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성을 싫어하고 일인삼성불매운동을 하는 사람이지만, 다른 분의 글을 읽으면서 새삼 삼성의 문화적인 충격을 기억해냈다.

 

대학 졸업하고 오퍼상이라는 곳에 취직을 했지만, 얼마 못가 그 곳이 망해 삼성생명 아르바이트를 지원해 그 곳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었다.  대출이자를 연체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 연체 사실을 알려주고 입금 안내하는 아르바이트였는데, 그 때 일하면서 난 커피 심부름이라든가 직원들 책상 닦기 같은, 당시 여아르바이트들이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알았던 일들을 시키지 않았다. 커피는 각자 알아서 타서 마셨고 책상도 직원들 자신들이 알아서 닦았지 나보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한 남자 직원들이 단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 외부 손님이 와도 과장님은 나에게 커피를 타 오라고 주문하지 않고 남자 직원들에게 시키셨다. 그 땐 그게 내 할일 같았고 그 남직원들에게 미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95년 그 때부터 서서히 여직원은 커피 심부름이나 하고 책상을 닦는다라는 등식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때만해도 직장내에서 허투른 일들은 여직원들이 다 알아서 처리했던 시절이었고 그걸 당연할 것으로 알았던 시대였는데, 삼성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더니 그런 잔업무를 남자 직원들이 다 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곳을 그만두고 작은 회사를 다녔을 때는 여직원들이 직원들의 책상은 물론 재털이 담배재까지 털어주었지만, 윗대가리들에게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만이 많았다. 외부손님의 커피 시중이야 여직원들이 할 수 없이 한다손치더라도 아침 일찍 당번순위를 정해서 남자직원들의 책상까지 닦는다는 것은 너무하지 않냐고 말이다. 허나~ 여과장님의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었고 그걸 당연시 하던 세대의 사람이라 어린 여직원들의 불만은 묵살되었고 내가 그 회사를 나올 때까지 지긋지긋하게 잔업무에 시달렸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고 주요 직책의 자리를 꿰 차면서 나는 여직원의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는 줄 알았다. 직장생활을 오래 했던 언니도 잔업무는 남자 직원들이 다 했고, 남편(회사에서 부장)에게 물어봐도 책상은 본인이 알아서 처리하고 외부 손님이 오면 바쁘지 않으면 커피심부름은  남자직원에게 부탁하거나 자신의 손으로 타 드리지 여직원들에게 부탁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여직원에게 커피 주문은 커녕 심부름이 왠 말이냐고 말해서 나는 우리 나라 기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 그런 줄 알았다가, 어느 글을 읽고 염병~아직도 그런 기업이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애들에게 생활진보를 가르치기로 했다. 여자가 하는 일, 남자가 하는 일은 따로 정해진 것은 없고. 언제 어디서든지 평등하게. 그것이 비록 잔일이라고 해도 남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이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지만, 하는 일은 갈라져 있지 않다고 말이다(사실 이게 어디 직장 내 문제겠냐 싶다. 명절에 주방에서 분주히 일하는 여자와 화투치거나 티비 보는 남편이 있는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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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5-20 21:49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누구를 비판하거나 어느 조직을 손가락질하기 앞서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길을 즐겁게 걸어가면 좋겠어요.
삼성을 비판하더라도 명절날 화투만 친다면...
스스로 '비판받는 삼성'하고 똑같은 모습이 될 테니까요..

기억의집 2012-05-21 16:04   좋아요 0 | URL
그라지요~
이런 사람들 많을 겁니다. 사람들이 삼성을 비난하지만, 그 때 제게는 그러한 기업문화가 참 생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icaru 2012-05-21 16:4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우리 애들 부엌일 많이 시키겠다고~ 별르는데,, 남편은 그럽니다.
'장가들 보냈는데, 아들들이 하나같이 주방일 하느라고 동분서주 하는 모습 보면 막상 좋지만은 않을걸' 하더라고요. ㅎ
사실 그런 건 이유가 되지도 않고요,, 생활진보 가르쳐야 합니다~~
특히 남자아이에게..
꼭!! 시대가 그런 남편감을 요구하기도 하고!!

기억의집 2012-05-22 20:18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남자들은 대체로 손하나 까딱 안하죠. 울 남편도 정말 집에 오면 손.하.나 까딱 안 한다니깐요.저는 남자가 할 수 있는 힘쓰는 일도 다 제가 했어요. 여자 남자 일이 어디 있냐 싶어서. 그래서 저의 언니가 한번은 운 적이 있어요. 제가 애도 업고 무거운 짐도 들고 가는 게 너무 안스러워서. 왜 애아빠한테 짐 들어 달라는 소리도 안 하냐고. 언젠가 한번은 눈시울을 적시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저의 남편이 무심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들한테 더 집안일 하라고 요구하는 것 같아요. 울 남편은 나같은 여자 만나서 편하게 살지만(물론 울 남편은 저한테 월급 맡기고 일체 잔소리 안해서 저도 편하지만) 울 아들은 나중에 집안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남의집 귀한 딸 데리고 살면서 부려 먹으면 쓰나 싶더라구요.^^

울 아들 김치 맛있게 담그는 법을 알려줘서 사랑 받는 남편을 맹글어야하는디... ㅋㅋ

희망으로 2012-05-22 21:40   좋아요 0 | URL
남편이야 그렇다쳐도 아들한테 집안일 안가르치면 나중에 며느리한테 욕먹을지도 몰라요^^
김치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희집에도 딸보다는 아들녀석한테 더 시켜요. 라면이나 계란 후라이도 울 아들이 더 많이 하거든요. 청소, 재활용 버리기, 수저 놓기 등은 자주 시켜먹어요. 생활진보라는 말 앞으로 많이 써먹어야 할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2-05-24 11:17   좋아요 0 | URL
우리집은 큰애가 아들이라서 그 놈이 작은 애를 부려먹어요. 이름까지 콕 집어 불러 이거 해라 해도 작은애를 부려 먹어서 한동안 실랑이 좀 했어요. 지금은 내 눈치 좀 본다는.

아들냄이 음식 솜씨가 더 있는 거 아녀요? 나 생활진보가로 변신할까봐~

오늘 아침은 약간 냉기가 도네요. 어제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 낮엔 진짜 덥더라. 밥엔 그럭저럭 참을 만 하고. 지금 긴팔 입고 있는데도 한기를 느껴요. 감기 걸린 것 같기도 하고. 감기 조심해요. 이번 감기 완전 넉다운 시키더라구요.

희망으로 2012-05-25 12:00   좋아요 0 | URL
어제 저도 감기 때문에 주사 맞고 왔어요.ㅠㅠ
올해는 계속 감기를 달고 사는 것 같아요. 며칠전에 전 긴팔을 세개나 껴입었어요. 그래도 추웠다는...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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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소설가라면, 이런 소설을 써 보고 싶다, 고 말할 정도로 화자의 전환이 독특한 연작소설이다. 에피소드마다 화자는 내가 말하기 시작한 그인 역사학 교수 무라카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거나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소설의 소재나 아이디어를 정하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이야기를 풀어내는 화자의 역활을 그 무엇보다 신경쓸 것이고 중요시 할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화자가 범인이다라는 신선한 접근법으로 독자를 경악케 했으며,  추리소설에서 범인의 유형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독자에게 범인의 접근 반경을 넓힌 미스터리 작가이지 않던가.

 

이 책은 바람둥이 교수 무라카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무라카와는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화자가 다 다르다보니, 그에 대해 어떠한 정보나 심층적인 내부 이야기는 피하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고통만이 전달되어진다.

 

나는 혼전순결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혼후 순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구성하고 이끌어나가는데 있어 불륜은 부부 서로간의 믿음의 근간을 다 부숴 더 이상 안정된 토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배우자의 바람은 부인이나 남편의 심적 고통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자식까지 고통스럽게 해 가족의 붕괴를 가져 올 수 있다.

 

이 소설을 이끌고 가는 무라카와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중국학을 연구하는 대학교수고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이나 심지어 문화강좌에 수강하는 유부녀들하고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문화강좌에서 만난 오타 하루미란 여성과 같이 살기 위해 그는 이혼을 하게 된다.

 

첫번째 에피소드 <결정>은 무라카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그의 조교인 미사키가 화자가 되어 이끌어 나간다. 그는 무라카와의 부도덕한 처신의 내용이 담긴 학교당국에 보낸 투서를 가지고 그 투서를 혹시 그녀가 썼는지 알아내기 위하여무라카와의 아내를 찾아가 면담을 하면서 서서히 그가 어떤 인물인지 드러난다. 결국 그의 아내는 그의 바람기에 질려 이혼하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듣는다.

 

두번째 에피소드 <잔해>는 무라카와가 강의하는 문화강좌에서 만난 유부녀의 남편이 화자이다. 데릴 사위로 들어가 장인의 사업체를 물려 받아 장인이 은퇴한 후에도 사업체를 더 탄탄하게 운영하고 있던 어느 날 그는 그의 아내가 문화강좌에서 만난 무라카와와 바람을 핀다는 것을 알아낸다. 바람핀 아내를 둔 배우자의 심리적 격분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는 아내와 이혼을 하지 않기로 한다. 독자는 그가 처한 상황이나 지위때문에 봉합되는 것임을 명백하게 이해하게 된다.

 

세번째 에피소드 <예언>은 무라카와의 아들이 화자이다. 부부중 어느 한사람만의 지속적인 외도는 이혼으로 끝을 맺을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상처 받는 사람은 자식들이다. 왜냐하면 이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이나 이해는 조감도적이 아니라 자신의 눈높이쯤이라 그들의 부모가 왜 이혼을 하는지, 싑게 납득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한차례 감정적 푹풍이 휘몰아치고 잠잠해지자, 그는 성인이 되어 부모가 이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를 다시 보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네번째 에피소드 <수장>은 흥신소에서 일하는 남자가 화자이다. 그는 무라카와가 재혼한 유부녀 오타 하루미가 자신의 딸을 감시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감시한다. 다른 지역의 대학을 다니기 위하여 부모와 떨어져 사는 딸은 자신의 엄마에게조차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딸은 엄마가 계부인무라카와와 어떤 관계라도 가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자살을 선택한다.

 

다섯번째 에피소드 <냉혈>은 무라카와의 친딸 호타루의 남자친구가 화자이다. 그는 호타루와 결혼을 며칠 남겨두고 후타루에게서 자신의 의붓여동생이 왜 자살을 하게 되었는지, 항간에 떠도는 타살 의혹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 받는다. 그는 젊은 시절 흥신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던 터라, 자신이 전에 일했던 신소 사장 에바다를 통해 의붓딸의 죽음이 자살로 결론 내린다.

 

여섯번째 에피소드 <귀가>는 다시 첫 에피소드의 화자인 미사키이다. 세월이 흘러 무라카와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그 소식을 듣고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는데, 무라카와의 장례식과 49제를 치르는 과정에서 그는 아내와 자신의 집을 들락거리는 고등학생 오카무라 사이를 의심해 어떤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정면으로 부딪혀 보기로 한다.

 

6개의 에피소드의 화자가 달라(물론 1,6번째 에피소드의 화자는 같지만), 무라카와가 왜 이혼을 결정하고 재혼을 하게되었는지, 재혼을 해 다시 꾸린 가정에서 그는 행복했는지, 과연 재혼가정의 의붓자식이 친자식보다 더 애틋했는지같은 아주 소소한 감정의 묘사나 심리적 묘사는 없다. 그래서  5명의 화자가 그에 대해 말하더라도 결코 그를 알 수가 없어서, 독자는 상상력과 추측(추리)을 보태야 할 정도로 이야기에 빈 틈이 많고 열려 있다.

 

독자인 내가 말할 수 있는 그는, 학문적으로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룬 학자라고 하더라도 덫에 걸려 든 야수와 다름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 가정을 이루었음에도 책임질 줄 모르며, 다른 가정을 이루었다고 해도 행복이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정내 행복의 기준은 뭘까? 가정 내 행복이란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 다를 것이다. 무라카와의 경우를 보더라도 다시 재혼을 해 가정을 꾸려 나가더라도 재혼한 부인의 감시하에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신경전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재혼 가정에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을 것이고 피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불행과 행복의 라인안에서 어디에 발을 두어야할지 몰라 발을 동동거리다가 행복인줄 알았더니 불행의 연속이고 그런 삶(불륜)은 누군가에게 짜릿한 행복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끔찍한 고통일 수 밖에 없다.

 

평범하고 진부한 이야기(한 바람꾼 이야기)를  도식적이고 정해진 루트를 따라 움직이는 이야기의 동선이 아닌, 여러 갈래의 이야기 길을 미완성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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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2-05-1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후 바람피우는 일은 배우자에 대한 배신이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이죠.
재혼이란 단어가 나오니 참 웃긴게 생각나요. 지난주 애들 데리고 병원 다녀왔는데 굉장히 웃긴 일이 있었거든요. 나중에 만나면 얘기해 줄게요^^
연작 소설들은 화자가 다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전 그래서 가끔은 헛갈릴 때도 있어요. 확실히 책을 읽을 때 점점 집중력이 떨어져요.ㅠㅠ

기억의집 2012-05-20 11:58   좋아요 0 | URL
뭘까? 완전 궁금~ 아영엄마님께 다음주에 전화해서 날짜 잡을께요. 이번엔 우리 지하에서 만나지 말아요. 소리가 너무 웅웅거려서 힘들더라.

icaru 2012-05-2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구성이 참 좋더라고요. 핑거 포스트처럼,,, 에피소드마다 화자의 시점이 달라져서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거 있잖아요. 이것도 비슷할 거 같은뎅~ 근데,,,
바람피우는 일.. 이런 걸 미래에 그럴 소지가 있다없다 속단하는 것도 되게 웃기기는 한데, 그럼에도 저는 안 그럴 것 같구요. 제 배우자도 안 그럴 것 같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우린 이혼이다.
서로 그랬어요. ㅎㅎㅎ 농담 아니고 진지하게 그랬는데,,,
마무리가 안 되네요. 헉.. 암튼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 라는 것은 내 일이 됐든, 남의 일이 됐든 경천동지할 일여요!

기억의집 2012-05-22 20:22   좋아요 0 | URL
핑거 포스트ㄷ 사다 놓고 쟁겨 놓고 있는 책입니다요^^
이 책 은근 재밌어요. 미우라 시온의 캐릭터 빙의가 아주 멋진 작품 같아요.

바람~ 이런 말 해도 되나 싶네요. 저는 친정부가 한바람 하셨어요. 바람이라면 아주 넌덜머리 납니다. ㅋ 그래서 저도 남편한테 바람피면 우린 이혼이다,라고 말해요. 아직까진 서로 잘 살고 있는데,,, 결혼 14년차인데, 이 후에 설마 나이 들어 바람 피겠어 하는 생각도 들긴해요.저흰 그래도 서로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야 뭐...집 아니면 친정이라서..책 이외에는 눈 돌릴 시간도 없는 것 같아요.

scott 2012-05-2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너무 칙칙해서 그저그런 내용일줄 알았어요.
아~미우라는 한장르와 문체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자재로 쓰다니...
일본 소설의 단골 소재가 불륜,이혼 치정살인이지만 이런시점과 화법으로도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게 대단한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2-05-29 21:05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전혀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가, 읽은데 대박이었어요. 보통의 작가는 불륜을 이야기할 때 막장스럽게 글을 쓰는데, 시온은 불륜의 당사자나 배우자 그리고 상간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발상이 독특하고 재밌었어요. 리뷰에는 안 썼지만 그는 결국 상간녀와 결혼 하는데, 상간녀의 딸이 자살을 하는데,,,여러 생각이 들어서 씁쓸해요. 스캇님, 한번 읽어보세요. 독자에게 여러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줘요.
 

어제 중1 큰놈이 수련회 떠나고 집에 없으니 할 일이 별로 없다. 친정엄마도 나물 캔다고 산에 가고. 집구석에 틀혀박혀 도서관에서 빌려온 미우라 시온의 책 좀 읽다가 널부러져 있던 오래된 책이나 파일들을 정리했다. 이번 주 토요일 재활용하는 날 버리던가 동네 재활용 모으는 아저씨께 갖다 드릴 요량으로.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20대에 열광했던 김현의 책과 신문 스크랩을 발견했다. 나는 김현선생의 글 참 좋아했다. 그의 글은 감정이나 문체의 과잉이 없었지만, 담백한 가운데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한국문학의 진정성에 한발 내 딛었다고 말해도 되나. 선생덕에 20대땐 우리 소설을 많이 읽었다. 이젠 낡고 바래질대로 바래져 김현의 평론집은 지난 겨울에 다 재활용에 갖다 버렸는 줄 알았더니 <책읽기의 괴로움> 과 <행복한 책읽기>란 책이 책더미속에 있었다.

 

 

 

 

 

 

 

 

 

84년에 출간된 그의 평론집, <책읽기의 괴로움>

 

책날개 안쪽의 김현의 프랑스 유학시절 모습,

 

김현은 불문학자로서 프랑스 문학(소설)이나 푸코같은 철학자의 저서를 열심히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문학에 관심과 사랑 그리고 육성했던 사람이었다. 위의 사진은 문학과 지성사란 출판사를 세웠던 김현, 김치수, 김병익 그리고 김주현씨의 문지를 설립했을 당시 기념 사진. 아 정말 젊은 모습~ 30대 정도 되려나.

 

그는 반생의 삶을 살지 못했다. 1990년 그는 간암으로 48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91년에 발행된 사진 스크랩에서 발견한 사진. 암투병으로 살이 많이 빠진 모습(그 땐 몰랐는데, 김현 선생 암투병으로 살빠진 모습을 보니,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빼짝 마른 모습과 오버랩 되서 측은한 기분이 들었다).

 

김현이 현재까지 살아있더라면 한국 문학의위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내가 알고 그 어떤 평론가들보다 한국문학을 사랑했고

그를 거쳐가지 않는 소설가나 시인이 몇명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한국문학을 논했던 분이다.

 

타계 후 20년이 지난 지금,

많은 이들에게 그는 잊혀지거나

잊혀질 전설의 평론가들 중 한명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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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5-18 10:09   좋아요 0 | URL
아하~ 문득 어제, 저녁 종일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흥얼거렸던 게- ㅎ 김현이 좋아해서 술자리에서나 즐겨 부르고 들었다는 노래였다지요? 그래서 유심초의 이 노래를 들으면 김현이 생각나요. 저도 20대엔 열광을 ㅋ 얼마나 얼마나 많이 읽으면, 그 분의 발가락까지라도 닿는 통찰,이 생길까 하면서요.
저도 김현의 책에서 언급했던 문예 신인의 소설이나 시를 한번 더 보게 되게 되니까, 그 즈음엔 한국문학도 많이 봤던 거 같아요.
지금은? ㅎ 안 본다라고 말하기 보단, 그때만큼 책을 안 보기도 하고, 그나마 문학 아닌 다른 것들을 보기도 하니까,,, 확~~~~줄어서 거의 안 본다고 해야겠죠 ㅠㅠ) 어쩐지 말하고 나니, 부끄러워지는..


기억의집 2012-05-18 15:43   좋아요 0 | URL
여기 기사에도 나왔더군요.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좋아했다고. 이분들 의외로 술기행이 많더라구요. 김현은 반포 아파트에 살았는데, 근처에 단골맥주님이 있어 그 곳에서 거의 매일 마셨다고 하더라구요.김치수선생이나 김병익 선생등은 이제 나이가 있어 책도 거의 못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저는 한 때 김현의 눈을 통해 작가를 보았으니깐요. ^^

한국 소설은 안 읽은지 꽤 오래되었어요. 작년에 한창훈의 꽃의 나라 이후 읽은게 없는 거 같은데요. 끽해야 소설은 추리소설하고 이제 일본소설정도인 것 같아요. 유럽 소설은 이제 아예 안 댕겨요.

일하시잖아요. 저처럼 집에서 놀면 그리고 놀 줄 모르면 책밖에 읽을 게 없더라구요. 흐,지루한 인생이죠. 뭐


scott 2012-05-26 18:00   좋아요 0 | URL
이책과 스크랩은 처분하지 마세요.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꼬옥 보여주세요.
김현님이 반포에 사셨다는거 처음 알았네요.
요즘 평론가중에 제대로 평하고 논할만한 사람이 없으니
너무 이른 죽음이 안타까워요.

기억의집 2012-05-29 21:0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분 평론책은 거의 다 가지고 있었는데,,, 몇 권은 못 버리겠더라구요. 한국문학의 위상하고 책읽기의 괴로움은 남겨두었는데,,, 스크랩도 이렇게 페이퍼로 올리고 버려야지 했는데, 결국 못 버렸어요.
아이들이 크면 김현 잘 모를 것 같아요. 지금도 많이 잊혀진 상태라....

간혹 김현이 살아있다면 한국 문학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궁금할 때가 있어요.

기억의집 2012-05-29 21:08   좋아요 0 | URL
어디 읽어보니 반포에 살았다고 하더라구요. 김현 본가가 아주 잘 살았다고 하던데요. 저 예전에 학원이라는 잡지에서 읽었는데,,, 김현 본가가 전라도에서도 알아주는 부자였데요. ^^
 

알라딘 북캘린더를 보니 오늘이 권정생선생님 사망 5주년을 맞는 날이다. 선생의 그림책 <강아지똥>은 요즘 흔히 하는 말로 국민그림책이다,라고 말해도 의의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열심히 읽어주었고 애니로 아이들과 티비를 통해 많이 보았으니.

 

선생의 말년에는 인세가 해마다 1억이 넘게 들어왔다. 다른 작가들은 그 돈으로 땅 좀 사서 시세차익 좀 남기거나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쌓인 그림같은 집 짓고 사는데(비난조로 읽었다면 전혀 아니다. 누구나 다 그런 욕망은 있지 않나. 돈을 있을 경우 제일하고 싶은 일이라는 상식선에서 썼다. 나도 해마다 그런 돈 들어오면 땅사서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 짓고 살 것이다) 보탰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돈을 전부 아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그리고 그가 만족해하면 살던 집은,

 

 

 

이런 궁상맞은 방한칸 짜리 집이었다. 어떤 기자는 선생의 기부에 대한 글을 쓰면서 선생의 기부하는 마음이야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썼다..

 

나는 책욕심이 무지 많은 사람이라 책뿐만 아니라 서재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권정생 선생의 저 서재겸 기거하셨던 한칸짜리 방을 보고 책욕심과 더불어 서재로망을 버리기로 했다. 죽으면 다 싸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닌데 멋진 서재와 책만 쌓아놓으면 뭐하나 싶어서......이제 그 로망과 오래되어 낡은 책 다 쓰레기통에다 갖다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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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르 2012-05-17 15:16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이 쓰신 이 글은,
책 욕심이 많은 저에게도 어떤 깨달음을 줍니다.
읽지 않은 책이 수두룩 쌓여 있는데,신간에 기웃거리는 자신이 부끄럽네요.ㅠ
마지막 사진이 너무 강렬하군요.
추천!

기억의집 2012-05-17 15:47   좋아요 0 | URL
휴, 저도 읽지도 않고 수두록 쌓아 놓고
신간 기웃거리며 장바구니에 담고....하루의 반복적인 일상입니다.
이제 책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 새 손목아지는 마우스를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신간쪽으로...햐아~
죽겠어요.

파란놀 2012-05-17 17:04   좋아요 0 | URL
알라딘중고샵 말고 동네헌책방에 기부하셔요~ ^^

즐겁게 읽고
또는 즐겁게 쌓아 두다가
즐겁게 기부하면 되지요~

기억의집 2012-05-17 17:30   좋아요 0 | URL
된장님 저의 동네는 이제 헌책방이 없어요. 흑흑.
네~ 가지고 있는 책들 중에서 파는 책도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기부하려고요. 동네 도서관 알아보려고 해요.

마녀고양이 2012-05-17 19:55   좋아요 0 | URL
얼마 전에 어느 알라디너의 서재에서 이 문구 봤거든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란 문구요, 저도 작성해보고 싶었는데
기억의집님께서 같은 문구로 하셨네요, 아마 우연이겠지만 신기해서요...

권정생 선생님은 책을 저렇게 쌓아놓으셨군요... 와....
참 이쁜 책이죠, 강아지 똥, 슬프고 이쁘고,

기억의집 2012-05-18 14:07   좋아요 0 | URL
저 말은 뭐 찾다가 읽은 동아일보 기자가 했던 말이에요.

저는 아주 많이 권선생님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감정이 메마른 편이어서 그림책이나 동화라도 작가의 감정이 은근 깊숙히 들어간 작품은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워낙 권선생님 작품은 국민그림책이라서...미국의 닥터 수스의 작품을 잘 모르면서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하고 똑같아요^^
 
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30대의 소설가가 이렇게 성을 世代별로 대담하면서 솔직하게 다루다니, 최근 들어 가장 재밌게 읽은 소설. 마지막 에피소드가 심하게 작위적이어서 별 하나 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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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2-05-2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레 라고 해서 미미여사의 책인줄 알았어요.
대담하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집니다.

기억의집 2012-05-29 21:09   좋아요 0 | URL
읽을 만 해요. 좀 웃겨요. 할아버지의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골 때려요. 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