akardo 2010-06-06 14:55   좋아요 0 | URL
100만번 산 고양이 그림책 읽어본 적 없지만 사노 요코 씨의 나의 엄마 시즈코상은 상당히 흥미가 갑니다. 우리나라에선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가 꽤 끈끈한 편인데 일본은 다르다니 궁금하달까요. 가족 내 관계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나저나 동화책 작가하면 뭔가 수더분하고 푸근한 인상인데 이 분은 깐깐하고 직설적인 노인네;;이미지라니 동화책도 궁금해지네요. 특이한 사람 같아서;

기억의집 2010-06-07 10: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림책 작가들은 푸근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확 깨는 분이세요. 고미 타로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일본그림책 작가들의 에세이라면 될 수 있는 대로 다 사서 읽는데 제가 읽은 것도 별로 없지만 세이조 빼고 두 양반의 에세이는 상당히 차갑습니다. 고미 타로같은 경우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어른들이.은.의 문제야 같은 에세이는 작가의 직설적인 성격라인이 그대로 보입니다. 여하튼 이러한 작품들은 작가들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서 구해서 읽어야겠죠.

2010-06-07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핑키 2010-06-07 12:36   좋아요 0 | URL
100만번 산 고양이 얼핏 본 적이 있는것 같기도한데; 갑자기 내용이 전혀 생각안나요 ㅎㅎ 어떤 거길래.. 저도 읽어보면 찐덕찐덕ㅋㅋ 해질까? 호기심이 생겨요 ㅎㅎㅎㅎ
으악! 또, 한주가 시작되었어요 ㄷㄷㄷ;; ㅋㅋ
기억님은 아주아주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기를 ^_^ㅋ

기억의집 2010-06-07 12:48   좋아요 0 | URL
좀 뭐랄까, 이게 애들 그림책이라고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읽으면 읽을수록 섬뜩해요. 결국 사랑이야기인데..여하튼 오묘해요.
그러게요. 오늘 주말에 하지 못한 컴 하느냐도 오전내내 이러고있네요. 헤헤.
이제 애들 학원 보내고 햇살 좀 받아야겠어요. 참 저 운전면허신청했어요. 아마 바쁜 달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핫, 운전하고 싶어서 신청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