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오른다길래 지금까지 늑장 부리며 주문하지 않았던 원서그림책 몇권을 주문했다. 그 중 한권이 바로 나무 작가 토마스 로커의 <하늘나무>. 

계절에 따라 변하는 나무의 모습을 너무나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정중앙에 서 있는 나무가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 그리고 나무 뒤로 구름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포착해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설정(즉 나무 한 그루를 중앙에 배치해 변화는 모습)의 그림책은 어린이 그림책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인데, 이런 독특한 소재의 나무 그림을 그린 토마스 로커는 1932년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1944년에 국립동물원에 (지금도 여전히) 서 있는 커다란 나무(giant tree)를 그려 헤럴드 타임즈의 예술분야, 유아 부문에서 생애 첫 상을 탄 이후 줄곧 나무만 그리고 있는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이다. 그림책 작가 데뷔는 1984년 그의 나이 52살에 <where the river began>으로 시작하였으며 그 후 꾸준히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하늘 나무의 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내 인생 대부분을 변화하는 하늘과 함께 나무들을 그렸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경이로움을 가지고 나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과학선생인 Candace Christiansen(이 책의 저자)과 공동작업을 하면서 자연을 접근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과학적인 사실들을 알면 알수록 나는 나의 자연에 대한 경이감이 더 깊어진다는 것을 알았죠. 이러한 깨달음은 하늘나무라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하였습니다.

 










왼쪽페이지에는 나무 뒤의 변화하는 하늘의 모습(구름의 모습을 담고 오른쪽페이지에는 정중앙에 나무를 배치하고 나무가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나무 외에도 구름의 모습을 어찌나 멋지게 그려내는지.   

이세 히데코의 신간그림책이 나왔다.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 부제가 식물을 사랑하는 소녀와 식물학자의 이야기인 이 그림책은 말썽꾸러기 소녀와 식물원의 식물학자와의 어린 우정이야기이다. 사에라(작가후기에서 작가가 말하길 소녀 이름 사에라는 프랑스어 Ca et la와 발음이 똑같은데 그 뜻은 이곳저곳이라는 뜻이라고)는 식물원에 들어와 이곳 저곳을 망가뜨린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식물원에 일하는 식물학자와 친해지고 다른 식물원에서 일하는 식구들과 친해지면서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움, 100년이 아카시아 나무의 웅장함과 푸르름을 알게 되었다. 사에라가 식물원의 나무들과 꽃에 대해 알아가고 그림을 그리면서 그 곳 식구들하고도 친해지게 된다. 그러나  사에라는 일본에 돌아가야하고 식물원장은 사에라의 그림을 식물원 여기저기에 걸어 두며 한 소녀를 추억한다는 이야기이다.  

토마스 로커가 겹겹의 무거운 유화터치로 나무의 변화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이세 히데코는 가벼운 터치의 수채화를 이용하여 후박나무 향기처럼 싱그럽고 푸르른 나무를 그렸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넘실대는 푸르름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나무만 그렸다는 토마스 로커의 모습으로 겹쳐지지 않는지요?!
















 

갸벼운 수채화 터치로 이렇게 웅장한 나무를 그릴 수 있는지(어제 이 그림책 주문해서 받아보고 반해서 급흥분모드), 위의 그림은 그냥 맛보기로 몇 장면 찍어 올린 것이다. 이 그림책에는 400년 아카시아 나무 그림뿐만 아니라 두 페이지에 걸쳐 그린 플라타너스 나무 그림이 있다. 작가 히데코가 어찌나 형형색색 화려하게 그렸는지 내 찍사 실력으론 이 그림책에 그려진 나무 그림의 진가를 망쳐버릴 것 같아 찍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자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는 우리 빌라의 28년된 후박나무가 뿜어내는 싱그러운 향기에 도취되어, 나무 밑을 걷곤 한다. 5월이 지나면 향기는 사리지기 때문이다. 매년 맡는 향기지만 그 어떤 향수보다도 나를 유혹한다. 매혹적이다,라는 말은 나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두 노작가의 나무 그림에 무한 매혹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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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년의 삼나무와 전자책
    from ^^ 2012-05-24 13:49 
    이 책의 가장 만화스러운 장면은 아마 나이 천년의 삼나무를 베고 그 벤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의식일 것이다.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읽다보면 행동감이 느껴지고 익사팅한 속도감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건 작가의 글재주다. 독자인 나는 머리속으로, 지금까지 보아왔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 주인공들중 적절한 인물들을 골라 나무를 베고 잔가지를 쳐 만든 통나무를 타고 마을까지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한컷한컷 만들어낸다(사실 읽다보면 글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무해한모리군 2010-05-27 17:15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따스한 그림이네요.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저렇게 오래 응시해본게 언제일까요?
아기일때 엄마?

기억의집 2010-05-28 09:47   좋아요 0 | URL
하늘나무 그림책 환상적이죠. 저는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길 때마다 나무의 변화에 전율이 느껴져요. 뭔가에 변함없는 애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힘든데... 그래서 우리는 자꾸 곁눈질 하잖아요. 저도 나이가 들면서 뭔가를 오래동안 응시해 본 적은 없던 거 같아요. 작가의 끝없는 나무에 대한 응시와 애정이 부럽죠!

scott 2010-05-27 18:30   좋아요 0 | URL
와~꼭 붓으로 그린것 같이 색감이 넘 따스하네요.계절별로 나무가 성장하고 바뀌는 내용인가봐요. 이런 책 사랑하는 기억의 집님 안목 탁월합니다^^

기억의집 2010-05-28 09:53   좋아요 0 | URL
계절별로 그리고 시간별로 나무가 변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사진 찍을 때 자꾸 플래쉬가 생겨... 전 잘 못 찎어서 저런 모습으로 나왔는데 사실 실제 보면 너무 잘 그리고 멋져요.

scott 2010-05-27 18:31   좋아요 0 | URL
아! 반성해야 겠어요. 이분은 인생의 대부분을 나무그리는데 열중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는데 ...

기억의집 2010-05-28 09:55   좋아요 0 | URL
맨날 하루를 허송 세월하는 저는..... 어찌하오리까?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이 맞더라구요. 스컷님은 잘 하시고 있는 듯한데요. 나이 들어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던데..저는 왜 자꾸 나이 들수록 게으른지 모르겠어요. ^^

아영엄마 2010-05-27 22:43   좋아요 0 | URL
(<하늘 나무>를 원서로 구입하셨군요. 원서랑 번역판이 표지가 다르네요.
이세 히데코의 작품이 새로 나온 것도 님 글 덕분에 알고 갑니다. 책 소개글도 그림 속의 나무들만큼이라 매혹적이구먼요. ^^

기억의집 2010-05-28 09:58   좋아요 0 | URL
어제부터 게이고의 악의 시작해서 지금 들어왔어요. <하늘나무>는 번역서 살까하다가 원서가 더 싸고 알라딘에서 7천 800원 정도에 팔고 있더라구요. 다른 곳(웬디북)에선 더 싸게 팔았는데 배송비 붙으면 그게 그거여서, 얼간이 구입하면서 그냥 여기서 원서 샀어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작품을 직접 대해보니 절말 그림 멋지더라구요. 나무의 모습 한장면 한장면 볼 때마다 전율이... 아영엄마님, 우리 6월에도 한번 모이죠!

다락방 2010-05-27 23:17   좋아요 0 | URL
와 저 이페이퍼 엄청 좋아요. 지금 별찜했어요. 저 위에 나무그림에서 특히 마지막 나무에 완전 마음을 빼앗겼어요. 엄청 아름다워요. 환상적이기도 하고! 근사해요!

밑의 그림책도 무척 마음에 들어요. 너무나 아름다운 페이퍼에요! 특히 아이가 꽃을 내미는 모습의 그림은 정말이지!!

기억의집 2010-05-28 10:00   좋아요 0 | URL
락방님 저 그림책 사세요^^ 진짜 눈이 환해지고 싱그러워져요.어찌나 장면장면이 이쁜지 저 그림책 받아보고 제가 이렇게 금세 올렸겠어요. 지난 번에 나온 히데코의 백조는 그저 그랬는데 이 작품은 수채화풍이라서 그런지 사람의 맘을 확 풀어제끼네요. 이런 책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요즘 그림책이 잘 안 팔리나 봐요. ^^
저 모습 뿐만 아니라 400년된 아카시아 나무의 그림이나 플라타너스 나무 장면은 거의 넘어갑니다.^^

blanca 2010-05-28 00:02   좋아요 0 | URL
<하늘나무> 눈물 날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0-05-28 10:03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나무에 관한 저 두 권의 그림책 감동 말도 못해요. 실제로 보면 온 몸의 전율과 소름이 쫘악 돋는답니다. 저런 그림책 받아보면 밥 안 먹어도 배 부르다는.

blanca 2010-05-28 11:08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 저도 저거 살래요. 안사고는 못살겠어요 ㅋㅋ

기억의집 2010-05-28 19:22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살랑 살랑 유혹에 넘어오셨군요^^

희망으로 2010-05-29 08:55   좋아요 0 | URL
아웅~ 더이상 그림책 사면 안된단 말예요^^
두 권 중에 한 권을 구입한다면 이세 히데코의 맑은 수채화풍 그림책을 선택할 것 같아요.
딴건 몰라도 책은 원없이 사고싶다~~~

기억의집 2010-06-03 14:55   좋아요 0 | URL
지난 번에 희망님 방에서 본 사토와키코 신간 사고 싶어요. 그 그림책 너무 귀여울 거 같아서 탐나요. 이세 히데코 진짜 대박이었어요. 저도 책은 원없이 사고 싶은데...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못 따라가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