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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개, 너는 한 개
외르크 뮐레 지음,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집에 자녀가 두 명 이상이라면 먹을 것을 배분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양육하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홀수로 무언가를 나눠 주면 싸움이 나게 되거든요. 서로 더 많이 차지하려고 하는 인간의 본능은 아주 어린 아가의 모습에서도 나타납니다. 두 아이에게 세 개의 물건이나 먹을 것을 주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지요. 싸우거나, 뺏기거나, 빼앗거나, 울거나 중 하나를 분명히 하고 있을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연스레 짝수에 길들여져 사이좋게 나눠 가지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홀수일 때는 상당한 고민과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이번에 읽은 귀여운 동화책인 외르크 뮐레의 [나는 두개, 너는 한개] 역시 홀수로 인한 싸움이 원인이 됩니다.
주인공은 곰과 족제비가 등장하고 사건의 결정적인 역할은 여우가 합니다. 그외에 배경 속에 존재하는 동물들인 새와 다람쥐와 올빼미, 달팽이도 있어요. 초록으로 우거진 숲속이 배경인 이 책의 첫 시작은 곰이 버섯 세 개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기쁜 마음에 버섯을 챙겨 집으로 온 곰은 족제비에게 버섯을 주고 족제비는 신이 나서 요리를 하지요. 레시피가 별 것 아니지만 실제로 해먹으면 맛있는 버섯 요리가 완성됩니다. 곰과 족제비의 집은 숲속에 있는데요. 다양한 조리도구, 후라이팬, 양념도 많아요. 깔끔한 식탁까지 갖춰진 근사한 집입니다. 곰돌이는 어서 요리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포크를 두 개나 들고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제부터 갈등이 시작됩니다. 하필 버섯이 세 개에요. 곰과 족제비는 서로 두 개를 먹으려고 싸웁니다. 여기서 우리 애들을 보는 것 같죠. 엄마 마음엔 하나를 반으로 잘라 각각 1개 반씩 먹으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끝까지 자기가 하나 더 온전히 먹길 원합니다. 곰과 족제비처럼요.
어이없게 갑자기 나타난 여우가 이 상황을 지켜보더니 슬그머니 버섯 한 개를 먹고 도망칩니다. 역시 여우란 캐릭터는 이런 역할과 너무 찰떡이죠. 갑자기 사라져 버린 버섯으로 인해 곰과 족제비는 평화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함께 여우를 욕하며 다시 원래의 사이로 돌아오게 됩니다.
[나는 두개, 너는 한개]는 친구, 욕심, 배려심이란 키워드를 배워볼 수 있는 동화책입니다. 정감가는 귀여운 그림들 속에서도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내기 좋고 이러한 상황을 아이들의 입장에 대입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지요. 동화는 오픈된 결과로 마무리되는데요. 독자가 상상하는 그대로가 정답이 되는 결말입니다. 족제비는 버섯을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산딸기를 준비했는데요. 공교롭게도 또 세 개에요. 그런데 전 결말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었지만요. 책 표지를 넘기고 제목이 써져 있는 페이지에 산딸기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요. 거기에 누군가가 서있는 거를 보니 그 누군가가 산딸기를 먹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집에 있는 아이들이 서로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며 싸우거나 배려심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이 책 [나는 두개, 너는 한개]를 읽어주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배려심을 키워주기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