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 전쟁, 역사 그리고 나, 1450~1600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발 하라리의 영향력은 실로 크다. 우리나라에서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세 책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이자 사상가이면서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의 역사 속 나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담은 그의 논문집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회고록]은 중세 전쟁사를 전공한 그의 식견을 유감없이 담고 있다.

끊임없이 전작을 통해 나는 누구이며 세상의 의미를 물었던 그는 사실 나에 대한 탐구를 진지하게 했던 사람이다. 그의 전공에 맞게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과 20세기 전쟁 회고록을 통해 역사 해석을 하며 그 안에서 나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의 박사논문인 이 책은 우리의 좌표를 알고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는 그의 독자적 역사 해석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일반인에게 회고록은 자주 접하지 않는 장르다. 그것도 전쟁에 대한 회고록이면 더욱 그럴 것이다. 회고록이란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혹은 그때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며 기록할만한 것들을 쓴 문헌이다. 논문을 통해 하라리는 20세기 전쟁회고록과 르네상스 시대 전쟁 회고록을 비교 분석하며 기억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기억하고 역사로 남겨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들려준다. ​

일단 두 가지 회고록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면 다음과 같다.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에서의 진실은 바로 군사적인 일에 대한 진실이고 전장 역시 명예의 장이다. 경험이 아니라 사실이 글의 바탕이 되며 경험이 아닌 사실만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된다. 목격과 경험을 통해 획득한 사실적인 지식에서 권위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르네상스 시대 전사 귀족들에게 역사와 기억할 만한 것이란 서로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진실의 생산은 기껏해야 2순위에 불과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단순히 권위를 확보하기 위한 교묘한 수단일 수 있다"

​반면 20세기 전쟁 회고록은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개인이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과 자아에 대한 성찰을 기록한 것으로서, 이때 개인의 근대인의 특성이 나타난다.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회고록은 역사와 개인사의 조합이다. 나와 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발 하라리는 독자에게 회고록의 여러 의미를 제시하고 독자에게 나의 의미를 찾는 숙제를 남겨 준다. 사실 회고록을 통해 나의 의미를 찾는 여정은 쉽고 재밌는 길은 아니다. 중세 전쟁사를 전공한 박사의 관점이라면 의미가 있지만 일반 독자에겐 결코 평이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유발 하라리의 논문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이 논문을 기초하여 개인 정체성을 기반으로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세상의 의미를 통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밑바탕을 제대로 이해해야 그 위의 상위개념을 쌓아갈 수 있다. 유발 하라리가 회고록에서 깨달은 통찰력을 비록 다 이해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나는 이 책을 소장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다.


#책속한줄

"르네상스 시대의 군인회고록을 지배하는 것은 저자의 개인적인 정체성이 아니라 전사 귀족이라는 집단적인 정체성이다"


"회고록에서 명예가 중심을 차지한 것과 전사 귀족의 삶에서 명예가 중심을 차지한 것, 그리고 실체가 있는 현실만을 묘사한 회고록과 르네상스 시대 전사 귀족의 삶에서 실체가 있는 사건들이 지닌 의미 사이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군인회고록은 명예로운 행동을 역사인식의 기반으로 삼았다. 20세기 군인회고록의 역사인식은 본보기가 되는 경험을 기반으로 삼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당 바캉스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23
심보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기만 해도 귀여운 책 [식당 바캉스]는 어제와 오늘이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현대인들에게 꿈과 같은 바캉스를 선물로 주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이다.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여름이 절정을 향해 가는 때, 그때는 누구나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 휴가를 즐긴다. 

바쁘고 분주한 일상,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같기만 한 시간 속에서 갑자기 선물처럼 주어진 티켓 한 장, 식당 바캉스 1회 이용권이라니, 이것이 무엇인가?


뭔진 몰라도 일이 아닌 것이라면 오케이! 환영하는 마음으로 출발해보니 상상초월 붕어빵 버스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은 여기서부터 웃음 포인트 잡고 웃느라 정신 없다.

식당 바캉스는 여느 패키지 여행처럼 온천도 가고 공연도 보고 쇼핑도 하고 달달한 꿀잠도 잔다며 가이드는 자랑한다. 붕어빵 버스가 데려다 준 곳은 어묵 온탕, 잘 불려진 어묵과 떡볶이, 꼬치가 유혹한다. 온천에 몸을 담가 먹기도 하니 대박이다!

철퍼덕 반숙이와 다양한 야채들의 공연도 관람하고 참기름 댄스를 추다보면 여행의 재미가 정말 좋다. 잊지 말아야 할 쇼핑 타임도 야무지게 가져본다.

어릴적 먹던 짜장면도 후르륵 먹어 본다. 이 책은 보는 내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음식을 다 먹고 싶게 만든다. 할머니가 입에 묻은 짜장면을 닦아 내니 수염이 사라지고 어린 나로 돌아간다.

여행에 지친 몸은 오므라이스 이불을 덮고 잠을 자면 된다.

오므라이스 이불에 하트 케첩 뿌려 주니 이내 꿀잠에 빠져든다. 이 책은 유쾌한 상상이 얼마나 입꼬리를 올려 주는 지 실험해볼 수 있는 동화책이다. 먹는 음식을 여행이라는 것과 접목시켜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니 음식이 주는 편안한 기쁨까지 책과 함께 누려본다.

책 속에 들어있는 식당 바캉스 여행지도를 활짝 펴고 함께 떠나보자. 배는 고프지만 동화책의 상상이 주는 재미에 마음은 풍성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풀친구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22
사이다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7년에 만들어진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이 2회째를 맞아 수상작이 책으로 독자에게 선보였다. 총 응모작 134편 중에서 대상 수상작과 우수상 수상작을 품에 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 먼저 대상 수상작인 [풀친구]를 자세히 감상해보자.


제목처럼 표지부터 푸릇푸릇한 [풀친구]는 잔디밭이 배경이다. 화자는 잔디다. 손글씨체와 엉성하게 그린 듯한 그림이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이곳은 어디일까?  공원일까? 잘 꾸며진 누구의 정원일까 궁금하며 다음 페이지를 넘겨 본다.


스프링쿨러가 시원하게  물줄기를 잔디에게 제공해주는 걸 보니 이곳은? 페이지를 넘겨 갈수록 이곳은 어디일까..맞춰 가며 잔디의 모습에 집중한다.

고양이도 보이고 개도 보이더니 간식이라고 칭한 친근한 물체가 재밌다. 풀에겐 똥도 간식이 된다.


처음 만나는 친구라고 소개한 개비름, 소루쟁이. 까마중, 방동사니들은 나 역시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나 하나 찾아보며 새롭게 알게 된다.


자주 만나는 친구,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모습은 자연의 아름다움 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자연과 어우러지지 않는 누군가가 다가왔다. 잔디를 깎고 잡초를 뽑아내는 이들은 골프장을 가꾸는 노동자들이다.


이제야 드넓은 잔디밭의 정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이곳은 골프장이고 골프장의 아름다운 잔디밭이었다. 시원한 주스라고 말하는 제초제를 뿌렸더니 잠이 온다고 한다.


친구들이 제초제에 의해 사라지는 모습을 그림과 글로 만나니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일상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골프장 잔디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이었다. 인간이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파괴했던 자연의 외마디 외침을 듣는 듯 했다.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책은 이렇게 물음을 던지고 끝을 맺는다. 그 답은 독자의 몫이다. 시원한 초록색 그림들로 자연의 자연적인 모습에 홀딱 젓게 만든 그림책은 마지막에 이렇게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며 날아가는 홀씨에게서 그럼에도 작은 희망을 느껴보게 해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발생학 강의를 들은 것마냥 즐겁게 독서할 수 있었던 [탄생의 과학]은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 얼마나 지엽적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발생학은 '하나의 세포가 하나의 개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공부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다. 책에서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난자와 정자의 진실, x염색체와 y염색체의 이야기, 줄기세포의 연구, 윤리적 이슈가 되는 논란거리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사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발생학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살아갔을 수도 있겠다. 배아 연구에 있어서 14일의 룰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그 배아를 연구해 배아 밖 실험실에서 장기를 만들어내는 과학자들의 노력 또한 알 수 있었다.

"과학을 움직이는 것은 한 인간의 천재성보다 매일같이 실험실을 지키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사소한 질문과 끝없는 호기심, 그리고 진실을 갈망하는 무한한 열정입니다"(p126)

 

 

줄기세포에 대한 뉴스는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한 줄기 희망과도 같다. 더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불치병 환자들에겐 더 그렇다. 무색 무취한 과학 기술에 핑크벷을 두르고 달콤한 향을 더해 전해지는 과학 뉴스는 때로는 영웅이 되었다가 또 때로는 역적이 되기도 한다.

 

 

발생학은 생각과 기대보다 흥미진진했다. 물론 이 책 자체가 <과학동아>의 '강의실 밖 발생학 강의'라는 칼럼을 모아 만든 대중 교양서이기에 쉽고 재밌게 쓰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게 발생학의 주요 포인트들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정자와 난자, 세포에 이르기까지 탄생과 발생,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알아본 과학이야기는 달콤하지만도 그렇다고 씁쓸하지만도 않은 우리의 인생과 사뭇 닮아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인간 - 부와 권력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의 보이지 않는 공포가 온다
해나 프라이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점점 더 우리의 정보는 데이터화되어 쌓이고 그것은 다양한 곳에서 여러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 책 [안녕, 인간]은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사회를 어떻게 통제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만들어갈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 어떻게 알고리즘과 공생해야 할 지에 대한 질문도 던져 준다.

알고리즘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다가가보면 '어떤 문제를 풀거나 목적을 달성하고자 거치는 여러 단계의 절차'를 말한다.

알고리즘의 예를 들어보자. 인스타그램에서 들어가본 피드의 상품이 페이스북을 켰을 때 똑같이 상단에 떠서 놀랐던 적이 있었다. 그제서야 내가 클릭한 정보가 데이터 브로커에 의해 넘어갔구나를 깨닫게 된다. 유쾌하지 않는 순간이다. 누군가는 페이스북이 똑똑하게 내가 사고자 하는 물건의 정보를 준다고 여기겠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어느새 내가 클릭한 모든 정보가 넘겨졌다는 오싹함도 느낄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가 작동하는 방식은 이처럼 고객을 세분화해 맞춤형 공략을 펼치는 마이크로 타깃팅이다. 이 모든 것이 알고리즘 구현의 아웃풋이다.

알고리즘은 소셜 미디어부터 검색엔진, 위성 항법, 음악 추천에 이르는 모든 시스템을 세상에 제공하고 다리와 건물, 공장, 병원, 법원, 자동차, 경찰서, 슈퍼마켓, 영화 촬영소 등에서 이용된다. 즉 우리 삶 거의 모든 영역이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여진다. 빅데이터는 점점 더 개개인의 삶을 공익이라는 차원에서 해부한다.

'알고리즘은 범죄자의 수감 기간, 환자의 암 치료법, 교통사고 시 대응 방식을 결정하고 있다. 이미 곳곳에서 우리의 인생을 바꿀 결정을 인간 대신 내리고 있다'(p33)

[안녕, 인간] 은 알고리즘의 기능과 은밀한 힘이 어떤지, 알고리즘으로 격을 수밖에 없는 피해를 인간 중심에서 해결하고 알고리즘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해준다. 또한 사회학과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 AI)과 알고리즘에 대해 꽤 깊이 파고들어간다.

책에서는 여러 알고리즘의 오작동, 인간보다 견고하지 못한 오류 등의 사례를 제시하며 주도권은 인간에게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 그러나 알고리즘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권위를 의식하지 않고, 모든 단계마다 인간을 고려하는 알고리즘을 만들라고 한다. 즉 '기계가 내놓는 결과물을 과신하는 인간의 습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알고리즘 자체의 결점을 포용하고 불확실성을 과감히 정면으로 드러내는 알고리즘'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머지않아 닥칠 냉철한 기술의 권위에 인간은 더욱 인간다움으로 독창적인 능력을 발휘해야 함을, 그럼으로 알고리즘과의 완벽한 공생의 시대를 꿈꿔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