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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바둑돌 ㅣ 파랑새 사과문고 67
김종렬 지음, 최정인 그림 / 파랑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어릴때 친구집에 두꺼운 나무판으로 만들어진 바둑판이 있었다. 학교마치고 친구집에 가면 흑,백을 갈라 오목을 시간가는줄 모르고 두었던 기억이 난다. 오목을 하다보면 막상막하의 실력이 줄다리기를 하기도하는데 바둑또한 신경전 싸움으로 승부수를 내는 게임이 아니던가.
열두살 주노는 살아생전의 아빠의 기억을 끄집어 낸다. 좋아하는 야구 시합에 같이 가고 싶었지만 그러지못했고, 아빠랑 같이 하고 싶었던 순간들마다 아빠가 그토록 좋아했던 바둑에 밀려버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떠나버린 아빠를 원망하면서도 아빠를 보고싶어하는 그리움은 남아있다. 웃음이 사라져버린 엄마를 볼때마다 조금씩 커가는 주노는 아빠의 영혼을 만나게 된다. 아빠는 바둑판앞에서 마음의 소리로 주노와 대화를 하기 시작하는데, 절대 배우지 않겠다던 바둑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아빠에 대한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바둑은 상대가 있지만, 꼭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건 아니란다. 상대를 이기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반드시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 이긴 시합을 지는 수가 있단다. 상대방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게 더욱 어려운 거란다.' p136
바둑을 두며 침묵속에서 배우는 자기와의 싸움이 있기에 바둑의 묘한 매력을 느끼나보다. 아빠가 할아버지와 바둑을 두며 조금은 알것같다던 말을 주노는 바둑을 배우면서 느꼈을까.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아빠를 생각하며 슬픔이 꼭 아픈 상처가 아니라는 걸 알게된다.
열두살 주노가 아빠와의 긴 이별로 슬퍼할때 아빠가 그토록 좋아했던 바둑이 화해의 선물로 나온다. 원망과 그리움이 미처 슬픔으로 만들어지기전에 기가 죽어버린 주노가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할때 아빠의 영혼은 다시 일어서게하는 힘찬 응원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