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 - 먼 곳에서 선명해지는 시간의 흔적들
청민 지음, Peter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월의 영문인 March는 '행진하다'란 뜻이다. 봄날이 행진하듯 온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봄날이 되면 누구나 행진하듯 나아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 매니아인 내가 가장 잘 안 읽혀지는 책이 있다면 에세이류다. 최근 마음에 드는 이 책 덕분에 가슴이 온기로 한껏 예열되는 듯 하다.

책을 읽다 책 속 문장들에 압도되어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색연필로 밑줄도 그어보고 책의 모서리를 조심스레 접어 다음 순간을 위해 표시해 둔다. 마지막으로 기록으로 남겨 언제라도 다시 꺼내 그때의 모먼트를 잊지 않게 하고 싶다.

작가가 말하는 패턴을 이루는 용기를 생각하며, 두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믿음도 곱씹어 본다. 무작정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은 날, 책 속 여러 밑줄 그은 문장들이 분명 힘이 되어줄 것이다. 어느새 얼룩덜룩해진 페이지마다 희망이 차오른다.

책의 부제는 '먼 곳에서 선명해지는 시간의 흔적들'이다. 그 흔적들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우리는 그렇게 순간 순간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실행시킨다. 청민 작가의 글만큼 책 속 Peter 작가의 사진도 굿 포인트였다. 글의 의미를 더해 주고 감정선을 연장시켜주는 사진의 힘도 느껴본 독서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경전쟁 -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클라우스 도즈 지음, 함규진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지켜보며 지금이 2022년이 맞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더불어 폴란드와 국경을 마주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폴란드로 피난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반도국가이자 분단되어 있는 한국의 국경에 대한 생각도 새삼스레 해보게 되었다. 이번에 읽게 된 [국경전쟁]은 국경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책이다. 책이 아니었다면 국경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한과는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나로선 눈에 보이는 물리적 국경이 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라고 표현하는 [국경전쟁], 이 책은 지정학의 권위자인 영국 출신의 클라우드 도즈가 쓴 책이다. 책에서는 '이제 세계는 더 이상 자연적으로도 인위적으로도 경계선에 따라 나누어질 수 없고, 정보와 물자와 사람이 자유롭게 오고 가면서 더 편리하고 더 싸고 더 다양한 상품과 스타일을 만끽하는 생활을, 하나의 인류로서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세계는 변화하고 있지만 이번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인류는 국경전쟁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자유롭게 열어 두었던 국경이 재앙의 불씨가 될줄은 우리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다.

독일 여행 시절 베를린 장벽이 있었던 작은 흔적을 바라보며 한 나라를 갈라 놓았던 것이 정작 이 작은 돌덩어리로 남겨졌단 것이 놀랍기만 했다. 국경은 군사주의, 테러, 기후변화, 이민 그리고 팬데믹 등에 의해 이슈화되고 있다. 제한과 확장, 따돌리기와 내쫓기 등이 이뤄지는 국경은 혼란의 도가니가 되기도 하고 인도주의적 인류애를 목격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니 우리는 국경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책은 다양한 국경 이야기로 가득하다. 수중 국경, 스마트 국경, 우주 국경, 바이러스 국경 등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국경에 대한 이야기와 국경과 결부된 지역적인 영토분쟁, 기후변화에 따른 국경의 위기 등 국경의 문제까지 접근해 국경에 대해 9개 부문에 걸쳐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

내가 경험한 국경은 불편함이었다. 중국 여행을 하다가 홍콩으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타고 간 버스에서 내려 심사를 받았던 경험, 짐을 이고 지고 다시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해 힘들게 국경을 통과했던 경험 등은 그저 국경은 불편하고 번잡스러운 대상이었다. 그와 반면 유럽 여행 시 독일에서 체코로 넘어갈 때는 그전에 중국에서 겪었던 혼란이 아닌 부드럽게 이어지는 국경을 경험했다. 여권만 확인하면 되는 무언가 하나로 연결된 국가들 사이의 편리함이랄까! 이렇듯 국경은 상황과 지역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 존재였다.

이동하고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국경은 기후변화로 인해 재설정을 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하며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국가는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로 취급받게 된다. 책을 통해 우주 공간의 국경 문제와 수중 국경 문제를 인지하고 나니 국경전쟁이란 말이 상당히 피부에 와닿는다. 개방과 폐쇄, 쌓기와 허물기를 반복하며 충돌과 화합의 장소가 되는 국경의 새로운 양상을 가감없이 마주한 독서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리커버)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심코 지나쳐 버린 것들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쩍 요즘 들어 느껴 본다. 그것이 어떤 대상이든 지나가 버리고 나서 후회한들 되돌아 오거나 다시 만날 수 없으니 특별할 것 없다 치부하기 보단 특별할 것 없는 것들을 조심스레 눈맞춤하며 그 안에서의 무언가를 발견하는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가장 크다. 사랑이란 감정을 확신하지 못해 놓아버린 인연의 끈이 많았다. 여기서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붙들고 싶고 인연이란 단어 안에 넣어두고 싶은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브런치에서 큰 인기를 얻어 많은 사람들에게 숨겨진 행복과 애잔한 삶의 터치로 사랑을 받아오는 고수리 작가의 책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는 읽는 내내 잔잔한 호수가에 앉아 명상을 하며 고운 생각, 밝은 마음을 가지려는 모먼트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쳐 버린 그 순간에 의미를 더하고 보태어 작은 온기로 만들어 준다. 신기하다. 그녀가 그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덕에 독자는 다시금 놓쳐버린 그 순간을 허망해하기보단 다시 다가올 그 순간을 기다리게 하니 말이다. 이 책은 이규태 작가의 초기 작품으로 리커버북으로 만들어져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런 그녀의 탁월한 관찰력과 감성적 능력은 아무래도 그녀의 방송작가 경력이 한 몫 하는 것 같다. 우리 모두의 베스트 프로그램이었던 [인간극장]의 작가였던 그녀의 이력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올 나간 티셔츠, 커튼 조각, 연필, 소나기, 엄마의 냉장고 등 일상 속 무수한 존재들 속 부여된 의미가 참 곱고 아름답고 눈부셨다. 화려해서가 아닌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더 그랬다.

상처 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사랑 안해본 인간도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랑과 상처를 하나의 세트처럼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 두 가지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정도일 것이다. 미비하나마 세상의 작은 온기를 보태고 싶다던 작가의 의도는 잘 이뤄지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조금씩 차오르는 온도감에 괜히 미소도 짓고 찔끔 눈물도 흘려 본다. 우리 모두 각자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 덕분에 외롭고 힘들어도 다시 한발자국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레이지 가드너 1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하게 우리집에만 오면 식물이 죽는다는 식물 똥손과 반려식물과 함께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싶어하는 이들 모두에게 딱 맞춤 책인 마일로의 [크레이지 가드너]는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식물과 관련된 책의 컨셉과는 완전 다른 모습의 책이다.

식물과 관련된 책들은 예쁜 보태니컬 아트가 곁들여진 여리여리한 감수성의 책들이 많았는데 이 책 [크레이지 가드너]는 겉 표지와 제목에서부터 그들과는 다른 포인트, 다른 컨셉임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일단 만화로도 된 이야기, 초보 가드너가 성장해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전문가가 가진 넘사벽이 아닌 일반인의 관점에서 식물을 알아가고 식물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식물은 생각보다 키우기 어렵다. 그런데 그 이유를 우리가 몰랐던 이유는 우리네 엄마들이 베란다에서 너무나 잘 키워낸 결과값만 봐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 엄마들이 해낸 여러 일들을 보지 않고 식물이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란 모습만 봤기에 쉽게 여긴 것이 큰 문제란 생각이다. 나 역시 그랬다. 엄마가 키운 식물을 내가 죽일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으니까!

엄마에게 얻어온 예쁜 화초들은 누가 누가 먼저 죽나 내기를 할 정도로 빠른 시간에 저세상으로 갔다. 단순히 물을 자주 주지 않았다는 이유가 아닌 너무나 다양한 요소가 갖춰져야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많은 식물을 죽게 한 경험치가 쌓이고 나서였다.

반려식물 200여 개를 잘 키우고 있는 일상툰 작가 마일로의 식물 만화 [크레이지 가드너]는 유쾌하고 재밌게 식물을 키우고 자라게 하는 홈가드닝의 A부터 Z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그 이야기를 말이다. 식물을 키워보고 죽여도 보는 등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낸 반려식물 꿀팁들이 만화로 설명해주니 이해도 빠르고 알기 쉽게 홈가드닝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결코 쉽지 않은 극한 가드닝 생활을 보여주고 화초마다 다른 컨디션을 요구하는 것을 실제 경험담에서 이야기해주니 이 책만큼 상세하고 구체적인 가드닝 책은 없는 듯 하다. 책 속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된 페이지에서는 내가 궁금했던 그 이야기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어 유익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 것은 식물에 대한 자세다. 그저 예쁘고 좋아보여 들였다 하더라도 그 식물에 대한 온전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무지가 가져오는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 책은 재밌고 때론 살벌하게 알려 주고 있다.

책 덕분에 많은 식물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식물 망손, 식린이들에겐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있고, 식물덕후들에겐 또 다른 식물들의 세계를 안내해주는 책인 [크레이지 가드너]를 보며 다시 반려식물이 주는 위로와 위안에 빠져볼까 고민이 된다. 책 속 실제 마일로의 반려식물 사진을 보니 더욱 그러한 마음이 샘솟는다. 식물이 궁금하다면, 식물을 잘 키우고 싶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면 좋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빈센트, 별은 내가 꾸는 꿈 - 반 고흐 스토리투어 가이드북
조진의 지음 / 텍스트CUBE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에요"라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빈센트 반 고흐에요!"라고 풀네임을 또박또박 발음하며 의기양양하게 말해왔던 나에겐 나름 고흐와의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23살의 나는 첫 해외로의 출국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도 무려 유럽 4개국을 연수라는 타이틀 아래 국비 지원을 받으며 떠났다. 그 4개국 중 한 나라였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필연처럼 마주한 반 고흐 미술관, 거기서 나는 내가 가진 돈의 많은 지분을 쏟아 부으며 반 고흐와 관련된 것들을 구매했다. 미술관에서 나가기 싫을 만큼 고흐의 미술세계에 매료되었고 빠져들게 된 것이다. 실제 그의 작품을 만나기 전까진 그는 그저 유명한 화가들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그림을 실제 눈 앞에서 보게 된 그 때, 나는 그와의 1일을 선언했고 그의 작품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린 나이였다. 예술에 조예도 없었고 관련 지식도 없었던 내가 반 고흐의 그림에 매료된 이유는 한 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웠다. 그런 나와 비슷한 모양새를 가진 또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이 책 [빈센트, 별은 내가 꾸는 꿈]의 저자 조진의 씨다. 마케터인 그가 반 고흐에 빠져 반 고흐의 족적을 따라 여행을 떠나며 그 길에서 만난 고흐를 기록했기에, 그는 어찌보면 나보다 더 고흐의 찐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술관에서 반 고흐의 그림이 가득 담긴 다이어리를 사온 나는 다이어리가 아까워 쓰지도 못한채 해를 넘겼고, 지금까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아끼는 보물이 되었다. 도록은 어떤가? 종이의 끝이 노랗게 바랜 반 고흐의 도록은 참 비쌌던 기억이 난다. 그 도록 역시 아직도 책꽂이에 잘 보관되어 있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굵직한 유수의 갤러리에서 고흐의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어디서 만나던지간에 고흐의 작품은 감동이었고 뭉클함을 안겨 주었다.


책에서는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 프랑스에서 만날 수 있는 반 고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반 고흐의 그림 값어치와는 상반되게 작고 초라한 오베르의 무덤 앞에서 저자가 결심한 것처럼 반 고흐라는 사람의 인생과 마주하고 그의 예술 세계에 빠져든 이야기는 흥미진진함 그 자체였고 그 여정에 마치 실제로 동행하듯 몰입하며 따라 다닌듯 하다.


너무나 열정적이었고, 지독하게 가난했으며, 치열하게 아팠던 반 고흐의 인생은 그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미안하고 안쓰럽고 속상한 포인트들이 많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응집되어 고흐의 작품으로 표출되었다고 생각하면 아쉽게 여기지만은 않게 될 것이다.


반 고흐 스토리투어 가이드북인 이 책은 반 고흐가 일생을 보낸 모든 장소를 답사해 기록한 책이다. 나 역시 책에서 등장하는 여정대로 반 고흐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꿈꿔 본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다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진 시점에서 고흐의 작품을 찾아 떠나는 멋진 여행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나는 어느새 꿈을 꾸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