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에 한림출판사에서 한달에 한번 그림책 읽기라는 북스타트 운동을 펼친 적이 있었다. 그 때 달맞이라는 이름으로 북스타트를~ 한달에 네권인가 두권인가를 받았는데, 몇 년 지나 잘 안 팔렸는지 한림출판사에서 북스타트 사업을 접었다. 일본 그림책을 접할 수 있었던 기회라 출판사에서 달맞이를 그만 둔다고 할 때 많이 서운했었다. 그 때 받아 보았던 <머핀 아줌마의 빵집>

 

 

이 그림책은 이쁜 그림은 아니지만, 단순한 선과 색이 따스함을 자아낸다. 어떻게 이렇게 쓱쓱 그어놓은 듯한 선과 대강 칠한듯한 색에서 따스함이 스밀 수 있는지.

 

 

 아델장장 마을에는 머핀 아줌마가 빵을 구워 만드는 빵집이 있다. 오른쪽의 화덕 그림, 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소품만으로도 친밀감이 느껴진다.

 

머핀 아줌마의 빵집은 인기 만점~

 

 

 

머핀 아줌마의 빵집에서 일하는 아노엘은 아줌마가 하룻밤이라도 편할 수 있도록 자신이 빵을 만들기 위해 지하 빵꿈터에 내려온다.

 

 

빵을 만드는 작업실의 정경. 난 이런 아기자기한 주방소품들을 구경하는 게 좋더라. 작가는 이 장면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신경썼을까. 여기엔 숟가락을, 여기엔 그릇을, 여기엔 컵을~ 주방 소품의 자리 배치를 위해 작가가 애썼을 생각하면 사랑스러운 장면.

 

 

 

 

 

 

 아줌마를 위해 빵을 만들어볼까! 이리 치고 저리 치고,

 

 

자, 이제 화덕에 넣어볼까나~

 

 

 화덕의 따스한 기운이 감돌자 아노엘은 더 이상 잠이 들었고,

 

 엄마야, 이를 어째~ 화덕에 굽던 빵이 밖으로 나오려고 하네.

 

 

 

 머핀 아줌마도 소리에 놀라 나와 보고,

 

 

 다락방으로 피신했지만,

 

 

 빵은 부풀러 올라 집을 가득 채우고(작가가 독자에게 선사해주는 작은 재미),

 

 

아델장장 마을은 온통 맛있는 빵냄새와 함께 냄새와 아침을 맞이하고,

 

마을 사람들은 맛있는 빵을 맛있게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

 

아이와 이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빵생각은 간절하고, 무엇보다 아이와 나의 따스한 친밀감이 형성되는 그런 그림책이다. 나는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나 지적인 그림책을 좋아하지만, 아이와 함께 읽을 때는 무엇보다도 아이와 내가 그림책에서 친밀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림책을 좋아하는데, 일본그림책이 대체로 그런 느낌을 만들 수 있어 좋아한다. 아이와 함께 많이 읽었던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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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2-05-2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림에서 달맞이를 다시 재개한다면 예전보다 더 잘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그림책 포스팅 넘 반가움!! 일본 그림책이라 더 반가움^^

기억의집 2012-05-25 20:21   좋아요 0 | URL
ㅋㅋ 한솔의 북스북스는 어떤가 모르겠어요. 한림이 그 때 마켓팅도 안 해서 인지도가 너무 낮았어요. 마켓팅 좀 부지런 떨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하지만 이제 우리집은 애들한테 읽어줄 수가 없어요^^ 계속 올릴거에요.

아영엄마 2012-05-26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림은 여타 어린이 도서 출판사에 비해 마케팅이나 리뷰어나 신간 평가단 운영 같은 것이 미약한 편인 것 같아요. 그림책 리뷰 & 포스트 계속 올리실 거라니 자주 들려야겠습니다. ^^

기억의집 2012-05-29 20:40   좋아요 0 | URL
덧글 너무 늦었죠. 아이들과 남편은 연휴였지만, 저는 덤불길이었어요. 삼시세끼 밥에 엄마네집에~ 힘들었어요.

네 이제 그림책 좀 올릴려고요. 한림이 그런 쪽엔 신경을 잘 안 쓰죠. 달맞이도 마켕팅만 잘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scott 2012-05-26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충 슥슥 그린것 같은데 주방도구들이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고 밀가루가 부풀고 있는것 같아요.
빵이 집안가득 부풀러올라서 다락방으로 피신 ㅎㅎ
빵 굽는 냄새 맡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기억의 집님 올려주신 그림책 보고 곧바로 빵 구웠네요.
체리+건포도 듬쁙 넣고 ^^

기억의집 2012-05-29 20:44   좋아요 0 | URL
제 말이요. 라인이 대충 그린 것 같은데도 율동적이에요. 전체화면을 사용하지 않고 부분, 집약적으로 그림을 그려서 집중할 수 있어요.

조리도구나 화덕의 배치 보면, 작가의 세심함이 느껴질 정도여요. 맞아요. 이 책보면 빵 냄새가 나는 것처럼 느껴져요. 사랑스런 그림책입니다.
허헉, 스캇님 제빵도 하세요? 부럽 부럽 부러럽~

2012-05-27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9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 나무 이야기

이 책의 가장 만화스러운 장면은 아마 나이 천년의 삼나무를 베고 그 벤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의식일 것이다.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읽다보면 행동감이 느껴지고 익사팅한 속도감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건 작가의 글재주다. 독자인 나는 머리속으로, 지금까지 보아왔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 주인공들중 적절한 인물들을 골라 나무를 베고 잔가지를 쳐 만든 통나무를 타고 마을까지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한컷한컷 만들어낸다(사실 읽다보면 글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런 그림이 만들어질 정도다).

 

허나 나는 그 천년 나무를 베고 주인공들이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그리는데 즐겁고 익사팅하게 상상하기 보다 천년 나무가 베었다는 것때문에 안타까웠다. 죽은 나무도 아니고 쳔년이나 된 살아 숨쉬는 나무를 축제(의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였다는 것 때문에.

 

가무사리 마을사람들이 이 나무를 벤다고? 그렇다면 가무사리 신을 모시는,48년 많에 한번씩 돌아오는 대축제는 가무사리 산의 거목 한 그루 베는 행사를 말하는 모양이다(p276)

 

작가한테 묻고 싶다. 아무리 작가가 만들어 낸 이야기지만, 이렇게까지 이야기의 장치로 천년 나무를 선택했어야만 했는지 말이다. 백년 이백년된 나무를 쳐 내는 것도 불편한데, 무려 천년된 나무라니.

 

진짜 저 대목 읽으면서 읽는 그 순간 복잡했다. 이건 단순히 작가가 꾸며낸 이야길 뿐인데, 뭘 그리 신경쓰누! 라는 생각이 연거푸 들면서도 맘 한켠엔, 그 나무가 서 있던 천년 동안의 자리, 천년 동안의 기억, 천년 시간의 흐름이 한순간 사라졌다는 것 때문에. 번개나 천둥같은 자연의 순리에 의해서가 아닌 사람에 인위적인 행위때문에.

 

의식이나 축제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을까? 천년의 자리를 없앨 정도로. 정말 아니지 싶었다.

 

몇년 전만 해도 나는 나무 그늘에서 쉴줄이나 알았지, 나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모르고 살았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일회용 종이컵도 아까운 줄 모르고 사 들이고 마셨으니말이다. 내가 더 이상 종이컵으로 커피를 마시지 않고 원료가 나무인 것들을 잘 사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데에는 에드워드 윌슨과 관련된 장대익 교수의 글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언젠가 장대익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의 집무실에 다 찌그러지고 너덜너덜한 일회용컵이 있어서 뭐냐고 물었더니 며칠전에 파티에 초대받아서 갔더니 그 곳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길래, 그 컵으로 파티 내내 마시고 집으로 가져 왔다는 것이다. 완전히 찢어지고 더 이상 사용 못할 때까지 쓴다는 거였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컵을 만들기 위해 많은 나무가 베어지는 게 싫다고, 본인 한명이라도 환경운동을 실천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위대한 생물학자(윌슨은 정말 위대한 생물학자라 할 수 있는데, 내 생각엔 도킨스가 윌슨 같은 생물학자들의 연구자료때문에 <이기적인 유전자>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윌슨이 개미의 집단형태를 연구하면서 디엔에이가 행동을 결정한다는 논문을 썼다)가 일회용컵 하나 못 버리고 못 쓸때까지 사용한 후에 버린다는 글을 읽고 나의 생활형태을 둘러보게 되었고, 환경 문제를 되짚게 되었다.

 

내가 사용하는 생활 물건들(소파, 책장, 식탁, 싱크대같은 가구들), 일회용 컵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종이로 만들어진 책들. 환경운동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작은 것부터 둘러보자고 말이다.내 주변에 넘쳐나는 게 나무이건만 왜 나는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들의 고마움을 모르고 낭비하면서 살았단 말인가. 게다가 지구상의 사람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베어져야한단 말인가 말이다. 수 많은 나무가 사라지고 회색빛 콘크리트 지구를 생각해 보니, 상상하기도 싫다.

 

여하튼, 될 수 있으면 나무가 원료가 되는 것들은 사용하지 말고 사지 말자는 쪽으로 바뀌면서 가구나 종이컵뿐만 아니라 종이책도 되도록이면 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종이책과 전자책이 동시에 나오면 전자책을 산다. 몇 번 실험해 보니, 나는 읽.는.다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궂이 종이책이 아니여도 상관이 없었다. 종이책의 넘김이나 손안에서 느낄 수 있는 물리적인 무게감을 느낄 수 없어 아쉽기는 해도 전자책도 읽을 수 있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회용컵대신 머그컵을,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바뀌면 수 백년된, 수 천년된 나무는 그 자리릴 지킬 수 있지 않으려나. 비록 아주 작은 실천이지만. 그래서 하는 말,  출판사들이여 제발 부지런히 전자책 좀 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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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2-05-25 12:09   좋아요 0 | URL
앞으로는 전자책이 대세겠지만 아직까지 전 종이책이 좋아요.
동네마다 도서관이 가까이 있다면 아예 책을 사지 않을텐데 읽지도 않을 책을 꽂아만 두는 건 정말 아깝기는 해요...

기억의집 2012-05-25 20:22   좋아요 0 | URL
저는 전자책이 이젠 더 낫더라구요. 간편하고 찾지 않아도 되고. 읽기만 하면 되니깐 딱히 종이가 아니여도 괜찮은.
도서관 너무 멀죠. 저 도서관에 책 빌린 것 언니도 빌려주었는데 갖다 주었는지 모르겠네요.

scott 2012-05-29 17:32   좋아요 0 | URL
일본인들 성에 00무라라는 성이 많은 이유가 나무를 굉장히 신성시 여겨서 그런가봐요.
미우라 시온의 신간들이 줄줄이 출간되고 있네요.
미호로 다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월어 ,로맨스 소설의 7일 까지 읽어봤어요.
몇권은 중고로 방출 ㅎㅎ
매작품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만화적 묘사와 상상력이 뛰어나죠.
읽으면서 유치한 스토리라고 하다가 어느새 작품속 인물에 동감하고 감정이 이입되게 만드는 내공이 무서운 작가인것 같아요.
서점 대상을 받은 작품인 '배를 짜다(舟を編む)'이 있는데 일본 출판계(사전발행 편집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해요. 시온의 작품중 드물게 성인(30대)들이 등장한다고 하네요.

기억의집 2012-05-29 20:51   좋아요 0 | URL
저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의 여운을 잊지 못해서 줄기차게 읽고 있는 작가랍니다. 저도 월어, 로맨스는 생각보다 별로여서 중고샵으로 방출~ 이 책 지금 언니네 있는데, 아마 지인 주거나 중고샵으로 고고하지 않을까 싶어요.

네 정말 만화적 요소가 뛰어나요. 게다가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은 거의 압권이라 할 만 하구요. 며칠전에 울 언니랑 이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 신간 나올 때마다 무시 못하는 작가라고 이야기 했다니깐요.
그나저나 배를 짜다, 무지하게 읽고 싶어요.

마녀고양이 2012-05-29 00:09   좋아요 0 | URL
천년의 나무......... ㅠㅠ.

하지만 전자책이염, 저는 너무 싫어요, 도리도리.
글구 전자책을 보급하려면, 그만큼 스마트폰이라던가 책읽을수 있는 기기라던가, 그리고 책 데이타를 저장하는 DB라든가, 그걸 운영하는 시스템이라든가.. 이런게 확충되는건데, 그거 만드는 것도 만만찮게 지구를 해치지 않을까......... 머 이런 근거없는 몽상을...

기억님, 즐거운 한주 되셔요!

기억의집 2012-05-29 20:54   좋아요 0 | URL
저도 서버나 전자책을 켜기 위한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그래도 전자책이 더 나은 것 같더라구요. 저 며칠전에 테드에서 에너지밧데리에 대한 강연 들었는데.... 서구 과학자들은 적은 비용이 들면서 환경 오염 걱정없는 에너지에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하는 것 같더라구요. 기대해 보고 싶어요.

전 갈수록 다운 받은 전자책 완독이 많아서 전자책에 더 손이 가요. ^^

휴, 황금 연휴 싫어요. 저 황금 연휴 동안 돌 맞았어요^^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오세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자키 하야오가 너무 재밌어 두번이나 읽었다,라는 띠지가 붙을 정도로 애니로 만들기에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인 내가 이야기를 읽으면서, 푸른 숲속을 배경으로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이 어떻게 나무를 베고 심는지, 축제의 들썩임까지 그림이 그려질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내겐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다.

 

10대 후반 청소년들이나 20대가 읽으면 나와는 다른 시각으로 재밌게 읽을 소설일지 몰라도. 주인공 청년의 낙천적인 성격이나 판타지적인 내용을 받아들이기엔, 내가 나이를 너무 먹었고 세상살이의 때가 너무 많이 쌓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작가의 캐릭터를 그려내는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의 화자가 마치 19살 청년처럼 느껴지지 말이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과 구분하여 캐릭터를 따로 떼어 놓어 놓고 보면, 19살짜리 캐릭터 빙의가 완벽하다.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뛰어나서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이 작품이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이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주제나 소재가 매번 색달라서 꾸준히 관심이 가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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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2-05-2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살의 나이로 완벽 빙의가 가능할만큼 캐릭터를 잘 잡아낼 수 있는 것도 작가의 역량이죠. 왜 기억의 집 님도 낙천적이잖아요. 그런데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니 내용이 궁금한걸요^^

기억의집 2012-05-25 20:26   좋아요 0 | URL
문체가 딱 20대 연령이에요 이 작가의 다른 작품 안 읽으면 청소년 작가라 생각할 것 같아요. 지난 번에 비밀의 화원도 읽었는데 그 땐 여학생 캐릭터를 잘 묘사하더라구요. 놀라운 작가여요. 부러워요. 그런 재능. 울 언니가 빌려 갔거든요. 갖고 오면 줄께요.
받아 들기 힘들다는 것은.... 중년아줌마가 20대연령의 문체를 읽는 게 좀 버거웠어요. 캬~ 나도 이제 중년이네.

scott 2012-05-2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뷰 동감!
이런 작가, 한국 문단에서는 나오기 힘들겠죠.^.^

기억의집 2012-05-29 20:5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작품의 질적 수준 차이는 많이 나지만 좋게 생각하면 다작이라 그런지
별의 별 작품 성향을 접할 수 있어 좋네요.

이제 한국작가 안 읽을 거에요. ㅋ~
 

과학의 테크놀로지를 말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

그건 아서 클라크의 제3의 법칙이라고 널리 알려진, 충분히 발전된 기술은 마술과 구분이 불가능하다, 라는 문구이다.   

정확히 어느 에세이에서 아서 클라크가 이런 글을 썼는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현대의 놀라운 테크놀로지를 언급할 때, 수많은 과학 저술가들이 아서 클라크가 50,60년대쯤 쓴 과학 에세이중에서 쓴 저 위의 문구를 인용해, 갈수록 빠르고 첨단해 되어가는 과학 기술의 경이로움을 표현하였기에, 이런저런 잡다한 과학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아서 클라크의 저 문구는 그리 낯선 글은 아닐 것이다. 

아서 클라크의 제 3의 법칙인, 충분히 발전된 기술은 마술과 불가능하다는 말은, 테크놀로지를 접해보지 못한, 아니 생각조차 못한  과거의 사람들이 현재의 테크놀로지를 경험해 본다면, 현대인들이 요술쟁이 지니처럼 마술을 부리며 생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19세기의 농부가 타임머쉰을 타고 현대로 날아와 현재의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만 모든 생산 활동이 가능했던 19세기의 사람들에게 농사는 농기계가, 청소는 청소기가,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빨래는 세탁기가, 말대신 자동차가 특히나 핸드폰 하나만으로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과 통화를 하고 정보와 자료 그리고 검색을 한다는 것은 아는 순간 그들은  자신들이 체험해 보지 못했던 테크놀로지가 어떤 강력한 힘에 의해 작동되는 것으로 믿을 것이며,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우리가 우리보다 더 과학기술이 발달된 다른 외계문명을 만나면 그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가 현재의 과학기술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기술의 점증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20세기는 그 어떤 세기보다 두드러진 과학의 세기며 테크놀로지는 과학의 상업적 성과물이다. 테크놀로지는 생활의 편리성을 가져다 주었으며, 우린 그 테크놀로지의 편리성에 익숙해, 테크놀로지의 역사가 100년도 채 안 된다는 진실을 잊곤 한다.  우리는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진보적인 삶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우리가 이런 착각 속에 사는 것은 아마 생활밀착의 급진적인 기술의 진보 때문일 것이다.   

 21세기, 인터넷의 등장은 정말이지 놀랍고도 빠른 기술의 변화를 우리의 생활에 안겨다 주었다. 

장하준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세상을 더 많이 바꾸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세탁기보다 인터넷이 세상을 더 빠르게 그리고 급진적으로 변화시켰다, 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의 기술적인 변화를 보라. 예를 들어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통신 수단이 없었다면 자료나 정보의 이동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의 보급 전만 해도 가장 빠른 통신 수단은 전화 아니면 팩스였다. 하지만 방대한 자료의 양을 전화로 전달할 수도 팩스로 보낼 수 없기에 대체로 급한 자료를 빼고는 우편으로 보내는 게 통상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인터넷 보급 이후 이멜로 통해 방대한 자료의 양이 지구 끝에서 끝까지 빛의 속도로 엔터키 하나만 누르면 보내지게 되었던 것이다. 20여년 전만해도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보내는데 수십일이 걸리던 것이, 20세기 초반에는 몇개월이 걸리던 자료나 정보의 이동이 이제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빛의 속도로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마법의 세계에 한발짝 내딛고 또 한발걸음을 옮기는 순간일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무엇인가가 발명되고 새로 산 휴대폰은 몇 달만 지나면 퇴물이 되었던 지난 10년간 말이다. 

자, 그런데 인터넷 등장 이후 10년만에 놀랍고 획기적인 정보 이동의 매체가 탄생하였다. 바로 아이폰의 등장이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정보와 자료가 엔터키를 누르는 동시에 세계 곳곳에 전송되는 즉시 우리는 그것들을 손 안에서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인터넷의 하드웨어는 제 아무리 가벼워도 손 안에서 받아 볼 수는 없었다. 인터넷을 열어보기 위해 우리는 그 하드웨어인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가고 부팅을 하는 일련의 시간의 과정을 거쳤지만, 아이폰의 등장은 이 모든 과정을 그 자리에서 즉시 할 수 있는 것으로, 단번에 뒤 바꿔 놓았다.

폰 하나만으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료와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즉시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매체가 21세기 초반에 등장하리라고 그 누가 생각이나 했던가. 아주 먼 미래의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끽해야 들고 다니는 노트북이 정보이동매체의 최신의 테크놀로지였지 아.마.도.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과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테크놀로지의 완벽한 매체로서의 아이폰을 만든(과연 그가 아이폰의 maker라고 할 수 있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이 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그가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기획하고 지시하고 기술자들을 닥달했다는 점에서), 잡스의 테크놀로지야말로 우리를 마술의 세계로 인도해 준 선도자가 아닐까!  미래의 상상력에 도전하여 기술적으로 현실화 했다는 것은 클라크의 말대로 기술을 마술의 경지에 이르게 했다는 말일 것이다.  

그가 없는 지금, 우리의 미래의 테크놀로지는 어떤 식으로 진화해나갈까? 현재 우리는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현재의 기술로 짐작컨데, 아마 테크놀로지의 진화는 현재보다 더 빠르고 급진적으로 나아갈 것이고 우리는 그 마법의 세계에 그 어느 세기보다도 더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

 

덧: 아이폰을 테크놀로지로의 완벽한 매체라고 한 말이 걸리긴 하다. 워낙 아이폰의 운용체계가 폐쇄적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용체계가 폐쇄적이긴 하지만 앱이 그 폐쇄성을 상쇄하지 않나 싶다. 앱스토어의 개방성은 아이폰에게 무한대의 콘텐츠을 제공해주니 말이다. 작년에 아이패드를 사고 난 후에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서는 아이튠즈에 들어가 뭐뭐하고 하는 그런 귀찮은 과정을 거쳤는데, 올해 그걸 단번에 해결해주는 앱이 등장했다. 앱을 설치하고 미드를 다운받아 보는 순간, 앱을 만든 사람도 대단하지만 아이폰의 단점을 앱들이 다 해소시켜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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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5-21 16:49   좋아요 0 | URL
저희팀에서 저만 아이폰이 아니랍니다~ ㅎ 근데 전, 괜찮아요 ㅎ
유치원 엄마들 사이에서도 그런가본지,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반 선생님의 신상(생일, 결혼 유무 가족 구성)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거죠. 전 이분이 미혼이 아니실까 순전 짐작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예요. 카카오톡에 올린 사진과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알았다고.

정말 세탁기를 필두로 해서, 아이폰까지 정말 편리한 인정해야지요. 처음 가는 길 혹은 장소 찾을 때 특히 유용한 듯 보였어요. 그럼에도 아직은 장만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ㅋ

기억의집 2012-05-22 19:50   좋아요 0 | URL
이카루님 저도 스맛폰은 아니여요. 요즘 스맛폰으로 갈아탈까 고민중이에요. 아이패드가 있긴 한데 아이패드는 스맛폰하고 다르더라구요. 아이패드는 주로 전자책 읽을 때 이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요. 게다가 애들 차지라~

카카오스토리 말씀 하시는 거죠. 아이패드로 친구 카카오 스토리 받아 보는데, 그거 솔찮이 재밌더라구요. 대학친구인데, 더 친밀감이 느껴져요. 아 참 그리고 보니 남편하고 카톡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니깐 그건 괜찮은 거 같아요. 전화상으론 말 못 할 것도 글은 쓸 수 있더라구요.

아이폰은 화면이 좀 컸으면 좋겠는데.... 애아빠가 아이폰 쓰고 있는데, 저 나중에 물려준데요. 그거 기다리고 있습니당~

마녀고양이 2012-05-22 00:52   좋아요 0 | URL
작년만 해도, 저는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우세하다고 생각했으나
올해 지하철 광경을 보면서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음, 인터넷 세상 공부 좀 하려구요.
테크날러지 말구, 인터넷 세상의 사회학을요... ^^

제가 양자 역학의 개념은 영 와닿지 않는데, 며칠전 내셔널 지오그래피에서 양자 역학 설명을 해주는거예요. 그걸 보는 제 표정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울 신랑과 딸네미가 화났어 화났어 하고 묻더군요. 오만상을 쓰고 설명을 듣는데도 여전히 아리까리한.... ㅠㅠ

근데 너 다 먹어라 하는 사진 어디갔어요,, 제가 엄청 아꼈는데. 호홋.

참, 기억의집님. 서재관리의 페이퍼랑 리뷰 세팅에서 <즐찾 공개> 좀 체크해주시면
제가 매번 새 글이 올라왔나 아닌가 확인하지 않아도 될터인데... ㅋ

기억의집 2012-05-22 19:58   좋아요 0 | URL
노대통령 서거 3주년 기념일 끝나면 너 다 먹어라 사진 올릴려구요. 흐흐.

저도 디스커버리랑 내셔널 지오그래픽 잘 봐요. 거기 채널 보면 미치오 카쿠도 나옥 제법 유명한 과학이야기꾼 나오더라구요. 양자역학 최근에 방영되었군요. 그거 저도 ~ 찾아봐야겠어요. 양자역학은 미투로 아리까리~ 기본적인 베이스라는 설명도 전체적인 이해도는 떨어져요.^^

저 그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마고님께서 말씀하셔서 서재 관리 지난 번에 들어갔는데, 즐찾공개같은 거 체크하라고 해서 체크 했는데,,,그게 아닌가 봐요==;; 다시 한번 들어가 봐야 겠어요.

scott 2012-05-26 17:54   좋아요 0 | URL
갤럭시 쓰다가 아이패드 쓰거든요.
동영상 재생 속도 이외에는 아이패드가 성능기능,디자인 모두 우월해요.

기억의집 2012-05-29 20:58   좋아요 0 | URL
저의 애아빠가 아이폰이고 저는 아이패드로 전자책 다운 받아 보는데, 저는 만족해요. 스피커도 빵빵해서 귀 따가워 죽겠어요.

요즘 저는 스맛폰으로 갈아타고 싶어요. 레이디 가가 공연 때 스맛폰 부럽더라구요. 저 혼자만 일반카메라~ 플래쉬도 안 터져서 잘 찍히지 않더라구요.
 

다섯번째 에피소드는 도마뱀문신을 문신을 한 화자가 이끌어 간다.

 

왼쪽 허리가 근질거리며 열이 난다. '자, 불러. 나를 불러'하고 도마뱀이 속삭인다. 속삭일 때마다 코발트블루색의 혀로 내 피부를 날름날름 핥는다(p233).

 

사실 누구나 문신을 한다,고 하면 불량스러움 더 나아가 난폭스러운 조폭을 떠 올릴 것이다. 그래서 문신은 한 어깨하는 조폭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고 뉴스화면에 온 등짝에 빈틈없이 그려진 승천하는 용문신이라든가 대문짝하게 큼직히 그려져 있는 호랑이 머리가 있는 문신을 볼 때마다 혐오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문신이라고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는데, 아래문신

 

 

 

을 보고 맘이 홀까딱 바뀌었다.

 

아, 문신이 저런 것이라면 해 볼만 하겠는데~로.  어깨 위에 새겨진 문신은 "물리학의 모든 방정식 중에서 가장 마술가도 같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폴 디랙의 방정식이다.

 

문신이 저 정도면 실로 매력적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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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5-21 17:22   좋아요 0 | URL
오! 미학적인데요.

참 절도 있도다~ 물리학 방정식이.. (물론 짐작도 못하고 몬 알아듣지만..)

서재 대문 바뀐 구절이요~ 흠.. 맞아요! 저 자신조차도 아무리 책 조금 읽는다 해도 인격적으로 반푼이일 때가 있는데, 남에게 그런 엄정한 잣대를 무의식에 요구하고 실망하고 전,,, 그러네요. ㅎㅎ
그걸 좀 분리할 줄 알아야겠다~ 합니다. 나에게 향하는 가치판단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이미는 잣대도요. 인격적으로 별로지만, 얻어들을 건 있어, 랄까 하는 식의 분리 ㅎ 참 적고 보니, 또 씁쓸 ㅎㅎ

기억의집 2012-05-22 20:02   좋아요 0 | URL
음~ 괘안찮쵸~ 저 문신 보고 저도 어깨죽지에 문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문제는 문신을 할 수 있는 루트를 몰라요(크 헐)~

사실 저 글 쓰면서도 니는 안 그러냐, 속으로 반문했네요. 크흐흑.
그러고 보면 균형이라는 게 참 힘들긴 해요. 저는 우파학자들 보면, 왜 그들은 책을 그렇게 많이 읽었으면서 우파가 되었을까, 언제나 궁금해 했거든요. 특히나 이영훈씨 같은 역사학자. 책이 욕망을 누르진 못하는 것 같아요.이러면 이럴수록 저는 디엔에이 결정론쪽으로 서는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2-05-22 00:53   좋아요 0 | URL
며칠 전에 이 페이퍼 봤는데, 댓글을 못 달았습니다.
네, 저 문신....... 진짜 멋져요, 완전 공감이염.

기억의집 2012-05-22 20:04   좋아요 0 | URL
멋지죠, 멋지죠.

하지만 하지만, 저 같이 살찐 아줌마가 두툼한 어께위에 저런 멋진 문신을 하면 공감을 얻지 못할 거예요. 어흥 주책이야~소리 듣겠죠.
살 빼야겠어요. 저 문신을 하기 위해서라도요.

희망으로 2012-05-22 21:43   좋아요 0 | URL
젊고 날씬하면 뭔들 안예쁘겠어요^^
아직은 문신이 조폭을 떠올릴 만큼 편견이 심하긴 하죠. 요즘 연예인들 중에 부인의 이름 등을 은밀히 새긴다고들 하던데요.

기억의집 2012-05-24 11:13   좋아요 0 | URL
지난 번에 힐링 캠프 보니 양현석도 자기 아내 이름을 팔에 새겼더라구요. 이름 새기면 바람은 못 필 것 같아요. 애인이 아내 이름을 계속 봐야할 것 같아서~
날씬했으면 좋겠는데,,, 아줌마가 날씬해서 뭐하나 싶어서. 저는 그냥 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