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1 큰놈이 수련회 떠나고 집에 없으니 할 일이 별로 없다. 친정엄마도 나물 캔다고 산에 가고. 집구석에 틀혀박혀 도서관에서 빌려온 미우라 시온의 책 좀 읽다가 널부러져 있던 오래된 책이나 파일들을 정리했다. 이번 주 토요일 재활용하는 날 버리던가 동네 재활용 모으는 아저씨께 갖다 드릴 요량으로.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20대에 열광했던 김현의 책과 신문 스크랩을 발견했다. 나는 김현선생의 글 참 좋아했다. 그의 글은 감정이나 문체의 과잉이 없었지만, 담백한 가운데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한국문학의 진정성에 한발 내 딛었다고 말해도 되나. 선생덕에 20대땐 우리 소설을 많이 읽었다. 이젠 낡고 바래질대로 바래져 김현의 평론집은 지난 겨울에 다 재활용에 갖다 버렸는 줄 알았더니 <책읽기의 괴로움> 과 <행복한 책읽기>란 책이 책더미속에 있었다.

 

 

 

 

 

 

 

 

 

84년에 출간된 그의 평론집, <책읽기의 괴로움>

 

책날개 안쪽의 김현의 프랑스 유학시절 모습,

 

김현은 불문학자로서 프랑스 문학(소설)이나 푸코같은 철학자의 저서를 열심히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문학에 관심과 사랑 그리고 육성했던 사람이었다. 위의 사진은 문학과 지성사란 출판사를 세웠던 김현, 김치수, 김병익 그리고 김주현씨의 문지를 설립했을 당시 기념 사진. 아 정말 젊은 모습~ 30대 정도 되려나.

 

그는 반생의 삶을 살지 못했다. 1990년 그는 간암으로 48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91년에 발행된 사진 스크랩에서 발견한 사진. 암투병으로 살이 많이 빠진 모습(그 땐 몰랐는데, 김현 선생 암투병으로 살빠진 모습을 보니,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빼짝 마른 모습과 오버랩 되서 측은한 기분이 들었다).

 

김현이 현재까지 살아있더라면 한국 문학의위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내가 알고 그 어떤 평론가들보다 한국문학을 사랑했고

그를 거쳐가지 않는 소설가나 시인이 몇명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한국문학을 논했던 분이다.

 

타계 후 20년이 지난 지금,

많은 이들에게 그는 잊혀지거나

잊혀질 전설의 평론가들 중 한명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caru 2012-05-18 10:09   좋아요 0 | URL
아하~ 문득 어제, 저녁 종일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흥얼거렸던 게- ㅎ 김현이 좋아해서 술자리에서나 즐겨 부르고 들었다는 노래였다지요? 그래서 유심초의 이 노래를 들으면 김현이 생각나요. 저도 20대엔 열광을 ㅋ 얼마나 얼마나 많이 읽으면, 그 분의 발가락까지라도 닿는 통찰,이 생길까 하면서요.
저도 김현의 책에서 언급했던 문예 신인의 소설이나 시를 한번 더 보게 되게 되니까, 그 즈음엔 한국문학도 많이 봤던 거 같아요.
지금은? ㅎ 안 본다라고 말하기 보단, 그때만큼 책을 안 보기도 하고, 그나마 문학 아닌 다른 것들을 보기도 하니까,,, 확~~~~줄어서 거의 안 본다고 해야겠죠 ㅠㅠ) 어쩐지 말하고 나니, 부끄러워지는..


기억의집 2012-05-18 15:43   좋아요 0 | URL
여기 기사에도 나왔더군요.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좋아했다고. 이분들 의외로 술기행이 많더라구요. 김현은 반포 아파트에 살았는데, 근처에 단골맥주님이 있어 그 곳에서 거의 매일 마셨다고 하더라구요.김치수선생이나 김병익 선생등은 이제 나이가 있어 책도 거의 못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저는 한 때 김현의 눈을 통해 작가를 보았으니깐요. ^^

한국 소설은 안 읽은지 꽤 오래되었어요. 작년에 한창훈의 꽃의 나라 이후 읽은게 없는 거 같은데요. 끽해야 소설은 추리소설하고 이제 일본소설정도인 것 같아요. 유럽 소설은 이제 아예 안 댕겨요.

일하시잖아요. 저처럼 집에서 놀면 그리고 놀 줄 모르면 책밖에 읽을 게 없더라구요. 흐,지루한 인생이죠. 뭐


scott 2012-05-26 18:00   좋아요 0 | URL
이책과 스크랩은 처분하지 마세요.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꼬옥 보여주세요.
김현님이 반포에 사셨다는거 처음 알았네요.
요즘 평론가중에 제대로 평하고 논할만한 사람이 없으니
너무 이른 죽음이 안타까워요.

기억의집 2012-05-29 21:0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분 평론책은 거의 다 가지고 있었는데,,, 몇 권은 못 버리겠더라구요. 한국문학의 위상하고 책읽기의 괴로움은 남겨두었는데,,, 스크랩도 이렇게 페이퍼로 올리고 버려야지 했는데, 결국 못 버렸어요.
아이들이 크면 김현 잘 모를 것 같아요. 지금도 많이 잊혀진 상태라....

간혹 김현이 살아있다면 한국 문학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궁금할 때가 있어요.

기억의집 2012-05-29 21:08   좋아요 0 | URL
어디 읽어보니 반포에 살았다고 하더라구요. 김현 본가가 아주 잘 살았다고 하던데요. 저 예전에 학원이라는 잡지에서 읽었는데,,, 김현 본가가 전라도에서도 알아주는 부자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