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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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물건으로 역사 속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책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는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물건들로부터 우리가 흔히 접하고 알고 있는 물건들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을 지배하고 억압해온 물건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도대체 어떤 물건들이 여성의 세계사를 언급하는데 등장할까 궁금하며 목차를 펴보니 생리대, 런던 고아원의 토큰, 잔소리꾼 굴레, 재봉틀, 카메라, 냉장고, 피임약, 실리콘 가슴, 안네 프랑크의 일기, 마녀 잡는 망치 등 다양한 물건들이 그와 관련된 세계사를 머금고 있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예전의 여성 삶의 굴레들과 연관된 물건들이 많기에 가슴 아픈 감정들이 내내 교차되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을 바꿔온 역사는 우리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채 간과되어 왔다. 그래서 여성인 나 자신조차도 접하지 못한 내용들이 책 속 빼곡하다.

법적 권리인 참정권 조차 없었던 여성은 아기를 낳는 도구이자 물건으로 취급받아왔다. 이러한 여성사적 관점에서 이 책은 여성의 참정권을 획득한 지 100년을 기념해 출간되어 더욱 의미롭다.

100가지 물건들은 8개 분야로 나눠져 그에 맞게 소개되고 있다. 여성의 몸에 관한 물건들, 사회적 역할의 변화에 따른 것들, 기술의 진보를 다룬 물건들, 미의식과 소통에 관한 것들, 노동과 문화에 대한 물건들, 정치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비단 여성의 역사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이야기를 아우르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선진국인 유럽들의 예전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이혼을 하기 위해 아내 판매 광고를 했던 것, 잔소리를 많이 하는 여성에게 내려지는 고문인 잔소리꾼 굴레, 런던과 아일랜드 전역에서 반나체로 동물 취급 받으며 전시되었던 사르키 바트만의 이야기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잔혹했다.

최초의 생리대가 1988년에 생산되었다는 점도 놀랍다. 이토록 생리대의 역사가 최근 시점이라니 말이다. 여성이 발명한 냉장고, 1960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온 경구피임약, 기원전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코르셋의 오래된 역사, 남편의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착용했던 보석 등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흥미롭고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책에서는 자료가 되는 물건들의 사진과 그림들이 컬러로 제시되어 읽으면서 이해하기 쉬운 자료가 되었다. 여성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니 지속적이며 알지 못하게 억압과 핍박을 받아왔던 여성들의 내밀한 삶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선 여성이 역사의 일부라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치우지지 않고 고르게 세계사를 훑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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