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구병모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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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와 [파과]에서 강렬한 인상으로 각인된 구병모 작가는 제일 좋아하는 우리나라 작가 중 한 명이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은 환상과 환타지, 미스터리와 호러라는 요소를 긴박하게 믹스해 놓아 독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한 번 소설책을 읽기 시작하면 일상과 자연스레 거리두기를 해주게 만드는 마력이 있으니 말이다. 밤에 읽으면 밤을 지새고 낮에 읽으면 끼니를 놓치기 다반사다. 이 책 역시 밥조차 먹을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구병모 작가는 삶의 잔혹함을 포착하는 캐처다. 가장 잔혹한 그 순간을 소설로 옮겨 놓는 능력을 가졌으며 무엇보다 그 잔혹함은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자석의 s극이 n극을 끌어당기듯 독자를 잡아 끌어주는 힘을 가진다.

구병모 작가가 이번에 선보인 신작 소설은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로 타투가 소재다. 신기한 것은 최근 타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내 몸 구석 어딘가에 남기고 싶은 열망이 들었던 그 시점에 이 책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나에게 소설이 아니었고 그저 현실 어디 쯤에서 존재하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아르테 작은 책 시리즈로 선보인 구병모의 신작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작고 임팩트한 첫 인상이 강렬했다. 가볍고 작은 용량이지만 무겁게 나누고 오래 기억될 이야기가 담겨 있는 아르테 작은 책 시리즈,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구병모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다 읽었다. [위저드 베이커리] , [아가미], [버드 스트라이크], [파과], [네 이웃의 식탁] 등 구병모 장르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개성 강하고 디테일에 힘이 있으며 잘 다뤄지지 않는 나이 많은 여성의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사회구조적 모순을 소설이라는 매개체로 폭로하는 작가의 정신은 그만의 작품세계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좋아하는 작가라 작가에 대한 감성으로 서두가 길어졌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에서도 역시 중년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시미는 나름의 아픈 가족사를 간직한 여인이다. 그리고 구병모 식 미스테리 사건이 하나 둘 소개되면서 그 사건들 간의 연관성을 찾느라 독자들은 바빠진다.

환상적인 이야기라는 것은 철저하게 현실성이 없다는 것인데 구병모 작가의 소설은 그 환상이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매혹이 도사리고 있다. 말끔하지만 촌스러운 양복을 차려입은 타투 가게 사장님이 어딘 가에서 영업을 하고 있을 것만 같고, 누군가의 몸 속에 은밀하게 그려진 타투가 꿈틀거릴 것만 같은 그러한 환상들이 소설을 읽는 내내 그림처럼 펼쳐졌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소설의 중간 쯔음 타투를 하고자 했던 마음이 사그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어떤 문양을 어디에 그려볼까 고민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태울 에너지가 생성된 충동은 열망이라는 예쁜 포장지에 쌓여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지켜줄 것만 같았기에 나는 그 유혹에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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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지 않았어
황선미 지음, 백두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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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작가의 반가운 신작 동화가 나왔습니다. [아무도 지지 않았어]는 2학년 남자 아이들인 으뜸이와 진혁이가 주인공이에요.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의 꼬마 소년들의 또래 집단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1학년 때 단짝친구였던 으뜸이와 진혁이는 학교 공사 때문에 오전반, 오후반으로 갈려 한동안 잘 보지 못해 놀지도 못했지요. 오랜만에 으뜸이네 집에 놀러온 진혁이는 뜻밖의 고민을 털어 놓습니다. 자꾸만 부하가 되라고 혁박하는 싸움쟁이 태웅이 때문에 기분이 언짢습니다.

단짝친구인 으뜸이는 진혁이의 고민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를 괴롭혔으니까요. 진혁이와 으뜸이는 똑같이 b형이고, 그림도 잘 그리고, 같은 피아노 학원에 다니며 침착한 성격인지라 잘 맞는 사이에요. 싸움쟁이 태웅이와 한판 붙으려면 치밀한 작전과 계획이 필요했지요.

토요일 1시 놀이터에서의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자, 폭탄을 만들어낼 계획을 세웁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되었습니다. 으뜸이와 진혁이는 계획대로 태웅이에게 한 방 날릴 수 있을까요? 진혁이를 괴롭혔던 태웅이를 혼내 주려고 했던 두 소년들의 이야기는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는데요.

그 결말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연 토요일 결전의 날에 이들 사이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책 속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아이다운 결말로 읽는 이의 마음과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 줍니다.

[아무도 지지 않았어]는 책 제목 그대로 꼬마 소년들의 싸움이 그 누구도 지지 않았던 결말을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싸움이라는 것이 이기고 지는 것이 꼭 필요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아무도 지지 않고 아무도 이기지 않았던 그 순간이 모두에게 더 행복할 때가 있습니다. 어린이 동화지만 어른에게도 속 깊은 조언을 해주고 있는 황선미 작가의 신작 [아무도 지지 않았어]를 읽으며 관계 속 중요한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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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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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웰이 신작을 가지고 등장했습니다. [아웃라이어], [티핑포인트]를 꽤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그에 대한 명쾌한 문체와 단호한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데요. 6년 만에 새로운 이야기로 나타난 그가 주목한 것은 바로 '타인'입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그답게 강력한 어조로 조언하고 있는 [타인의 해석]은 읽을수록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타인을 해석하기 위해 실제 사건을 예로 들어 그 안에서 우리가 범하는 오류와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책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일관성 없이 여러 종류의 이야기지만 하나의 결말로 귀결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소통과 이해'라는 것이죠. 비극적인 여러 사례들의 결말에서의 공통점은 모두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과 '타인은 정직할 것이라고 가정', '타인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는 착각'입니다.

거기에 행동과 결합하는 맥락의 중요성을 무시한다는 치명적인 오류까지 포함되다 보니 타인의 진실에 다가가기는 생각보다 어려워 보입니다. 책의 서두에서 말콤 글래드웰은 샌드라 블랜드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샌드라 블랜드라는 흑인여성의 사건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마련했는데요. 책을 읽으며 사건의 어이없음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타인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결과는 사소한 에피소드를 죽음에 이르게 했지요.

문제는 우리의 삶 속 무수히 많은 타인과의 접촉이라는 점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을 통해 타인의 언어를 통역하는 데 왜 그토록 서투른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으면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장 그럴듯한 해석을 합니다. 이것은 부주의한 것이 아닌 대부분의 인간이 그렇게 설계되었다고 그는 진단하고 있는데요.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다면 더 이상 믿지 못할 때까지 믿게 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실상입니다.

특히 성적 학대를 받고서도 내가 받았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사건들의 사례는 '성적 학대가 복잡하며 여러 겹의 수치심과 부정과 혼란스러운 기억에 싸여 있어' 더욱이 그런 현상을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에서 풋볼팀의 코치가 성적 학대를 한 사건이 판결을 받기까지 16년이 걸렸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미국에서도 악명높은 명성을 가진 사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 사건의 전후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타인을 해석하는 데 실수하지 않도록 다짐하게 만들어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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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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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작가였던 김성원 작가가 들려주는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의 직업에서 상담 공부를 하고 누군가의 감정과 상처에 공감하며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는 삶 속에서 솔직하게 젊은 날들의 고뇌와 상처를 드러내며 비슷한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하늘색 표지 속 녹아내려가는 핑크 아이스바 위 플라밍고가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0년 전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그녀의 말은 "끝이 있어"라는 것, 그렇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고 아픔으로 인해 소멸되는 것은 없다.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듣는 이유는 음악과 멘트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주옥같은 멘트가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때문이다. 고3 시절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꼭 챙겨 듣고 싶어했던 프로그램은 '노래의 날개 위에'였다. 지금도 여전히 애청자로 감사하며 방송을 청취한다. 라디오는 그런 힘이 있다. 그런 라디오의 힘있는 작가 역할을 했던 저자는 정작 많이 힘들었다.

아픈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용량 초과의 글을 쓰고 또 썼던 저자의 모습에 꽤 몰입된다. 글쓰기라는 것이 내 안의 것을 빼내는 작업이기에 굉장히 소모적이며 피곤하고 인풋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상담 공부를 했기에 저자는 인간 감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면서 이론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타인의 성격이 내가 갖고 있는 인격의 일부라는 것,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조언한다.

"반갑군, 또 내 자신을 만났구나"

잘 우는 성격인 나와 비슷한 저자는 또 이런 이야기로 나에게 공감을 선사했다.

김성원 작가는 자신의 글이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길 소망한다. 나 역시 내 글과 그림이 누군가의 상처를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기에 그녀의 이러한 메시지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 그녀는 이런 멋진 문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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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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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물건으로 역사 속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책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는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물건들로부터 우리가 흔히 접하고 알고 있는 물건들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을 지배하고 억압해온 물건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도대체 어떤 물건들이 여성의 세계사를 언급하는데 등장할까 궁금하며 목차를 펴보니 생리대, 런던 고아원의 토큰, 잔소리꾼 굴레, 재봉틀, 카메라, 냉장고, 피임약, 실리콘 가슴, 안네 프랑크의 일기, 마녀 잡는 망치 등 다양한 물건들이 그와 관련된 세계사를 머금고 있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예전의 여성 삶의 굴레들과 연관된 물건들이 많기에 가슴 아픈 감정들이 내내 교차되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을 바꿔온 역사는 우리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채 간과되어 왔다. 그래서 여성인 나 자신조차도 접하지 못한 내용들이 책 속 빼곡하다.

법적 권리인 참정권 조차 없었던 여성은 아기를 낳는 도구이자 물건으로 취급받아왔다. 이러한 여성사적 관점에서 이 책은 여성의 참정권을 획득한 지 100년을 기념해 출간되어 더욱 의미롭다.

100가지 물건들은 8개 분야로 나눠져 그에 맞게 소개되고 있다. 여성의 몸에 관한 물건들, 사회적 역할의 변화에 따른 것들, 기술의 진보를 다룬 물건들, 미의식과 소통에 관한 것들, 노동과 문화에 대한 물건들, 정치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비단 여성의 역사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이야기를 아우르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선진국인 유럽들의 예전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이혼을 하기 위해 아내 판매 광고를 했던 것, 잔소리를 많이 하는 여성에게 내려지는 고문인 잔소리꾼 굴레, 런던과 아일랜드 전역에서 반나체로 동물 취급 받으며 전시되었던 사르키 바트만의 이야기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잔혹했다.

최초의 생리대가 1988년에 생산되었다는 점도 놀랍다. 이토록 생리대의 역사가 최근 시점이라니 말이다. 여성이 발명한 냉장고, 1960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온 경구피임약, 기원전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코르셋의 오래된 역사, 남편의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착용했던 보석 등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흥미롭고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책에서는 자료가 되는 물건들의 사진과 그림들이 컬러로 제시되어 읽으면서 이해하기 쉬운 자료가 되었다. 여성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니 지속적이며 알지 못하게 억압과 핍박을 받아왔던 여성들의 내밀한 삶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선 여성이 역사의 일부라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치우지지 않고 고르게 세계사를 훑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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