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쟝르소설만 잘 쓰는 줄 알았는데 자연과학책도 의외로 재밌게 쓴다는 것을 미치오 가쿠의<평행우주>을 읽으면서 알았다.  

미치오 가쿠가 상대성 이론에 대해 이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상대성 이론이 우리의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 이유는 이론이 잘 못 되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상식이 상대성이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들은 이 광할한 우주공간에서 특별히 안락한 곳에 살고 있다. 생명체에게 가장 적당하 온도에 다리가 견딜만한 중력, 그리고 몸이 견딜 만한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 특구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 공간으로 나아면 별의 중심온도는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뜨겁고 텅빈 공간은 절대온도 0도에 육박할 정도로 차가우며, 소립자들은 거의 광속으로 공간을 누비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상식이라는 것은 지구 근처에서만 통할 뿐, 범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편향된 지식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상대성 이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식이 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믿음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80p)

갈릴레오와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또한 나오자마자 환영을 받은 것이 아니다. 20세기 초반의 우주 상식으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상식에 들어맞지 않아, 가쿠의 말에 의하면 그의 이론은 맹렬하게 비난 받았다고 한다. 어떠한 이론이 상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 이론을 증명하는 다른 논문들과 실험들이 있어야만 정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이론 발표 이후, 에딩턴의 관측에 의해 증명되었기 때문에 오늘 날 우주의 상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가쿠의 저 글을 읽고 야, 그건 상식이야! 라는 말은 가급적 하지 않기로 했다. 상식이야말로 은근 뿌리깊게 박혀 있는 편견의 일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상식파괴자>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20세기 들어오면서 전 세대들에서 통용된 상식들이 무참히 깨지고 있다. 이제 상식이 상식이 아닌 시대,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 상식이 잘 못 되었을 수도 있다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이전에 상식으로 대접받던 것들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사뭇 궁금하다. 뭐, 어떤 내용일지는 낼 받아보면 알겠지. 

내 독서이력에서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이 몇 있다. 그 중의 한명이 바로 번역가 박중서와 예쓰의 리뷰어 재혁님. 박중서는 독서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롭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주었고(독서의 폭을 넓고도 깊게 해 주었다고 할 수 있는) 재혁님 같은 경우는 자연과학책을 접하면서 사물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해 준 분들이다. 

박중서의 번역책들은 대체로 거의다 사서 읽은 편이다. 레인져스 시리즈만 빼고. 도대체 그 책은 언제 끝날 것인지.4권까지 수집했다가 말았다. 나중에 완결되면 그 때 구입예정이지만, rss로 레인저스가 신간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 실망.  아,또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다른 책 좀 내지, 하는 아쉬움이 들곤 했다.

이번에 rss로 들어온 문자. <메인호를 기억하라>라는 신간을 보고 반갑. 주문하러 들어왔다가 6월17일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주문건하고 별도로 주문. 잠깐 신간에 들어가 몇 줄 안 되는 후기를 읽어보니 반가운 문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6월 17일을 기다려보자. 

 이 책은 책값이 너무 비싸 살까말까하다가 아영엄마님의 리뷰를 읽고 구입했다. 이 책에 나온 다른 그림책 작가들도 흥미가 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센닥과 알스버그의 그림의 서사성에 주목.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궁금하다. 센닥과 알스버그는 그림책사에서 그림책을 한단계 끌어올린 그림책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데, 센닥의 후기 그림책 보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의 화면이 웅장하게 변한다. 마치 오페라의 웅장함처럼. 센닥은 70년대 오페라  무대 세트를 담당하기도 했는데, 아마 그 영향력이 컸던 것 같다. 센닥이 모짜르트를 좋아했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모짜르트의 오페라 무대 세트를 담당하기도 했다. 센닥을 그 누구보다도 좋아했던 사람은 알스버그였다. 알스버그는 그의 작품 <빗자루의 보은>을 센닥에게 바쳤을 정도. 단순함에서 탈피해서 진지하면서도 알레고리가 넘쳐흘렀던 두 작가의 서사성의 평가가 기대된다. 

하핫, <아빠는 요리사> 108권이 나왔다. 언제나 아침 햇살처럼 따스해서 기분 좋은 만화다. 유행을 금방 타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만화는 말 그대로 한번 히트치면 몇 십년은 한 만화로 우려 먹고 살 수 있나보다. 내가 이 만화를 97년에 처음 접했으니 벌써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일본은 85,6년에 처음 연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 또한 일권부터 108권까지 쭈욱 읽고 있다. 일권부터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이 책은 세월이 더디고 앞 뒤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성이가 이번에 성인식을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세월에 맞춘다면 그와 친구들은 이십대 중반 혹은 후반이 되었어야 맞다. 좀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들. 언제나 제자리에서 뛰고 있는 느낌이지만, 시마 과장(시마과장이란 만화도 같은 해에 같이 빌려다 봤지만 난 시마과장 스탈의 남자는 별로) 같지 않는 일미과장의 푸근함과 자상함, 게다가 요리를 잘하는 남자라니. 만화와 함께 늙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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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18: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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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1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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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18: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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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1 0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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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2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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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1 0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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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0-06-24 00:09   좋아요 0 | URL
ㅎㅎㅎ상식파계자와, 평행우주는 제목만봐도 어려울거 같아요 ㅠ 메인호를 기억하라도 그렇구요 ㅋㅋ 으흐흐;; 저런책을 재미나게 읽는분들 보면 참 위대해보여요 ㅎㅎ

기억의집 2010-07-21 03:12   좋아요 0 | URL
핑키님, 답글이 너무 늦었죠. 제가 개인적인 일이 좀 있어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상식 파계자, 에피소드는 재밌는데 뭔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 메인호는 리뷰 써야지 하면서도 한번 타이밍 놓치니깐 리뷰가 안 써지네요. 근데 책은 재밌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