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이 나왔다. 요즘 그렇게 그림책을 많이 사는 편은 아니지만, 알라딘 유아 코너에서 책구경하며 놀다가 옆기둥에 표지가 이쁜 책이 있어 눌렀더니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 순간 가슴이 그렇게 뛸 수가 없었다. 쿵쾅쿵쾅.  

개인적으로 사노 요코의 매니아는 절대 아니다. <100만번 산 고양이>를 아이들에게 수 없이 소리 내어 읽어주고 남들이 좋다길래 속으로 여러번 읽었지만 나는 저 책이 그렇게 좋은 줄은 모르겠다. 솔직하게 말하면 읽어줄 때마다 불쾌함이 찐덕찐덕 남아서 아이가 읽어달라고 가져오면 읽어주지 절대로 내가 선택해서 읽어주는 책이 아니다. 

 아이들 그림책은 언젠가 이야기 했지만 소리내어 읽어줄 때와 속으로 혼자 읽을 때가 다른 느낌이 나는 책들이 있다. 읽어줄 때 신나는 그림책이 속으로 읽으면 별로인 책이 있고, 속에서 혼자 읽으면 괜찮은 책이 발화되면 재미없는 책이 있는데, <100만 번 산 고양이> 그림책은 내용이 좋고 싫고를 떠나 정말 읽어줄 때마다 소름이 끼치는 책. 아이가 들고 올 때마마다 읽어주기 싫어 죽겠는데....안 읽어줄 수도 없고... 난감 ㅠㅠ. 

그녀의 에세이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에 이어 <나의 엄마 시즈코상>이 두번째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것 같은데, 그림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안 읽고는 못 배기지 않나 싶다.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도 그림책 작가의 이야기이길래 읽었었다. 지금까지 남은 저 책의 인상은 요코여사 절대 보통노인네가 아니라는 것. 성깔 깐깐하고 직설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다.  이번에 나온 <나의 엄마 시즈코상>의 책 소개도 잠깐 보면 냉정한 모녀 사이의 모습이 나온다. 요코 여사의 어머니가 살갑고 따스한 어머니는 아니였던 듯 싶다.  

몇 년 전에 광화문 교보갔다가 일본그림책 뭐 있나 싶어 그 쪽을 어슬렁 거리다가 일본인 모녀가 마침 그림책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 때 여자 아이가 엄마한테 맘이라고 하지 않고 자꾸 이름에다 상을 붙이더라는. 우리는 엄마,엄마하는 이름을 부르는데 그 쪽 모녀는 아이가 엄마한테 상을 붙이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 문화가 확연히 다르긴 다르구나 싶었다. 다정은 해 보이긴 하지만 호칭에서 선을 긋는 듯한 관계가 느껴졌다. 요코여사의 그림책 중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들.  

우와~~~~ 사토 아키코여사의 신간이 나왔다. 아니 내가 왜 더 좋아하지. 진짜 진짜 매력적인 그림책 작가. 그림은 뭐 별 딱히 호감은 가지 않지만 이야기만은 아이들의 혼을 쏘옥 빼 놓을 정도로 재밌게 진행시켜 나간다. 

몇년전에 후코오카 갔을 때 하카다역 근처의 대형서점 그림책 코너에 갔더니 역시 그림책왕국 답게 자국의 그림책으로 매대에 쫘악 깔려 있었다. 그 중에서 사토 와키코의 그림책은 메인쪽에 배치되어 있었던 기억이 남는다.

몇 달 전에<군고구마 잔치>가 나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책은 달맞이 그림책으로 가지고 있어 그녀의 그림책이 신간으로 나왔어도 시큰둥, 그녀의 최근 신간을 검색하지 않았더니 벌써 3월에 나온 책. 사토 와키코의 그림은 아름답거나 매력적이지는 않다. 받아보고 어쩌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다. 아이에게 그녀의 그림책을 읽어주는 순간 아이가 이야기의 주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것. 신나고 경쾌하며 낙천적인 이야기는 아이의 입가에 끊임없이 웃음을 만들어 내는 마력을 가진 그림책 작가라고 말이다.  

아마 이 책만큼 너덜너덜해진 책도 없을 것이다. 아, 까만 크레파스 빼고. 이 두 권의 그림책은 정말 많이 읽어주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마냥. 그래서 새로 다시 주문해야할 정도로 아이 둘이 다 좋아했던 책이다. 아이들이 다 크는 마당에 이상하게 다시 그림책이 댕긴다. 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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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0-06-04 13:38   좋아요 0 | URL
나의 엄마 시즈코상은 계속 카트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예요^^
저랑 같은 증상이네요. 애들은 이제 그림책 쳐다 보지도 않는데 그렇다고 살 수도 없고.흑~

기억의집 2010-06-07 09:57   좋아요 0 | URL
관심이 가죠. 저는 그림책 작가들에 대한 책이 우리 나라에 많이 발간되지 않아 일단 사야지 싶어요. 조만간 제가 사서 빌려 드릴께요^^

아영엄마 2010-06-04 15:58   좋아요 0 | URL
이상할 거 뭐 있어요~. 어른도 좋아하는 작가 책 사모으듯이 그림책 좋아해서 사모을 수 있는 거죠. ^^ 희망님 저는 (셋째가 아니더라도) 관심 가는 그림책 종종 사는 걸요~. 그림책들 보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잖여요~
님 글 덕분에 신간 소식도 접하고 갑니당! 그림책 이야기 많이 많이 해주셔요~~

기억의집 2010-06-07 10:0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여전히 사서 모으고 있는데 이번에 이사갈 때 적잖이 고민이되요. 아이패드나 빨리 나와주었으면 좋겠어요. 제 남동생이란 지난 번에 아이패드 이야기했는데 잡지보는데 책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네요. 이제 실물책이 아니어도 상관 없을 것 같아요.
저도 요즘 그림책 신간에 관심 없다가 다시 좀 생기는 것 같아요.^^

scott 2010-06-04 20:27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이 골라주신 그림책들 꼬옥 사볼께예요. 그림책은 꼭 아이들만 보라는 법 없죠^^

기억의집 2010-06-07 10:02   좋아요 0 | URL
저기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랑 까만 크레파스는 나중에 애들한테 꼭 읽어주세요. 재밌어요. 애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만 읽은 책이 아니긴 한데..요즘 돈도 돈이라서..^^

akardo 2010-06-06 14:55   좋아요 0 | URL
100만번 산 고양이 그림책 읽어본 적 없지만 사노 요코 씨의 나의 엄마 시즈코상은 상당히 흥미가 갑니다. 우리나라에선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가 꽤 끈끈한 편인데 일본은 다르다니 궁금하달까요. 가족 내 관계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나저나 동화책 작가하면 뭔가 수더분하고 푸근한 인상인데 이 분은 깐깐하고 직설적인 노인네;;이미지라니 동화책도 궁금해지네요. 특이한 사람 같아서;

기억의집 2010-06-07 10: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림책 작가들은 푸근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확 깨는 분이세요. 고미 타로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일본그림책 작가들의 에세이라면 될 수 있는 대로 다 사서 읽는데 제가 읽은 것도 별로 없지만 세이조 빼고 두 양반의 에세이는 상당히 차갑습니다. 고미 타로같은 경우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어른들이.은.의 문제야 같은 에세이는 작가의 직설적인 성격라인이 그대로 보입니다. 여하튼 이러한 작품들은 작가들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서 구해서 읽어야겠죠.

2010-06-07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핑키 2010-06-07 12:36   좋아요 0 | URL
100만번 산 고양이 얼핏 본 적이 있는것 같기도한데; 갑자기 내용이 전혀 생각안나요 ㅎㅎ 어떤 거길래.. 저도 읽어보면 찐덕찐덕ㅋㅋ 해질까? 호기심이 생겨요 ㅎㅎㅎㅎ
으악! 또, 한주가 시작되었어요 ㄷㄷㄷ;; ㅋㅋ
기억님은 아주아주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기를 ^_^ㅋ

기억의집 2010-06-07 12:48   좋아요 0 | URL
좀 뭐랄까, 이게 애들 그림책이라고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읽으면 읽을수록 섬뜩해요. 결국 사랑이야기인데..여하튼 오묘해요.
그러게요. 오늘 주말에 하지 못한 컴 하느냐도 오전내내 이러고있네요. 헤헤.
이제 애들 학원 보내고 햇살 좀 받아야겠어요. 참 저 운전면허신청했어요. 아마 바쁜 달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핫, 운전하고 싶어서 신청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