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성을 싫어하고 일인삼성불매운동을 하는 사람이지만, 다른 분의 글을 읽으면서 새삼 삼성의 문화적인 충격을 기억해냈다.
대학 졸업하고 오퍼상이라는 곳에 취직을 했지만, 얼마 못가 그 곳이 망해 삼성생명 아르바이트를 지원해 그 곳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었다. 대출이자를 연체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 연체 사실을 알려주고 입금 안내하는 아르바이트였는데, 그 때 일하면서 난 커피 심부름이라든가 직원들 책상 닦기 같은, 당시 여아르바이트들이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알았던 일들을 시키지 않았다. 커피는 각자 알아서 타서 마셨고 책상도 직원들 자신들이 알아서 닦았지 나보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한 남자 직원들이 단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 외부 손님이 와도 과장님은 나에게 커피를 타 오라고 주문하지 않고 남자 직원들에게 시키셨다. 그 땐 그게 내 할일 같았고 그 남직원들에게 미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95년 그 때부터 서서히 여직원은 커피 심부름이나 하고 책상을 닦는다라는 등식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때만해도 직장내에서 허투른 일들은 여직원들이 다 알아서 처리했던 시절이었고 그걸 당연할 것으로 알았던 시대였는데, 삼성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더니 그런 잔업무를 남자 직원들이 다 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곳을 그만두고 작은 회사를 다녔을 때는 여직원들이 직원들의 책상은 물론 재털이 담배재까지 털어주었지만, 윗대가리들에게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만이 많았다. 외부손님의 커피 시중이야 여직원들이 할 수 없이 한다손치더라도 아침 일찍 당번순위를 정해서 남자직원들의 책상까지 닦는다는 것은 너무하지 않냐고 말이다. 허나~ 여과장님의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었고 그걸 당연시 하던 세대의 사람이라 어린 여직원들의 불만은 묵살되었고 내가 그 회사를 나올 때까지 지긋지긋하게 잔업무에 시달렸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고 주요 직책의 자리를 꿰 차면서 나는 여직원의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는 줄 알았다. 직장생활을 오래 했던 언니도 잔업무는 남자 직원들이 다 했고, 남편(회사에서 부장)에게 물어봐도 책상은 본인이 알아서 처리하고 외부 손님이 오면 바쁘지 않으면 커피심부름은 남자직원에게 부탁하거나 자신의 손으로 타 드리지 여직원들에게 부탁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여직원에게 커피 주문은 커녕 심부름이 왠 말이냐고 말해서 나는 우리 나라 기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 그런 줄 알았다가, 어느 글을 읽고 염병~아직도 그런 기업이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애들에게 생활진보를 가르치기로 했다. 여자가 하는 일, 남자가 하는 일은 따로 정해진 것은 없고. 언제 어디서든지 평등하게. 그것이 비록 잔일이라고 해도 남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이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지만, 하는 일은 갈라져 있지 않다고 말이다(사실 이게 어디 직장 내 문제겠냐 싶다. 명절에 주방에서 분주히 일하는 여자와 화투치거나 티비 보는 남편이 있는 마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