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빵 1
보담 글.그림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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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재밌다. 옥탑방이 아닌 옥탑빵, 옥탑에 빵집을 낸 주인공 김지영과 지영의 두 친구 은혜와 혜수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30대 여성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나이는 먹고 있는데 아직도 모든 일에 서툰 우리, 너나 할것 없다. 익숙치 않은 일이라면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사회는 그러한 서툼을 무능이라고 치부하며 호되게 가르치고 훈계하려고만 한다. 그렇게 주류라 인식되는 곳에서 밀려난 이들은 갈곳이 없다.

 

주인공 김지영은 회사를 그만두고 옥탑에 빵집을 낸다. 큰 결심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잘한 일인지 아닌지 자문하는 것도 괴로왔다. 그녀 자신 뿐만 아니라 이웃들도 친구들도 가족도 모두 그녀가 선택한 일이 잘못된 것이라 지적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 어느때보다 지금이 행복하다. 그럼 된거 아닌가? 작은 공간, 하늘을 바라보며 빵을 굽고 파는 빵집 사장님 김지영은 빵집에 오는 손님들과 교감하며 조금씩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된다. 그런 과정이 고스란히 만화로 표현되어 독자에게 다가온다. 어느덧 나는 김지영이 되어 옥탑에서 빵을 굽고 있다.

 

지영의 친구 은혜는 학교 선생님이다.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연애도 열정적이지 않다. 그동안 공들인 시간이 아까와 헤어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결혼도 못하는 은혜는 괴롭기만 하다. 점점 더 무심해지는 남자친구의 태도가 그녀를 한없이 지치게 만든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할까? 그녀는 외롭고 힘들때마다 지영이네 옥탑빵을 찾곤 한다.

 

지영은 케이크를 맛있게 만들어 판다. 누군가에게 고된 삶의 작은 위안이 되어주는 케이크는 이제 그녀에게 삶의 전부다. 그녀의 케이크를 먹고 힘을 내고, 용기를 가지고, 삶을 이어나가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니 지영의 삶은 그것으로도 반짝거림을 느끼게 된다. 옥탑빵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행복하길 그녀는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정성이 빵에 들어가서일까?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지영의 옥탑빵은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혜수는 기혼녀로 회사일과 가사, 자녀양육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는 이 시대 대표적인 워킹맘이다. 힘들고 속상하고 어려운 일들의 연속, 그럼에도 직장은 다녀야 하고, 아이는 키워야 하고, 살림도 해내야 한다. 짜증스러운 삶,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 맥 빠지는 인생이라 한탄한다.

 

 

이 책은 원래 웹툰이었다. 저자 보담은 주인공 지영처럼 정말로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빵을 만드는 것이 아닌 그림을 그리며 이 웹툰을 연재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담백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공감했고 곧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웹툰이 되어 책으로까지 나오게 되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전심다해 김지영을 응원하고 싶다. 그녀의 옥탑빵이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길 바라게 된다.

 

 

지치고 고단한 하루를 보낸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같은 케이크 한 조각과 빵 냄새가 막 풍길것만 같은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사람들의 저마다 다른 삶의 발효 시간을 응원해주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우리는 다같은 마음인지 모른다. 위로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들이 점점 우리를 더 외롭게 만드는지 모른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 책을 보며 어찌 빵에 손이 안가겠는가? 벌써 몇개 째 먹는지 모르겠다. 책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손이 저절로 빵에 머문다. 이 가을 외롭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녀의 맛있는 케이크 한 조각에 분명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새벽은 꼭 어제가 조금 남아 있는 기분이야. 오늘의 시작 전 보너스 시간 알차게 보내야지"

"하루도 그런 것 같아요.
매일은 비슷하고 평범하지만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하루를 만드느냐에 따라
특별하고 맛있는 하루가 될 수 있으니까요"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에 대한
물음은 언제부턴가
저를 따라다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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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8-09-0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탑빵~~ 정말 책 제목이 귀여워요~~ 저도 이 책으로 마음의 위로를 얻고 싶네요~
 
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 씨
큐라이스 지음, 손나영 옮김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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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에 읽었던 일본 작가 큐라이스의 [시무룩 고양이 네코노히]에 이어 [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씨]를 읽어 본다. 큐라이스의 매력에 빠지는 두번째 시간이었던 이 책은 독특한 캐릭터인 티벳여우가 등장한다. 티벳여우? 다소 생소한 동물이다. 귀는 작고 회색빛의 부드러운 털로 덮인 몸에 아주 작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여우보다 귀엽게 생겼지만 여우는 여우이기에 다른 여우보다 더 날카로운 이빨을 소유했다고 한다. 이러한 독특한 캐릭터를 그린 큐라이스는 별다른 대사없이 상황과 표정만으로 큰 공감을 일으켰다.

 

 

주인공 스나오카는 아주 친절하다. 그의 소원은 평화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남을 더 위할줄 안다. 딸 스나코가 좋아하는 만화 속 캐릭터를 본떠 멋진 도시락도 만들어 준다. 세상에 이런 아빠가 어디 있을까? 무표정하고 시크한듯 착하고 섬세하게 행동하는 스나코카씨를 보고 있자니 자꾸 이런 사람이 내 주변엔 왜 없는 거지? 란 물음이 머리속을 뱅뱅 돈다. 참 멋지고 근사한데 현실에는 왜 없냐고 불평하고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잘 알고 행동하는 스나오카씨는 공원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을 때도 새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화재로 불붙은 집으로 물 한바가지 머리에 붓고 들어가 아이와 물고기를 구해주는 멋진 스나오카씨, 항상 무표정한 얼굴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선행을 하고선 생색내지 않는다. 영화를 보며 눈물짓는 감수성도 가진다.

 

 

 

고민이 많은 동료의 지친 어깨를 다독이며 어려운 이야기도 기꺼이 들어준다. 책 속에는 스나오카씨가 베푼 다양한 선행과 배려, 양보가 여러 에피소드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일들이 그의 일상을 차곡차곡 채우고 있다. 그래서 만화를 읽다 그에게 빠져드는 나를 느끼게 된다.

 

 

 

스나오카씨와 비슷한 사람이 현실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내가 스나오카씨가 되어보면 어떨까?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화보는 시간은 어느덧 힐링이 된다. 일본의 트위터를 뒤집어놓은 화제의 만화인 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씨는 무심한듯 다정한 캐릭터로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이제 한국인에게까지 다가왔다. 츤츤해서 더 좋은 그, 그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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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나태주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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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과 가을이 교차되는 시간, 마음은 벌써 가을맞이로 분주하다. 여름이 가을과 오버랩되는 그 짧고도 강렬한 순간, 나는 시를 떠올린다. 시어만이 그 시간을 대변해주고 계절의 간극을 메어줄 수 있기 때문이겠다. 풀꽃 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이 시선집을 선보였다. 그의 신작 시 10편과 다른 시인의 시 106편이 수록된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는 여느 시집과 비교했을때 제법 두껍다. 수록된 시가 많아서 더욱 좋았다.

하늘을 품은 듯 하늘색 표지로 둘러싼 시집에 가슴이 콩당콩당거린다. 시 옆에 여백이 한페이지씩이나 들어 있다. 시를 직접 내 손으로 써보며 손글씨로 나머지 시집을 완성해보도록 꾸며놓았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시를 읽고 쓰면서 느껴 본다.

 

 사랑이라는 주제로 꿰어놓은 알알이 진주목걸이 같다. 오랜 만에 품에 안은 시선집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사랑이 반짝이듯 시어들이 문장안에서 반짝거린다. 구전시가와 한시에서 현대시까지 시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아름다운 흐름이 책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인들의 시가 많이 등장하기에 낯설지 않다.

 

 서른 편 넘게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을 수 있고 우리의 아름다운 시인들의 시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는 가을과 참 잘 어울린다. 이 가을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감상에 젖어본다. 시인의 눈과 귀가 어느새 나의 것이 되어 반짝이는 순간이 된다. 사랑의 기억과 이별의 아픔, 그 슬픔과 애틋함의 오롯한 감정들의 교차점 어디쯤에선가 일렁이는 감정이 파도치듯 밀려온다.

 

 나태주 시인의 '사람이 그리운 밤' 시 속에서 '사람이 사람이 그리운 밤엔 편지를 쓰자, 촛불을 밝히자'에 마음을 뺏긴다. 이 밤 촛불을 켜고 편지를 써야겠다. 사람이 그립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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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 시선집
나태주 옮김, 혜강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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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인기다.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진을 향해 물결처럼 일렁이는 애신의 마음이 담긴 시를 읽을 수 있는 허난설헌 시선집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는 아름다운 시도 시려니와 그와 함께 그려진 아름다운 동양화 한폭 한폭이 시와 함께 마음속으로 돌진해온다.

 

 조선 중기 사대부집 여인으로 태어난 허난설헌은 집안 대대로 이어져오는 글재주의 명문을 타고 났다. 여성에게 제대로된 교육이 전무했던 시기였기에 배워서 익힌 시적 능력이라기 보다는 가문의 역량과 전통이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추측이 든다.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허난설헌의 주옥같은 시들이 나태주 시인의 설명으로 풀이되니 시어 하나 하나가 가슴에 꼿이고 밑줄을 긋는다. 평탄하지 못했던 결혼생활과 어렵게 출산한  두 아이를 잃는 고통이 그녀를 더욱 더 시에 매달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님을 향한 그리움을 애틋하게 표현한 시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그녀가 되고 그리움에 몸서리를 치며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벗어나 여러 삶 속 시를 만들어 낸다. 허난설헌의 시를 풀어준 나태주 시인 덕에 쉽고 더 가깝게 그녀의 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동생 허균의 명석한 기억력 덕택에 세상에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던 허난설헌의 시를 읽으며 계절을 맞이할 수 있어 행복하다. '어여쁜 모습 비록 시들었지만 여전히 코끝에 맴도는 난초의 향기. 마치도 시든 난초가 나인 듯 싶어 흐르는 눈물 옷소매로 닦아요' 시에서 그녀가 보인다. 그녀의 슬픔이 느껴진다.

 

 시 '아들의 죽음에 울다'에서는 두 자녀를 잃은 어미의 황망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안다,안다. 어미가 너희들 넋이나마 밤마다 만나 정답게 논다는 것' 이 문장에서 그녀의 극한 슬픔이 승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연밥 따기 노래'에서는 정서적 감동이 진하게 느껴진다. 매스컴을 탄 시라서 더 다가오는 걸까?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 그녀의 감정에 공감이 가 나도 부끄러웠다. 오래된 시였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어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녀의 시와 친구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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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할 말은 좀 하겠습니다 - 예의 바르게 한 방 먹이는 법
유우키 유우 지음, 오민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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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재밌다. 현대사회를 살면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할말을 참고 산다. 할말을 다했다면 과연 내 옆에 몇 명의 사람들이 남아있을까? 가족에게까지 하고 싶은 말, 해야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에게 그것은 마음의 병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어 다른 질병을 불러 일으킨다.

일본의 정신의학과 전문의 유키 유는 그러한 할 말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구마 같은 상황에서 사이다를 쏘묘 예의 바르게 한 방 먹이는 법에 대해 책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어찌보면 예의에 어긋나지 않고 화내지 않으면서 소소하게 반격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어 삶의 순간순간 이용하기 좋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한 방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면서 무례한 상대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을 알게 되니 후련해지는 마음이다. 책 속에는 심리학 이론과 개인적인 경험, 각종 실험 사례와 연구결과까지 총망라되어 있어 이론적으로만 접근하지 않아 실제적으로 느껴진다.

 

 책 속에는 기억하고 싶은 여러 전략들이 소개되는데 '팃 포 탯' 전략은 치면 때려라, 맞대응 전략이며 슈퍼 메소드 스몰 스마일은  작은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다.
결론에  이르는 여왕의 채찍은 '그러니까'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니까는 상대방의 마음을 원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말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반사전술, 상대의 말 요약하기, 공격을 되돌리기, 질문을 홍수처럼 쏟아내라 등 평소에 말발로 늘 손해를 본 사람이라면 책에서 알려주는 다양한 방법들이 요긴하게 도움이 될 것이다. 상사, 동료, 가족, 친구, 이웃 등 그동안 그들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할 말을 참아왔다면 이제는 상처난 내 마음도 지켜주자.

"가마니 같은 삶에서 탈피해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싶다면 반격이 필요하다 "

"주위 사람들과 때로는 옥신각신하면서 사이좋게 살아가는 삶, 전 그런 일상이 당신의 인생을 더욱 즐겁고 풍요롭게 해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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