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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소설이지만 현실 같고 또 내 나름대로의 선입견에 잡혀서 곱지 않은 시선을 쏘았던 부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이 아니면서도 현실처럼 웃기도하고 울기도 하는 것처럼. 어쩌면 사는 세상 모두가 한편의 소설, 한편의 드라마가 아닌지.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사람은 세사람, 유정과 윤수 그리고 테레사 수녀님을 연상케하는 모니카수녀님이다.
상처가 있는 사람만이 상처를 볼 줄 알고 친구가 되고 진짜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동정심에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건 모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조건없이 사랑하는 모니카 수녀님 말고.
윤수는 내 주변에 널려 있는 평범한 아이였었을 수도 있고, 부모 잘못 만나서 태어난 비운의 사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형수인 윤수가 엄마를 그토록 그리워하고 동생 은수를 위해서 세상을 어둡게 보는 장면은 내내 눈저리를 아프게 했다. 아름다운 봄을 맞고 싶었던 사람,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 하는 봄을 보게 된 사람, 그 곁에서는 그 상처만큼이나 아픈 상처의 유정이 있었다. 유정 또한 사촌 오빠에게 당한 상처를 자살로 끝내려 했고, 윤수를 보면서 조금씩 용서를 알아가게 되고 엄마의 병원으로 가서 용서를 구한다. 그토록 미워했던 엄마에게.
윤수와 유정을 잇는 모니카 고모...고모는 유정의 마지막 버팀목이 된다.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수녀님이고 테레사 같은 분. 모든 사람의 사랑하는 어머니가 되셨던 분.
소설을 보면서 코끝이 시큰시큰해 몇번이나 휴지를 찾았을 만큼 윤수의 아까운 삶이 슬펐다.
매일 마시는 공기의 상쾌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자는 사람들의 쾌쾌한 공기를 생각할 수 있을까.
윤수와 유정이 가졌던 매주 세시간의 대화는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에는 사람을 죽인 얼굴도 아니고 상처 받은 인간의 얼굴도 아니고 그저 새로운 봄을 맞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서 이겨내는 두 주인공들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만나던 그 시간, 우리가 마셨던 인스턴트 커피, 우리가 나누었던 작은 빵, 일주일에 그 몇 시간으로 인해 저는 어떤 모욕도 참아낼 수 있었고, 어떤 고통도 견딜 수 있었으며, 원수를 용서할 수 있었고, 저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신께 뉘우치며 참회했다고 말입니다. 당신으로 인해 진정 귀중하고 또 따뜻하고...행복한 시간을 가졌었다고. 혹여 허락하신다면, 말하고 싶다고......당신의 상처받은 영혼을 내 목숨을 다해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입니다......윤수의 노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